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반
동이 터 오르기 전의 거무스름한 하늘이 매일 마주하는 첫 장면이다. 핸드폰을 한 번 보고 늦잠을 자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일어날 준비를 한다.
하나. 두울. 세엣.
벌떡!!!
매일 십 분만 더 십 분만 더를 외치다가 아이들 학교를 아슬아슬하게 들여보내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올해부터 바꾼 기상습관인데 꽤나 유용하다.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셋을 세고 일어나서 주방으로 걸어간다.
캄캄한 주방의 불을 켜고 전날 생각해 놨던 재료를 꺼낸다. 아이들과 남편의 점심은 치킨 햄(이곳은 돼지고기가 금기라서 돼지 햄은 매우 비싸다.)을 넣은 샌드위치 그리고 아이들 스낵은 포도와 라즈베리를 준비했다. 2년을 넘게 하다 보니 이제는 순식간. 이 순간만큼은 내가 요리왕 비룡이다.
‘하.
급식 세대였던 내가 도시락을 싸고 앉아있네.’
괜히 한 숨을 푹 쉬고 해가 떠오르는 창밖을 쳐다본다.
오늘 날씨 머선일이래.
모래먼지와 미세먼지 그리고 공사먼지의 대환장 콜라보를 이루는 아부다비에서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광경이다. 태양이 비추는 저 끝에 저렇게 바다가 있었구나.
태양은 저 자리에서 항상 빛나고 있었는데 이를 보지 못하게 했던 건 내 마음에 낀 먹구름이었구나.
얼마 전 타지에 와서 수술을 받고 (아주 성공적이었지만) 호르몬의 요동인지 마음이 빈곤 해졌던 건지 누워서 울고 불고 부르스를 추던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3월
아부다비는 겨땀 폭발이 시작하는 계절인데 감사하게도 올해는 날씨 요정님이 강림하셨다.
따스한 햇빛에 기분 좋은 공기 한 모금 마시니 이게 뭐라고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누군가가 날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살아가자고.
잘 살아가자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