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빈자리가 느껴지는 모든 순간.

by 구름달반짝

요즘 나는 혼자서 반려견 두 친구와 나에게 맞지 않는 큰 집에 살고 있다. 당연히 이 집은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 다섯 가족이 도란도란 살던 집이다.


부모님과의 이별 그리고 구름이 와의 이별 후에 하나뿐인 내 동생은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나 작년에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현실판 관식이셨던 아버지와의 이별 후 이 커다란 집은 오롯이 내가 지켜내야만 했다. 계실 때는 미처 몰랐다. 환갑이 넘으셔서까지 이 집을 어떻게 지켜오셨는지.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항상 저녁상을 차려 놓고 우리를 맞이하셨고 술 한 잔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일하고 왔으니 힘들다며 동생과 나는 아무것도 못하게 하시고 뒷정리까지 전부 하셨다.


주말이면 평일하고 다를 바 없이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집안일을 시작하셨고, 우리의 만류에도 꼭 그렇게 온 집안을 청소하시고 가꾸셨다. 엄마가 계실 아니 처음부터 쭉.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아버지께서 떠나시고 내가 그 일들을 시작하고서 우리 집은 점점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피곤함에 다 제쳐두고 저녁 식사에 술을 마시기 일쑤였고 그렇게 우리 집은 점차 예전 모습을 잃어갔다.


주말에는 별다른 약속이 없어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늦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는 게 습관이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예전의 그 포근하고 정갈하고 깨끗했던 우리 집은 마치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시작을 하려니 엄두가 나질 않아 청소업체를 통해 청소를 시작하고 혼자도 아등바등 열심히 정리해 봤지만 아버지께서 계실 때의 그 모습은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말 하루를 꼬박 쏟아부어도 해야 할 일들이 나오고 또 나왔다. '대체 아버지께서는 이 일을 혼자 다 어떻게 하셨을까..' 집안일을 하면 할수록 얼마나 힘드셨고 고되셨을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던 건지 아버지의 노고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눈시울이 붉어졌던 순간도 주저앉아 멍하니 눈물을 흘릴 때도 얼마나 많았었는지. '왜 그땐 몰랐을까' 나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조금만 더 살갑게 말로만 말고 내가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도와드릴걸. 왜 이 어마어마한 무게를 혼자 감당하시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들 때문에 내가 너무 미웠다.


정신을 차리고 이제는 우리 집을 지키려 한다. 하나부터 차근차근 아버지께서 그렇게 희생하시며 지켜내셨던 우리 집을 그때의 모습으로 되돌리려 한다. 이렇게 힘든 일을 힘든 내색 하나 없이 혼자, 혼자 꿋꿋하게 묵묵히 해오셨던 아버지.


그 빈자리가. 너무 크다.


메인 이미지는 AI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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