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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슬로 Nov 01. 2022

허망

22.11.01

허망하고 허탈하고,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냈다. 동생은 일주일 전 그 골목을 지나갔고, 주변 지인 중 몇명은 이태원에 살면서 그 골목을 하루에도 몇번씩 지나간다. 나보다도 어린 수많은 생명이 죽었다. 아무런 안전 대비 계획이 없었다는데 왜 아무도 책임을 제대로 지려 하지 않는지,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싶었다.


삶과 죽음이 그리 멀지 않단 생각이 든다. 허락받은 삶 속에서 나는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아침 출근길마다 숨막히게 몰려드는 신분당선의 저 인파를 보면서, 저기서 매일 살아남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별 생각이 다 들고. 그냥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다.


다만 그런 기도를 했다. 책임과 헤아림은 뒷전이고 돈과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이 세대를 불쌍히 여기시고, 하나님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이들을 벌하시며, 이런 세상에서 썩어질 보물 쌓기에 골몰하는게 아니라 각 사람 속의 보물을 찾게 해달라고.


나부터가 이커머스를 하고 있으니 자본주의의 최첨단에 있지만, 단순히 돈돈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 험한 세에서도 선한 마음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일하고 사람을 키워내길 원한다. 요즘 겪는 말도 안되는 일들은 선한 마음의 부재도 있겠지만 사실 총체적 비효율과 무능의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이지 세월호 이후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다시 겪고 싶지가 않다. 허망한 마음을 넘어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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