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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민 Aug 03. 2022

좋은 리더란 직원을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리더를 위한 관계 수업 (作 미즈시마 히로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나는 중소기업 정형외과병원 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응급수술 및 미세접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라 타 지역에서도 구급차를 타고 올 정도로 유명한 병원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입퇴원 환자와 수술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의사의 처방을 받고 그 처방이 환자에게 적합한지 확인하고, 환자에게 직접 처치하는 역할이었다.


 그 당시에도 간호사 수는 대부분 2-3명 부족한 시스템으로 흘러갔다. 게다가 병원은 년간 수술 환자와 입원환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임시 병동을 만들어서라도 환자들을 받았다.


 의사는 수술건수대로 추가임금을 지급받았지만, 5층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2층에 만들어진 임시 병동으로 환자를 돌보기 위해 오르락내리락해도 추가임금은 없었다. 후에 1시간 이상 초과근무 시 인센티브를 지급해주는 제도가 생겨났지만, 40분 초과근무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내게 있어 좋은 리더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서 제시간에 끊고 맺을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제시간에 일을 마치면 칼처럼 퇴근하는 그런 소소한 기쁨도 있고, 마감시간이 늦기 전 제시간에 딱 맞춰 원고를 제출했을 때의 스릴감을 느끼듯 그런 일하는 맛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분 연장근무를 하게 되면 벌써 긴장이 돼 버린다. 10분 연장 뒤에 다가 올 갖가지 업무들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상 나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주는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그 10분 사이에도 타 부서에서 우리 부서로 온 요청사항, 환자들의 갖가지 요구와 업무들이 추가로 생기면 퇴근시간이 막연해져 버린다.


 처음에 한두 번은 30-40분 초과근무를 해도 괜찮았지만 그게 쌓이다 보니 무상으로 일하는 기분이 들고, 근무하는 현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병동의 부서장인 수간호사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수간호사가 자주 바뀌는 병원이라 큰 기대가 없었는데, 새로운 수간호사 선생님의 등장은 정말 두고두고 기쁜 일이었다.


 왜? 부서장이 바뀌면서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칼퇴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내가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효율적인 수선생님과 일하고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효율적인 게 좋다.  


 『리더를 위한 관계 수업』이란 책은 그런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책이었다. 내 안의 좋은 리더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내려줬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직원을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여러 사례와 작가의 해석을 통해 설명을 해준 책이다.


 그중에 나는 “환경을 바꾸는 것”에 대한 설명이 가장 끌렸다. 왜냐면 내가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구성원도 중요하지만 리더의 역량과 성향에 따라 같은 일도 하는 스타일과 효율이 달라졌다.


 그 당시 수간호사 선생님이 있기 전에는 한 환자가 입원해서 수술하고 며칠이 지났어도 입원 당시 검사와 내과진료여부 및 수술명을 알아도 또 읽어야 했고, 현재 쓰고 있는 약까지 줄줄이 읽으면서 인계를 해야 했다.


 그게 병동에서 제일 오래된 연차를 가진 간호사 선배의 지시였기 때문이다.  35명 이내의 환자지만 많든 적든 1시간 인계는 기본이었다. 오전 7시부터 오전 8시까지는 오롯이 인계 시간이었다.


  그 후 오전 8시에 환자들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라운딩(병동을 돌며 입원 환자상태 확인)을 하면 30분 정도는 걸렸다.


 게다가 간호기록을 하기도 전에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주치의 회진을 따라나서야 했고, 주치의 회진이 끝나면 오전 9시까지는 수술 전 검사가 있는 환자를 챙겨야 했고, 물리치료나 운동치료 또는 고압산소실에서 연락이 오면 또 그 업무를 진행해야 했다.


 하아... 뒤죽박죽 쉴 틈 없이 밀어닥치는 일들을 해내며,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일하기 바빴다.


 그러던 와중 새로운 수간호사 선생님은 한동안 우리 병동의 모습을 지켜본 뒤 인계 시스템부터 바꿔나가셨다.


 POD2일(수술 후 2일)까지만 수술명을 읽어주고, POD3일(수술 후 3일) 이상 된 환자들의 수술명은 챠지가 눈으로 보고 읽을 수 있으니 필요한 내용만 인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환자에게 쓰고 있는 약물은 오늘 추가된 것이 아니면 계속 쓰던 것이니 불필요하게 읽지 않았다.


 그리고 주치의 회진을 같이 해 주셨다. 우리 병동에 일하는 직원이 많아서 챠지와 서브 챠지(subcharge, 챠지의 업무를 도와주는 역할)까지 있으면 그것도 좋겠지만 사실 그 당시 인력난으로 어려웠다.


 그런데 수간호사 선생님이 우리 병동에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본인이 서브 챠지 역할을 해주면서 병동의 업무가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 것이었다.


  챠지가 주치의 회진부터 추가 퇴원까지 다 처리하고 수시 처방 확인까지 다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일할 때 숨이 차고 부담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새로운 수간호사 선생님이 대신해준다며 본인에게 맡기고 챠지가 할 다른 일들을 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니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더 높일 수 있었다. 환자 파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인계장을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나열하는 스타일을 고집하는 리더도 있었지만, 새로운 수간호사 선생님의 방법으로도 환자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시간과 전산상으로 세세히 환자 파악을 할 시간이 늘어갔다.


 그런 변화는 내가 그 병원에서 계속 일을 하는 것에 동기부여가 많이 다. 업무강도가 높아도 환자수가 과하게 많아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방법은 있구나 하며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새롭고 효율적인 방법이 좋구나 하는 걸 몸소 느꼈다.


 어느덧 인계 시간은 파바박 줄어들어 나중에는 20-30분 안에 끝났다. 초과근무는 거의 없었다. 정시가 되면 수간호사 선생님이 갖가지 환자들의 문의사항을 처리해주고, 근무가 끝난 직원들은 바로 탈의실로 가게 했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가뿐하게 퇴근하게 해 줬다. 정시퇴근도 잘 되니 일할 맞도 나고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었을까? 리더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거기에 맞게 잘 변화도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리더가 변해야 일하는 환경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그 어느 때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화를 내며 가르치면 숨죽여 배워야 했던 직장문화가 당연하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그 잔재를 가진 리더들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효과적이던 효과적이지 않던 리더가 하라고 하면 해야 했던 시대.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것 같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시대다. 워크(일)와 라이프(삶)의 밸런스(균형)가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이다. 일에만 치우쳐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서원들이 일하는 그 시간에 최대로 효과적으로 일을 하고 제시간에 마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퇴근하고 개인적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그다음 업무에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을 해주는 것이다.  


 병동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수간호사 선생님들과 리더들을 만나봤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분, 불필요한 일을 만들어하는 분, 즐겁게 근무를 하시는 분, 강압적인 분위기로 이끌며 일하는 분 등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가 리더를 맡아 그 병동을 이끌어 가냐에 따라 일하는 스타일과 병동 분위기가 달라졌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리더는 좋고, 윽박지르며 가르치려고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리더는 싫었다.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함께 움직이고 이끌어주는 리더를 주로 만났던 것 같다.


  앞으로 나도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직원들이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들의 작은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며 환경을 바꿔나간다면 이렇게 또 다른 결과들을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리더에 대해 확실히 정의를 내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막연한 구상만 있었을 뿐이었는데 『리더를 위한 관계 수업』이란 책을 통해서 앞으로 나는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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