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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동희 Apr 26. 2021

심곡 헌화로를 걷다

평생 애인과 함께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해안도로

신라 성덕왕 때의 일이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를 지나게 되었다. 바위 벼랑 높은곳에 철쭉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이 "저 꽃을 꺽어다 줄 사람이 있는가?"라고 하였다. 그러나 종자들은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입니다"라고 하면서 모두 주저하였다. 그 때 한 노인이 소를 끌고 지나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 바위 벼랑을 올라 철쭉꽃을 꺽어다 바쳤다.


다시 길을 가다가 임해정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끌고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순정공이 땅을 치며 통곡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 때 한 노인이 말하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고 하였으니, 바다 속의 용인들 어찌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경내의 백성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막대기로 땅을 치면 부인을 다시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순정공이 그 말을 따르니, 과연 용이 바다에서 부인을 받들고 나와 바쳤다. 공이 부인에게 바닷속의 일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칠보궁전에 음식은 달고 부드러우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인간의 음식이 아니었습니다"라고 하였다. 부인의 옷에서 야릇한 향이 풍겼는데, 이 세상에서 맡아보지 못한 향기였다. 수로부인의 자색이 뛰어나 이렇듯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번 신물에게 붙들려 갔다. 이때마다 여러사람이 모여 해가를 불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했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어 놓아라.

남의 부녀를 빼앗아 간 죄가 얼마나 크냐.

네가 만약 거역하고 내놓지 안으면

그물로 잡아 구워 먹으리라.


바닷가 벼랑에서 철쭉을 꺽어다 바친 노인의 헌화가는 아래와 같다.


紫布岩乎邊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肸不喩慚肸伊賜等

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


검붉은 바위 가에

암소 잡은 손 놓이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꺽어 바치오리다.


정동진 아래 심곡항에서 금진항에 이르는 해안 도로 '헌화로'의 전설이다. 절벽아래 바다를 메워 길을 내다보니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길이 되었다. 세찬 파도에 다음어진 바위들은 하나 하나가 모두 조각 작품이다. 가히 죽기전에 가봐야 할 우리나라 해안도로 중 하나다.




< 사진기 : 아이폰12 라이브 장노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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