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도
울릉도 여행을 정하고 나서 내 편과 꼭 가자고 이야기했던 장소가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 첫 번째가 관음도였다. 울릉도 여행 이야기를 하면 꼭 한 번씩 나오는 장소인 데다가, 얼핏 본 사진만 보아도 꼭 한번 실제로 보고 싶은 모습이 가득했다. 그래서 울릉도에서의 정식 첫 일정은 관음도로 정했다.
아침부터 달려간 관음도 앞에는 벌써 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었다.
매표소에서 매표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에 도착한 곳에서 보이는 경치부터 이미 나를 너무 설레게 했다. 푸른 하늘, 파란 하늘, 녹색 들판 모든 게 완벽했다.
관음도를 직접 오기 전에는 그 경치에 대해서는 기대했지만, 관음도 내에서의 산책 코스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 매우 협소한 공간일 거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웬걸, 산책이라기에는 숨이 조금 가빠질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느 길을 들어서느냐에 따라서 볼 수 있는 풍경도 달랐다. 파란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오름길도 있지만, 울릉도의 녹색 들판을 넓게 내다볼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관음도에 사는 것 같은 냥아치도 한 마리 만나서 따라가 보고, 긴 갈대와 녹색 들판을 배경으로 하는 나무데크에 앉아서 사진도 찍어봤다.
그렇게 걷다 보면 또 어느 순간 저 멀리 푸른 바다와 작은 바위섬들이 보이는 게, 정말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뷰가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저 멀리 삼선암도 볼 수 있었다.
<관음도 전망대 2>
삼선암은 조면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섬이며 원래 울릉도와 이어져 있었으나 오랜 차별침식에 의해 본섬과 분리되었다. 삼선암은 일선암, 이선암, 삼선암으로 구성되는데, 이 위치에서는 이선암이 일선암 뒤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울릉도의 풍경에 반하여 하늘로 돌아갈 시간을 놓친 세 명의 선녀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바위가 되었고, 제일 늦장을 부린 막대 바위에는 풀조차 자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관음도의 위치에서 삼선암이 마치 하나의 바위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 개의 작은 바위섬이었다. 섬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바위에 가깝기는 하지만, 어쩌면 지나칠 수 도 있는 바다 위의 이 바위에도 전설이 내려온다는 게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관음도에서 또 유심히 보게 된 섬이 하나 있다. 바로 죽도이다. 삼선암은 건물이 들어서거나 사람이 살 수 있을만한 크기가 아닌 작은 바위에 가깝다면, 죽도는 정말로 섬이다. 울릉도의 부속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섬이 있는지도 몰랐다. 울릉도 옆에 있는 섬은 독도만 생각했지. 그런데 관음도를 돌면서 죽도가 계속 눈이 밟혔다. 죽도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른다.
죽도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무한반복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관음도를 한 바퀴 다 돌았다. 다시 다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울릉도 본섬의 모습이 보였다. 바위산으로 가득 찬 울릉도가 만들어내는 멋스러움,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관음도를 다 둘러보고 내려와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으니 삼선암도 가까이 가서 한번 보고 왔다. 파도가 심한 날에는 삼선암 앞의 차도까지도 바닷물이 넘어오는 것 같았다. 바닥이 군데군데 젖어있는 게 보였다. 그래서 파도가 세게 몰려오는 게 보이면 우다다다 도망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