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랍 애미 라이프 Dec 20. 2023

이젠 불멍보다 연멍이 좋다

아랍 사람들이 쉴 새 없이 피워대는 연기의 정체


아부다비의 쇼핑몰을 종종 걷다 보면 쉴 새 없이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황금 항아리 단지를 발견하곤 한다.


이거




호기심 덩어리인 나는 코로나 기간 동안 저 연기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거리는 것을 간신히 참고 지냈다가


두바이 엑스포에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히잡과 아바야를 두른 언니들이 항아리 단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위에서 아바야를 살랑살랑 거리며 흔드는 것이 아닌가!!


그 옆에 있던 언니는 손 부채질을 해가며 연기를 자신의 히잡 쪽으로 끌어당겨 오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아랍 생활에 관한 책을 통해 연기의 정체가 OUD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슬람 전통이라기보다는 UAE 사람들의 전통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Oud는 agarwood의 조각으로, 그 위에 독특한 향이 나는 오일을 뿌려 절여두는 작은 나무 조각이다. 석탄을 태워 불을 피우고 그 위에 나무 조각을 올려두면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그윽한 자연의 향이 집안 가득 퍼진다.


이 곳 UAE에서는 집에 손님이 올때와 갈때 Oud를 피우는 것이 매너 까지는 아니고 일종의 센스?라고 한다. 특히 마즐리스 같은 큰 행사가 열릴 때 이를 피우는 것으로 환영의 의미를 내비친다고.


Oud매장에서 시연하고 있는 모습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백이면 백 Oud를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남자들은 Oud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Bakhoor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전자가 좀 더 투박한 나무의 향이라면 후자는 오우드에 각종 향과 오일을 입혀 종류가 다양해 내 취향에 맞는 것으로 고를 수 있다.


오우드 매장에 가보니 현지인들의 말대로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었는데 10그램에 10만 원이 넘는 물건도 있었다 그리고 그 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피우는 순간, 아마존 열대 우림 안에서 나무에 불을 피우고 있는 상상에 사로잡혔다. 이건 정말이지 지갑을 안 열 수가 없는 향이었다.


앞쪽 유리병에 든것이 정제된 Bakhoor 뒷쪽 나무 케이스에 든 것이 Oud이다. 겹쳐 뿌리는 향수도 있다.


비싼 물건을 파는 곳 답게 인테리어가 아주 럭셔리하다


후덜덜한 오우드에 지갑을 열고 집에 와 시험 삼아 피워보았다. 작은 단지 안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 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머릿속을 어지르던 고민들이 연기를 타고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돈 타는 향



킁킁킁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남편한테 잔소리 듣지 않을까 살짝 긴장했는데 집안을 가득 메운 자연의 향에 남편도 화색이 되더니 한국 갈 때 이건 꼭 몇 개 사가야겠단다.



그 뒤로도 나는 머리 아픈 일이 있을 때마다 석탄에 불을 붙이고 작은 우드 조각을 하나 올려놓는다.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 고민이 사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라져 가는 연기를 보면 내 고민도 저렇게 사그라들어 버릴 것인데 왜 이리 머리를 싸매고 앉아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우드를 피우는 시간이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되었다.


오만 지역에서도 이렇게 생긴 연기를 피우는데 오만에서 피우는 것은 프랑킨센스 (유향)으로 Oud랑은 전혀 다른 물건이지만 얘도 장난 없이 좋다. (프랑킨센스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겠다.)



오우드 선물 셋트

현지인 친구가 여태 받은 선물 중에 가장 좋았던 게 Oud와 Bakhoor 세트였다고 했다. 사이즈가 웬만한 초 1 키만 한 걸 받았는데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나중에 매장에 가서야 그 친구가 왜 행복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영상의 작은 세트도 40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은 ‘얼죽아’…중동에는 보약 같은 ‘뜨죽아’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