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이야기] 이 또한 나에게 큰 경험이 되리라

Chapter. 0_ 준비단계

by 오늘은 J

[J 이야기] Chapter. 0_ 준비단계


이 또한 나에게 큰 경험이 되리라



영국 워킹홀리데이에게 선전포고를 한 뒤로 내가 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영어회화학원 다니기.


학창 시절에도 해외로 배낭여행을 여러 번 갔던 나이기에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 영어 수준이 유창함과는 조금 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마구잡이로 내뱉는 영어를 올바르게 바로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와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 영어를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비교한 끝에 결정한 한 영어 회화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회화실력을 늘려주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치사의 늪에 얷매여있던 나를 어느 정도 해방시켜줬다는 점과 학원에서 친해진 영국인 선생님의 도움으로 미리 CV (영국식 이력서)를 준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준비기간에 꼭 필요한 과정이었음이 틀림없다.


두 번째는,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 하기.


가이드라는 직업을 생각하고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시작한 것이지만 그것만을 생각하고 뛰어들기에는 너무 불안했다. 모집공고가 언제 날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가이드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영국에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차선책이 필요했다. 다른 직업 혹은 직종들은 한국에서 미리 경험할 수 없을지라도 스타벅스는 세계적인 커피 체인점이기 때문에 미리 경험을 쌓고 간다면 영국의 커피숖에서 일을 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하나하나 잘 준비해가는 듯 한 나의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그런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에게 가까워지는 것은 불안감과 두려움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였다. 이전에 유럽여행도 이미 세 번이나 혼자 다녀왔다. 그 여행들을 밑바탕으로 어느 곳에 있던지 다 잘해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는데, 그 자신만만하던 당당함은 어느새 사라진지 오래였다. 해외로 여행을 가서 지내는 것과 해외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늦게 깨달은 것이다. 직접 영국 사람을 대면해서 약속을 잡고 내가 살 집을 알아봐야 한다. 일을 할 때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인터뷰를 하고 영어로 교육받아야 한다. 준비하고 있던 모든 것이 무서웠고 두려웠다.


이 두려움은 시작일뿐이었다.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던 가이드라는 직업에 대한 내 마음도 모호해지고 있었다.

나는 영국을 좋아하는 것일까, 런던을 좋아하는 것일까. 영국의 역사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영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지도 않다. 비틀즈의 노래도 TV에서 흘러나와 몇몇 개를 알게 된 것일 뿐, 그 외에 어떤 노래가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던 그 가이드분과 나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분은 스페인을 좋아하고 바르셀로나를 아끼고 자신이 설명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들 때문에 나는 또 다시 무너질 것 같았고 영국에서 내 시간만 허비할 것 같았다. 이 시간에 남들처럼 취업준비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매일매일 고민에 빠졌다.


고민에 빠져 있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을 뻗은 것은 다시 그 가이드 분이었다. 휴가기간에 잠시 한국에 들어오신 가이드 분과 우연히 연락이 닿은 것이다. 당장이라도 만나야 했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나에게 가이드분과의 만남은 너무나 절실한 것이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우리는 꼭 한번 만나야 한다며 전투적인 자세를 취했고 가이드 분은 어렵게 시간을 잠시 내주셨다.

우리는 늦은 저녁시간 동대문에 있는 한 빵집에서 만났다. 내가 어떤 말을 했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정신이 없었고 답답했다. 어쩌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주저리주저리 뱉었을지도 모른다. 모호함과 답답함 속에 혼자서 이 말 저 말을 끄집어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시간이 흘러갔는데 마지막에 가이드분이 해주신 말만이 내 가슴속에 와서 콱 박혔다.



“ J 씨가 무엇을 하던 그것은 모두 경험이 될 거예요. 영국으로 가서 하게 되는 일이 가이드가 아니더라도 혹은 다른 특정 직업이 아니더라도. 설사 모든 것을 허탕을 치고 돌아오더라도 그것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큰 경험이 될 거예요.”


무엇을 하던 경험이 되리라. 이 말 한마디가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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