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Jul 19. 2023

일심동체라서 괜찮아

아프지 말자


 보름 전쯤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다. 저녁부터 에취 에취 재채기를 하더니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상태가 훨씬 더 나빠져 있었다. 회사에서 확진된 지인과 만났던 게 걸려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 진단 키트를 했더니 결과는 역시나였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온 남편은 혼자 쓰는 회사 숙소에서 닷새 격리를 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아무 증상도 없던 나한테 옮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남편의 숙소는 조그만 시골 마을에 있는 다섯 평 남짓의 원룸이다. 나는 남편 방 앞에서 훌쩍훌쩍 울었다.

 "네 방에 안 들어갈게. 방역 수칙 잘 지킬게. 너 가면 내가 어떻게 다리 뻗고 자겠어."

 이렇게 적고 보니 굉장히 눈물겨운데 이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남편은 절대 가까이 오지도, 마스크를 벗지도 않았지만 나는 어차피 같이 걸렸을 텐데 대충 하자고(?) 우기다가 번을 싸웠더랬다. 다섯 밤이 참 길었다.


 2년 만에 재감염된 남편은 영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격리가 끝나고 컨디션이 더 안 좋아 보였다. 특히 마른기침이 심해서 밤에 깊게 잘 수가 없었다. 지난 주말에는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왔다. 그때쯤부터였나. 나도 같이 아프기 시작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을 좋아한다. 말 그대로 하나의 마음, 같은 몸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일 테니까. 퀄럭쿠렄뤄쿼퀄럭 옆에서 기침하는 나를 볼 때마다 남편은 안타까워했다.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하네."

 "아니야, 우리는 일심동체잖아."

 "이런 건 일심동체 안 해도 되거든."

 며칠 전에는 둘 다 기침을 하다가 일어나 새벽 네 시에 식탁에 마주 앉아 물을 마셨다. 밖은 깜깜한데 환한 등 아래 떼꾼한 남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좀 웃었으면 싶었다. 

 "그래도 같이 아프니까 안 외롭지?"

 노래방에서 8시간은 놀다 온 것 같은 목소리로 묻자 남편이 피식 웃었다.

 "아니. 이런 건 외로운 게 나아." 


 "이건 뭐 약쟁이들 사는 집인가."

 요즘 우리 집에는 쌀보다 약봉지가 더 많다. 밥 먹고 후식 먹듯 약을 챙겨 먹는 게 일상이 됐다. 얼른 나아서 시럽 말고 맥주 먹고 싶다. 오늘 밤은 아프지 말고 잘 자자, 우리.



 

 

매거진의 이전글 님아 그 야구를 보지 마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