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쩔 OO도전기 - 3
아침 9시경, 아이를 유치원 셔틀버스에 태우기 위해 부랴부랴 나 말고 아이의 준비를 마치고 나가는 내 모습은 한결같이 흉하다. 안 감아 기름 흐르는 머리, 조거 팬츠 보단 추리닝이라고 언급하는 게 더 무드와 맞아 보이는 바지 착용, 눈곱만 겨우 뗀 얼굴. 아직 아이가 ”엄마는 왜 안 꾸며? “라고 일침을 할 나이가 아닌지라 아직까지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그 몰골로 아파트 단지를 활보한다.
아침에 같이 등원을 시키는 다른 엄마들도 늘 나와 비슷한 차림이었는데, 이 엄마들도 나처럼 전업주부 상태인지 궁금했다. 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엄마들의 대답은, 재택근무 중이라는 것. 한 엄마는 출판 디자이너였고 한 엄마는 웹디자이너였다. 아하, 그랬구나. 프리랜서 디자이너라서 가능한 상태였다. 아이 케어와 돈벌이를 병행하기에는 최고의 근로형태, 재택근무가 너무 부러웠다.
나는 그동안 집과 5분 거리의 회사를 다녔고 그마저도 육아와 병행하려니 꽤 힘들었다. 앞으로 만약 원거리의 직장이라든지, 탄력근무제 없이 출퇴근시간이 고정되어 있는 회사에 다니게 된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어렵겠다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만나게 된, 재택근무 중인 프리랜서 엄마들이라니.
그 순간 나의 장래희망은 재택근무가 되었다. 그렇다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은 무엇일까. 우선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 대표적으로 네이버 등이 있겠다.
회사 정규직원이 아닌 프리랜서라든가 자영업이라든가의 형태로 보면 어떨까. 주위를 살펴보면 한 내 친구는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제주도에 내려가 딸을 국제학교에 보내면서 주식투자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굉장히 이상적이지만 나에겐 재테크&투자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영역은 넘보지 않겠다. 또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사업수완도 없는게 분명하므로 이것도 탈락이다.
그리하여, 주변 사람들이 역량이 있다고 칭찬해주고 도전해보라고 권유해주는 분야, 수입이 +가 아닌 0에 머무를 지라도 -가 될 리스크는 적은 분야, 리스크라고 하면 세월 낭비나 기회비용의 지출 정도인 그것, 바로 집에서 글써서 밥 벌어먹을 수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본업으로든 부업으로든 취미로든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에 비해 텍스트 읽기를 즐겨하는 사람은 체감 상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그만큼 각각의 재능의 차이도 커서 글값을 어떻게 매기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블로그 댓글 알바나 블로그 기자단 같은 것이 글로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노동의 예라면, 글로 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시급의 노동은 무엇일까.
성공만한다면 글로써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 드라마 작가가 나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물론 장밋빛 판타지로만 그려지지는 않았다.
다음글 글로 밥 벌어먹는 삶에 대한 고찰-드라마작가1 에서 계속됩니다.
최근까지는 저도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었습니다. 퇴사한 전 김부장의 인생 2막을 차례 차례 기록합니다. <우여곡쩔 OO도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