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시끄러운 일이 많은 요즘이고, 오늘로서 신명기 일독이 마무리되었다. 민수기와 신명기를 처음 읽을 땐 잘 읽히지 않았던 부분인데, 이 두 권에서 반복하여 말하는 것이 있다. 물론 "너는 너희 하나님을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라" 도 있지만, "난 너희를 절대 종살이 하던 이집트로 되돌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 란 메시지이다.
최근 나에게 있었던 여러 일들과 맞물려서 이 구절은 성경이 쓰일 당시의 몇천년 후에 사는 나에게도 적용이 되는 말씀이라고 느꼈다. "S야, 너는 다시 과거 삶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설령 네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5년 전 부활절에도 비슷한 체험을 한 적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세월호 참사 3주기였던 4월 16일이었는데, 성가대석에 앉아 있던 나에게 "오늘 이후의 너는 결코 오늘 이전의 너와 같을 수 없다." 란 묵직한 음성이 들렸다. 이 사회가 세월호 이전으론 돌아갈 수 없단 메시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상담을 받기 시작한 첫해, 나의 기나긴 인격적 성장과 변화를 암시하는 큰 복선이기도 했다.
그 시기엔 MBC에 해직기자였던 최승호 씨가 복직되어 사장으로 임명되던 사건이 있었다. 작금의 한국 사회를 다시 돌아보면 그 '회복'의 체험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아픔과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성경의 모든 역사가 죄와 실망, 참회와 회복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단 점에서 이 땅에도 회복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 다시 믿어본다.
어떤 세상은 후퇴하는 것 같아도 어떤 세상은 나아간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