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자
보름 전쯤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다. 저녁부터 에취 에취 재채기를 하더니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상태가 훨씬 더 나빠져 있었다. 회사에서 확진된 지인과 만났던 게 걸려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 진단 키트를 했더니 결과는 역시나였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온 남편은 혼자 쓰는 회사 숙소에서 닷새 격리를 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아무 증상도 없던 나한테 옮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남편의 숙소는 조그만 시골 마을에 있는 다섯 평 남짓의 원룸이다. 나는 남편 방 앞에서 훌쩍훌쩍 울었다.
"네 방에 안 들어갈게. 방역 수칙 잘 지킬게. 너 가면 내가 어떻게 다리 뻗고 자겠어."
이렇게 적고 보니 굉장히 눈물겨운데 이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남편은 절대 가까이 오지도, 마스크를 벗지도 않았지만 나는 어차피 같이 걸렸을 텐데 좀 대충 하자고(?) 우기다가 몇 번을 싸웠더랬다. 다섯 밤이 참 길었다.
2년 만에 재감염된 남편은 영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격리가 끝나고 컨디션이 더 안 좋아 보였다. 특히 마른기침이 심해서 밤에 깊게 잘 수가 없었다. 지난 주말에는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왔다. 그때쯤부터였나. 나도 같이 아프기 시작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을 좋아한다. 말 그대로 하나의 마음, 같은 몸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일 테니까. 퀄럭쿠렄뤄쿼퀄럭 옆에서 기침하는 나를 볼 때마다 남편은 안타까워했다.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하네."
"아니야, 우리는 일심동체잖아."
"이런 건 일심동체 안 해도 되거든."
며칠 전에는 둘 다 기침을 하다가 일어나 새벽 네 시에 식탁에 마주 앉아 물을 마셨다. 밖은 깜깜한데 환한 등 아래 떼꾼한 남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좀 웃었으면 싶었다.
"그래도 같이 아프니까 안 외롭지?"
노래방에서 8시간은 놀다 온 것 같은 목소리로 묻자 남편이 피식 웃었다.
"아니. 이런 건 외로운 게 나아."
"이건 뭐 약쟁이들 사는 집인가."
요즘 우리 집에는 쌀보다 약봉지가 더 많다. 밥 먹고 후식 먹듯 약을 챙겨 먹는 게 일상이 됐다. 얼른 나아서 시럽 말고 맥주 먹고 싶다. 오늘 밤은 아프지 말고 잘 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