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Take a My Brunch

블로그를 한다는 것.

by 오늘은 J


한때 '싸이월드'라는 홈페이지가 대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싸이월드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거대한 인맥관리의 장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 몇 마디를 나눈 후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바로 물어보는 것이 싸이월드 주소였다. 싸이월드로 친구를 추가하고 서로의 개인 공간인 미니홈피를 오가며 일상을 주고받았다. 나 또한 나의 근황에 대한 글이나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을 올리기도 하고, 가끔은 이불킥 할 수 있는 감성팔이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싸이월드의 문제점이 있었다. 싸이월드는 개인정보 이용이라는 아슬아슬한 줄 위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이름과 생년월일만 알면 그 사람의 미니홈피를 찾아내기 매우 수월했다. 물론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나 또한 좋아하는 사람의 정보를 몰래 캐내거나, 헤어진 옛 연인의 안부를 찾아보기도 했다. 또한 혹시나 어릴 적에 함께 놀았던 친구들이 싸이월드를 통해 나에게 연락을 해오지 않을까 싶어서 내 미니홈피의 글들은 대부분 전체 공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 OO가 니 이야기하더라. 요새 너랑 연락이 안된다던데. "


OO? 아는 사람이긴 했다.

내가 잠깐 좋아했던 사람의 친구였다. 잠깐 좋아했던 사람은 알면 알수록 쓰레기 같은 성품을 지녔기에 연락처도 삭제하고 기억에서 지우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러니 그 쓰레기새끼의 친구랑 나랑은 연락할 일이 전혀 없는 사이였다.


친구에게 조금 더 캐물었다.

OO은 나에 대해서 꽤나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나랑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 것처럼 말이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내 미니홈피였다. 그 사람이 말했다는 내 근황들은 전부 내 미니홈피에 있었다. 너무너무 무서웠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는 내 정보를, 내 근황을, 내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다 알아갈 수 있었다. 나를 잘 아는 듯, 내 친구 인냥 행세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도 있는 문제였다. '전체 공개'를 유지한 나의 부주의도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이렇다 할 절차 없이 쉽게 나의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있는 싸이월드 구조에 대해 불신이 커졌다.


그리고 내 미니홈피 계정을 전부 삭제했다.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몇 년 몇 월 며칠에 태어난 누구의 이야기' 가 아니라.. 그냥 내 온전한 이야기를 외치고 싶었다.


아무 이야기나 두서없이 끄적거렸다.

감성이 치우치는 글을 쓸 때도 있었고, 정치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쓸 때도 있었다.

가끔은 내가 읽은 책, 내가 본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기도 했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몰라 방황하는 학생처럼, 내 블로그도 주제 없이 수년을 방황했다.


그리고... 이제는 한 가지 주제로 블로그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완성된 살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재도 노력하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면 그거로 족하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거로 족하다.




내가 블로그를 한다는 것. 그것이 전부이다.













2015년 9월 런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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