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못 찾겠습니다.

요양원 면회 이야기

by 바이올렛

대략 2~3주에 한 번씩 어머님이 계신 요양원을 찾고 있다. 확진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유리문을 사이에 둔 면회만 허용되고 있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어머님께서 나를 알아보신 적은 한두 번 정도이고, 이제는 갈 때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는 얼굴로 쳐다보신다. 그 시선이 쉽진 않지만, 남편과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아이를 키울 땐 어린이집 선생님만큼 위대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요양보호사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그렇다. 희생정신이 없으면 절대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님과는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남편의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하실 수 없다. 그래서 보호사님이 옆에서 대신 대답을 해주시곤 한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어린이집 선생님과 상담할 때처럼.


보호사님께 요즘 어려운 점은 없는지 여쭤보았다. 밤 12시에 한 번, 새벽 6시경에 한 번 어머님을 깨워서 화장실을 모시고 가야한다고 말씀하신다. 어머님은 화장실 위치를 모르신다. 매일 초기화되는 기억으로 살고 계시기에, 화장실을 혼자 찾아가지 못하신다.


그렇게 밤에 깨워서 볼일 보는 것을 도와드리지 않으면, 옷을 입은채로 볼일을 보신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아마도 내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나왔을 것이다. 우리가 모실 때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안방과 바로 붙어있는 화장실 위치는 그래도 찾으실 수 있었는데...


어머님은 내게 고운 모습만 보여주시고, 요양원에 입소하신 이후에 본격적인 화장실 도움이 필요한 단계로 들어가신 것이다. 밤에 깨우는 시간이 조금만 늦어지면 방안에서 볼일을 보시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침착한 표정을 지을 수 없다. 아이들이 밤에 이불에 오줌 싸고 나에게 울면서 찾아오는 모습도 떠오르고, 우리가 요양원에 모시는 시기를 조금 더 늦췄더라면 내가 수습해야 할 일인데 생각하니 또 마음이 쿵 떨어진다.


그리고, 언젠간 이런 마음속 호들갑을 떠는 나 역시 누군가의 도움으로 화장실 가는 것을 안내 받아야 하는 순간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자 그 누구도 남의 배변 문제를 비웃거나 손가락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모실 때 보던 모습은 어머님이 거울을 보고 거울속 어머님 자신과 대화하면서 방긋방긋 웃는 것이었다. 한 번은 어머님 생신 때 횟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나오려는데 어머님이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인사하시는 것을 보고 서둘러 모시고 나온 적이 있다. 화장실엔 다른 사람들이 있었기에 어머님이 따가운 눈초리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 증상이 심하실 땐 집안의 욕실에서 거울속 자신과 삿대질을 하며 싸우신 적이 있었다. 그럴땐 병원에 이야기해서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한다. 그렇게 분노할 때 체력과 감정소모가 크기 때문에 어머님이 힘들기 때문이다. 스스로 멈추질 못하니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럴때 가족의 마음도 같이 아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거울에 대고 욕을 하는 것이 한동안 요양원에서도 계속된 모양이다. 보호사님이 이야기하시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요양원 직원이 말 하지 말라는 시늉을 한다. 우리는 모시면서 이미 다 봤던 증상이기 때문에 괜찮은데... 숨길 필요가 없다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어머님은 그렇게 요양원 생활을 반년 넘게 이어오면서 다른 어르신들과의 교류는 불가능한 상태로 혼자서 화장실도 찾지 못하고, 아기처럼 보호사들의 손길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면회 때 만나는 보호사들은 어머님보다 연세가 많은 분도 계신 듯 하다. 우리 어머님은 젊고 예쁜 치매를 안고 있을 뿐이다.



건강한 몸으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 그 자체가 축복받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프지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역시 숭고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 경계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때로는 가슴이 미어지는 때도 있고, 추악한 본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숨는 것 조차 소용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그런 것이다. 보송보송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눅진하고 냄새나는 것 역시 존재한다. 그 모든 인생의 촉감을 손으로 만져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잘 나이들며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머거본 땅콩+멸치와 고구마 말랭이를 사식으로 넣어드렸다. 요양사분들이 드실 롤케익도 드렸다. 매번 요양원에 갈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지.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득 안고 살아야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거야.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요양원 안의 삶도, 요양원 밖의 삶도 응원하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