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담 갔는데 약 2주일간 사건이랄게 없어서 그냥 매일같이 성경읽고 글쓰고 운동하고 회사-집만 왔다갔다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청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하셨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하루를 보냈더니 칭찬을 받아서 약간 얼떨떨하긴 했다. 그 하루에 매일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것들이 나를 살리고 있는 거라고 해서 좀 신기했다.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능력/돈/외모. 나는 이렇게 큰 3가지가 내 열등감이라고 했다. 돈/능력은 사실 하나님이 허락하셔야 하는 것인데, 그분이 내게 능력 주심을 믿고 나아가면 (즉, 성공한 사람의 정체성을 갖고 나아가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고, 외모는 이제 내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찾아야 한단 답을 받았다. 나는 이미 색깔이 엄청 강렬한 사람인데,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흠. 결국 남의 것으로 대신 덮거나 해결하는 건 답이 될 수 없고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
어쨌든 오늘 나름 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늘 상처받는 피해자의 자리에 있지 않고 사랑을 동등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로 가는 것. 그리고 그걸 기꺼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아무튼 했다. 나는 언젠가 했던 결심처럼 내 소중한 사람 모두를 최고로 높여주고 나도 최고가 될 것이다. 오늘부로 상처받았던 어린 시절도 진짜 안녕. 너는 늘 내 안에 있긴 할거지만, 난 이제부터 새로운 행복을 만들 거야.
참, 오늘 머리 자르러 갔다가 미용실이 온통 할로윈 파티장이 되어 있어 매우 당황했다. 가오나시 선생님(;;) 이 머리 감겨 주시고, 내 담당 디자이너 선생님은 미녀와 야수의 '벨' 을.. 해리포터, 마리오, 빨간망토 차차가 한데 어우러진 진귀한 광경을 보았다. 여튼 역대급으로 맘에 드는 머리가 나왔다. 시원하게 리뷰 달았다. 혜린 선생님 짱이에요.
다시 돌아와서, 왜 나는 이것들을 매일 할까? 탄천을 40분이나 뛰고 들어와서 왜 또 복근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고, 성경을 읽을까?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하나의 가설로는 오늘 '눔' 앱에서 본 내용인데, 성취감은 도파민을 분비시키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의 가설은 이걸 해야 내 삶이 지탱되는 걸 무의식적으로도 너무 잘 알아서이다. 근데 뭐 둘 다 맞겠지.
매일 단계적으로 쌓아가는 작은 성취는 자존감을 높인다. 자존감이 높아져서 내가 날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동하면 체력이 좋아지고, 회사에서 덜 힘들고 건강해진다. 살도 빠진다. 살이 빠지니 옷맵시도 살고, 헤어스타일도 그전보다 더 잘 어울린다. 러닝은 삶에서의 온갖 스트레스를 잊게 해준다. 뿌듯함도 주고 나름 자랑도 할 수 있다.
성경은 지혜와 총명을 준다. 지혜는 절대자의 뜻과 나를 맞출 줄 아는 능력이고, 총명은 그 뜻을 이해하고 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한계 많은 인간으로 살면서 지혜와 총명을 얻어 누리고 내 눈 앞의 사람과 현상을 분별할 눈을 갖는 건 세상에서 제일 귀한 일 아닐까? 그리고 글은 쓰다 보면 내 스스로도 어떤 일이나 사람, 내 행동이 어떤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속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통찰을 상담에 들고 가면 엄청 칭찬을 받는다. 적고 보니 매일 하는 일들의 유익이 엄청 많구만...
아무튼, 오늘 단톡방에서 뇨끼 얘기들을 많이들 하길래 내일 교회 끝나고 먹으러 가자고 꼬셔보았다. 매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