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생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감대를 기록한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공감대와 기록...내가 글을 쓰기로 한 이유다.
난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어쩔 때는 막연히 들어만 주다가도, 나와 비슷한 얘기면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그러면 나도 좋고 상대방도 좋아했다.
말 듣는 것을 거창히 얘기하면 화술의 고급기술이라고도 한단다. 처음에 난 이해가 안 갔지만 추가로 붙은 설명을 읽은 후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대화를 할 때 서로 말을 걸고 공통점을 찾아서 자연스레 말을 이어가는 것이 정석으로 생각되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말을 잘 들어주면, 상대방이 더욱더 이야기를 꺼내 조금 더 친숙하게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상대방에게 대화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난 어쩌면 상대방에게 대화를 할 동기부여함으로써 상대방의 삶의 대화를 듣는 것을 좋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누군가의 인생얘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내 얘기를 하고 글로 쓰는 것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왜 흥미가 생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인으로서의 삶이 불확실해지고, 쌍둥이 부모가 된 후 부모로서 삶이 처음이라 누군가의 삶에서 조언을 얻고 참고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나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나와 비슷한 경험, 비슷한 생각을 갖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을 하고픈 마음이 커진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망각이라는 얘기가 있다. 고리타분한 일부터 심각하고 중요한 일까지, 슬픈 일뿐만 아니라 즐겁고 기쁜 일까지 모든 일을 기억한다면 주어진 뇌용량을 다 써가면서 골치 아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기분 좋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 기억하면 좋으련만 이 또한 긴 인생을 살아가며 전부 기억해 둔다면 금방 뇌용량이 찰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망각이 가장 큰 선물인데 막상 전부 잃어버리는 건 뭔가 허전하고 완벽한 선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깐 말이다. 이런 허전한 마음을 아셨는지 또 하나의 선물을 주신 게 있는 것 같은데 바로 생각하는 힘과 언어와 글자를 사용할 수 능력이었다.
인간은 생각을 하고 언어를 통해 말을 하며 언어를 통해 말을 글로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훌륭한 선물을 잘 활용하지 못하였다. 공부를 위한 기록은 했을지언정 일기 쓰거나 나의 생각이나 삶의 경험을 기록하는 일에는 큰 흥미를 못 느꼈었다. 왜냐하면 삶은 흘러가는 것이고 지나간 기록을 하는 노력대비 과거에 대한 기록을 보는 것은 그 당시 일에 대한 추억을 할 뿐이지 나의 삶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삶을 기록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이 든 이유는 부모가 되면서 삶을 그냥 흘려보내기보다는 삶의 경험 속에서 내가 생각하면서 얻었던 깨달음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망각이란 선물과 기록이라는 선물을 모두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었다.
앞으로 난 크게 2가지 갈래로 이야기를 써볼 생각이다. 하나는 나로서의 삶의 경험과 또 하나는 아빠로서의 삶의 경험을 쓸 것이다.
과연 몇 분이 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내 글을 읽는 동안은 잠깐이나마 근심 없이, 마치 어렸을 때 재밌게 보았던 만화책의 한 페이지를 본 것처럼 가볍게 읽고 좋은 느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