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신혼여행도 연습이 필요해

어서 와, 해외는 처음이지?

by 초롱

12년을 만났지만 제대로 여행 가본 건 다섯 손가락에 꼽는다. 시간이 많을 때는 돈이 없었고 돈이 생기니 시간이 없었다. 둘은 어째서 공존할 수 없는가. 웨딩촬영이 지나가고 잠시 여유가 생겼다. 먼 곳으로 떠나보기로 했다.

1박 2일밖에 시간이 없었지만 꼭 해외로 가야 했다.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가기 전에 어떻게 우리나라를 떠나고 어떻게 다른 나라로 들어가는지 똘이가 한 번 해봤으면 싶었다. 똘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한국을 떠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목적지는 일본 오사카로 정했다. 내가 가보기도 했고 아주 기초적인 일본어는 할 수 있어서 괜찮을 것 같았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똘이는 공항철도에서부터 들썩였다. 자동출입국심사를 신청하고 출국장으로 나갔다.

"이렇게~ 하는 거야~?"

"사람이~ 엄청 많네~?"

"우리가~ 진짜 간다~?"

뭐든지 신기해하는 똘이를 보면서 '이런 여유를 부려도 되는 건가' 불안했던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외국 가는 사람처럼 잠이 들었다.

무사히 간사이공항에 내려 입국 심사를 받았다.

"여기가 일본이야?"

전철을 기다리면서 이가 물었다. 그렇게 물을 만도 했다. 서울역에 서 있는 것처럼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려왔으니까. 시내로 나가면서 또 물었다.

"저 강은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이야?"

이때부터 시작된 똘이의 '우리나라로 치면' 타령은 종일 계속됐다.

"저거는 우리나라로 치면 남산타워야?"

"여기가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이야?"

나중에는 그만하라고 엉덩이를 한 대 때려줬다.


시간이 얼마 없었으므로 욕심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 난바역에 내리자마자 맛있다고 소문난 규카쓰를 먹으러 갔다. 한참 기다려야 해서 똘이를 줄에 세워놓고 근처에서 다코야키를 사 왔다. 한 알을 먹여줬더니 뜨거워서 한 번, 맛있어서 두 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너무너무너무 맛있다아~"

한 접시를 다 비울 즈음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겉 부분만 튀겨서 나온 고기 조각을 조그만 화로에 익혀 먹으면 된다고 했다. 소고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똘이의 얼굴이 씰룩 씰룩거렸다.

"맛있어?"

"응응! 사르르 녹아~"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나까지 녹아버릴 것 같았다. 역시 오길 잘했다.

구글 지도와 친구가 된 똘이는 단 한 번도 헤매지 않았다. 프랑스도 문제없겠다며 어깨를 으쓱으쓱했다. 멀리까지는 나가기 힘들 것 같아서 가까운 관광지 몇 곳을 돌아보고 예약해둔 숙소로 갔다. 저녁은 편의점에서 사다 먹기로 했다. 똘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맛있는 게 엄청 많네?"

마트도 아닌데 바구니를 들었다. 작은 도시락, 주먹밥을 먼저 고르고 술과 안주도 종류별로 담았다. 고기를 좋아하는 똘이는 즉석 꼬치도 두 개 샀다. 어느새 바구니가 꽉 찼다. 우리나라 돈으로 6만 원 넘게 나왔다.

"이게 뭐야? 왜 이렇게 비싸?"

"많이 담았잖아."


제대로 된 테이블도 없는 조그만 호텔 방에 앉아 신나게 먹었다. 시원한 맥주가 끝도 없이 들어갔다. 세 캔 정도 비운 이가 말했다.

"이래서 여행을 오는구나."

"그치. 또 올까?"

"응. 다음에는 더 길게 오자."

노래 맞추기 게임을 하면서 계속 마셨다. 맥주가 모자랐지만 내일 비행기를 타야 하니까 참기로 했다. 일본에서 마지막일 줄 알았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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