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타로-픽
타로 서비스 타로-픽 오픈을 앞두고, 결제와 로그인 단계를 제외한 MVP를 먼저 만들어 지인들에게 유저 테스트를 돌려보기로 했다. 핵심 기능을 빠르게 검증하고 이후 결제와 로그인을 붙여 피드백을 반영한 정식 버전을 오픈할 계획이었다.
핵심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단연 타로보기 플로우고, 타로보기 플로우만 고려해서 디자인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물론 이 것은 착각이었지.) 빨리 오픈하고 싶은 마음, 그 욕심에 새벽까지도 피그마를 붙잡고 디자인을 했다. 진짜 그 무엇보다 열심히 한 것 같았다. 그리고 '타로'라는 콘텐츠 특성에 맞게 적당한 디자인이 아니라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주요 기능에 대한 디자인과 개발작업을 하면서 이야기 나누다 보니, 내가 미처 고민하지 못했던 자잘한 문제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사용자들이 타로를 재미있게 보고 나면, 그 결과를 URL로 공유해 자연스럽게 신규 유입을 만드는 '바이럴 루프'를 그렸다. 하지만 타로 리딩은 MBTI 성격 테스트처럼 정해진 몇 가지 결과값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질문과 선택한 타로 카드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이걸 단순히 URL로 공유한다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공유 방식을 '이미지 저장'으로 변경해야 했다. 게다가 사용자가 자신이 봤던 타로 결과를 다시 보려면 '기록'이 남아야 하고, 기록을 매칭하려면 결국 '사용자 정보(로그인)'가 필수였다. "로그인 없이 가볍게 가자!"라며 룰루랄라 신나 있었는데, 결국 오픈 직전에 로그인 페이지와 저장 기능을 부랴부랴 추가해야 했다.
이 문제로 끝나는게 아니었다. 로그인을 하게 되면 어떻게 로그인 하게 할건지, 어떤 정보를 받을건지, 로그인, 로그아웃, 탈퇴가 연결되어야 했다. 로그인 단계는 어떻게 넣을건지 타로를 볼 수 있는 권한은 MVP때 어떻게 반영할건지 등 주요 기능은 아니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예외 상황들이 너무 많았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고, 내가 고려하지 못한 구멍들이 보일 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체감하며 자신감이 쪼그라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1차 유저 테스트를 시작했다. 완성! 이라는 느낌으로 시작했다기 보다 일단 부딪혀 보자는 마음으로 지인들에게 링크를 돌렸던 것 같다. 결과는 어마어마한 피드백 폭탄이었다. 여기서 폭탄은 양의 문제라기보다, 내가 고려하지 못한 질적 내용이 많았다. 그것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었다. 나에게도, 개발자에게도 일감이 우수수 떨어졌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서비스 차원에서는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가장 머리를 '탁' 치게 만들었던 피드백은 "질문을 직접 입력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타로가 익숙한 나에게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적는 게 당연했지만, 익숙지 않은 사용자들에게 갑자기 주어진 '높은 자유도'는 오히려 막막함과 이탈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타로 용어가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피드백을 받으면서 서비스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나는 타로 서비스를 '성찰'의 방향으로 잡았는데, 사용자들은 생각보다 '단호한 결과'를 기대했다. 모바일 사용성의 불편함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카드 등장 애니메이션, 카드의 그림이나 크기, 선택 방법 등 솔직하게 던져주는 지인들의 피드백이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속상하기도 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방향과 다른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속으로 "그건 너희가 타로를 잘 몰라서 그래!"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답답함도 느꼈다. 하지만 내 고집만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할 수도 없기에, 리스크가 큰 부분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수정하기로 했다. 이 과정을 이성적으로만 처리하면 참 좋았겠지만, 내가 애정을 쏟는 내 서비스다 보니 중간중간 현타도 오고 화도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수정 사항이 늘어날수록 계속 반영 해야 하는 개발자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이면 유저 테스트 피드백을 다 반영해서 본 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을 거라던 나의 순진한 기대는 다 무너졌다. 쏟아지는 피드백을 냉정하게 분류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큰 불을 껐다 싶으니 이제는 품질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하겠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를 버티게 해 준 힘이 있었다. 바로 '디자인'에 대한 칭찬이었다.
회사 일은 클라이언트나 상사의 마음에 들어야 하지만, 이건 온전히 내 프로젝트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욕심껏 디자인했다. 퇴근 후와 주말을 갈아 넣으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작업했는데, 사람들이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 "퀄리티가 높다"라고 말해주니 그간의 노고를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기획자로서 쭈글해졌던 마음이 디자이너로서의 뿌듯함으로 녹아내렸다. 디자인 호평 덕분에 제대로 오픈하는 날이 기다려질 만큼 다시 보람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