내가 진짜 원하는 걸 알고 있나요?

그것이 바로 소통의 시작!

by 원정미

작년 많은 사람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주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내가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관식이(박보검역)가 애순이(아이유역)을 위해서 바다로 뛰어들었던 장면도 아니고 막내아들을 잃고 허망하게 우는 관식이와 애순이의 모습도 아니었다. 나의 뇌리에 좀 충격으로 남은 장면은 바로 고된 시집살이에 지쳐 들어온 애순이가 남편을 향해 "안아!"라고 했고 고생한 아내를 따뜻하게 안아준 남편을 향해 "두드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 당시 시대배경을 고려한다면 이렇게 주도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관식이가 아내와 금명 이를 위해 남자들의 밥상에서 여자들의 밥상으로 돌아 앉은 것이 거의 그 시대의 가치관에 정면으로 맞선 것과 비슷한 수준의 도발이다. 이 드라마의 의미는 그 시대에 불합리한 가치관에 맞선 새로운 여성성과 남성성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그 한 장면에서 대화의 기술을 보았다. 보통의 많은 아내들은 이런 억울하고 말도 안 되는 시집살이에 “알아서” 남편이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토닥여주길 바란다.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지쳤는지 얼마나 힘든지 시댁식구들이 날 얼마나 괴롭히는지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거나 아니면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그걸 보는 남편은 자신에게 시집온 걸 불평하는 걸로만 듣거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무기력함만 느낄 뿐이다. 그렇게 되면 아내가 말을 시작할 때마다 혹은 입을 닫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어렵게만 느껴지기에 대화를 피하게 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결국 상대의 진짜 마음은 모른 채 서로 싸우게만 되는 것이다.


애순이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아는 아이였다. 그것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원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노래를 불렀지만 급장도 빼앗기고 육지로 대학도 가지 못했고 젊은 시절엔 시인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정말 원한 욕구는 확실히 알고 있었고 현실 가능한 바람을 표현할 수 아는 사람이었다. 고된 시집살이를 피할 수도 없고 시할머니, 시어머니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자신의 처지가 대학을 갈 수도 없는 고등학교 퇴학에 애 딸린 유부녀이지만 그날 하루 그녀는 남편의 따뜻한 사랑과 위로가 필요했다. 그것을 " 안아. 두드려"로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대화의 진수이다.


그 이후에도 애순이는 남편에게 "금명이는 자전거 타게 해 줘" 시할머니와 시어머니에게 "금명이는 절대로 잠녀 시키지 않는다"등등 자신이 원하는 바를 똑 부러지게 표현했다. 물론 그런 표현들 때문에 집안에 분란이 나기는 했어도 갈등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것이 소통의 시작이고 이런 소통이 개인을 살리고 관계를 살린다.


많은 사람들이 불통인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부모자녀사이에서도 부부사이에서도 대화가 어렵다고만 한다. 그러나 어쩌면 개인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방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몰라서 일수도 있다. 아이의 문제를 지적하고 비난하는 많은 부모들의 경우 정작 그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자녀를 향한 걱정과 염려, 혹은 아이 미래에 대한 불안일 때가 더 많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서 그 불편한 감정들이 아이를 향한 비난과 판단으로 표현될 때가 많다.


부부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비난이나 질타대신 '내가 배우자에게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배우자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 그것은 대부분 '경청이나 공감, 인정, 칭찬, 따뜻한 말 한마디' 일 때가 훨씬 많다. 하지만 자신의 근원적인 욕구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해서 대화가 제자리를 빙빙돌게 될 때가 많다.

즉, 대화의 시작은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아는 만큼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다. 누군가와 깊은 소통을 하고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해져야 한다. 자신의 내면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욕망, 욕구, 소원, 바람들을 깨닫게 되는 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저출산, 돈으로 과연 해결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