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해바라기호
울릉도에 오기 전까지는 존재도 몰랐던 죽도를 관음도 산책길에 계속 만나다 보니, 저 작은 섬이 어떻게 생겼을지 가보고 싶은 욕구가 피어올랐다. 게다가 관광 안내책자에 나와있는 대표적인 유람선에도 울릉도섬일주와 함께 죽도관광이 쓰여있는 걸 보니, 죽도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그래서 점심을 먹으면서 죽도관광 대표번호로 전화를 했고, 당장 오늘 오후에 배편이 있다고 해서 바로 예약했다.
여행 책자에 나오는 죽도 관광(문의전화 791-6711)은 도동항에서 출발이었지만 오늘 오후 배편은 추가된 운행이어서 그런지 저동항에서 출발이었다. 시간은 오후 2시 20분, 점심식사를 끝내고 이동하면 딱 되는 시간이었다.
오후 1시 50분. 저동항 어판장의 12번 기둥 앞에 사람이 가득 모여있었다. 우리도 얼른 그 무리로 들어가서 담당자분께 현장에서 표를 구매했다. 죽도 관광표는 죽도입장료 2천 원을 포함해서 3만 원이었다. 비싸야 2만 원 정도 생각했다가 금액 듣고 흠칫 했는데, 예약까지 한 마당에 금액 따지 정신없이 현금으로 결제했다.
담당자분은 현장에서 죽도 배편을 문의하는 사람들에게 사전예약을 한 사람 외에는 구매가 어렵다는 안내를 계속하고 있었다. 죽도관광도 나름 인기 노선이었다.
죽도를 가는 죽도 해바라기호는 1층과 2층으로 되어있었는데, 2층은 야외석이었고 인기가 많아서 자리가 없었다. 나도 위층에 앉고 싶었는데, 단체승객들이게 밀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울릉도에서 죽도까지는 배로 15~20분 정도 소요되고, 죽도에 입도 후에 관광할 시간을 따로 준다고 했다. 짧은 코스니까 위에 앉지 못한걸 억울해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위층에 앉으신 분들은 탑승 때부터 새우깡을 챙겨 오셨는데, 갈매기들이랑 놀려고 마음먹고 오신 것 같았다. 1층에서는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받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죽도에 도착한 배는 한참이 지나도 입도를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안내방송이 나왔다. 너울성 파도가 심해서 입도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입도를 못하는 건 독도만 걱정했지, 죽도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방송을 듣는 순간 내가 너무 안일했다 싶었다. 아, 입도가능여부를 좀 찾아보고 물어보고 할 것을.. 1인당 3만 원을 이렇게 쓰는구나....
입도를 못한 배는 죽도 주변을 한 바퀴 크게 돌고 다시 저동항으로 돌아가는 코스로 진행되었다. 입도를 못한 그 안타까움을 채워주시려는 듯, 선장님은 너무나 열심히 무언갈 방송으로 이야기해 주셨다. 하지만 길어진 배위에서의 시간과 거센 파도 위에서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나도 멀미가 올 거 같았다. 작은 배가 파도를 제대로 만나니 정말 배가 요동쳤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었던 사람들은 흠뻑 다 젖을 정도로 바닷물을 맞기도 했다. 죽도 한 바퀴도 싫고, 울릉도 한 바퀴도 싫고, 설명도 괜찮으니 내려줬으면 싶었다.
하늘은 맑지만 바다는 또 다른가보다. 파도가 센 바다 위의 죽도는 관음도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거칠어 보였고, 이렇게 죽도 밥도 안될 거 괜히 욕심부렸다 싶었다. 제발 배에서 내려만 주세요를 속으로 만 번쯤 외친 후에야 배는 저동항에 도착했다. 배에서 토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아마 대부분 토하기 직전상태였을 것 같다.
이때 이후로 뭔가가 잘 안 풀리면, 죽도 같으니라고~ 하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