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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완 Jul 01. 2020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교수 외 / 인플루엔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스스로 대처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져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현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팩트로 인식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 말은 궁극적으로 자발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강제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지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이러한 논리가 통용되는 시기가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변화를 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강제적 변화의 시기에 와있다. 경쟁과 성장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변화의 기류에 올라타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에 와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서있는 인류를 이 책에서는 ‘코로나 사피엔스’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의 관점을 생태적 관점(최재천 교수), 경제적 관점(장하준 교수), 문명의 전환 관점(최재붕 교수), 체제의 전환 관점(홍기빈 소장), 세계관 관점(김누리 교수), 인간의 삶의 관점(김경일 교수) 등 6개의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지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한 인사이트를 이 책은 제시해 주고 있다. 


생태와 인간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원인을 동물에게 찾고 있다. 예전의 사스와 금번의 코로나의 경우는 박쥐에게서, 신종 인플루엔자는 돼지에게서 메르스는 낙타에게서 발병의 근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왜 동물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의 경제적 성장은 자연의 침범과 파괴를 필연적으로 초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야생동물들과 사람의 접촉 과거에 비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공장식 집단 축산, 인구의 밀집현상, 지구 온난화 등은 바이러스에게 역사상 가장 번영할 수 있는 조건을 가져왔다. 인간은 이러한 바이러스의 침공을 백신이나 치료제와 같은 화학적 백신을 통해 해결하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자연에 대한 파괴 3~5년 주기로 경험해 보지 못한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화학적 백신으로 이를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연과 공존할 수 방안을 찾고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을 생태백신이라고 한다. 또한 인간의 무질서한 삶의 방식에 대한 개선과 사회적 의료 및 보건 안전망의 구축 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행동백신이라고 한다.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없이 화학백신 만으로는 앞으로 발생될 바이러스 팬데믹의 재발을 근복적으로 막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경제의 재편 (장하준 케임브리지 경제학과 교수)

 현재의 사태는 무한 이윤과 경제 성장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두는 반면 국민의 안전과 복지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일으켰다는 관점에서 일정 부분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즉 국가는 국민이 단지 물질적인 부를 추구하는데 그쳐서는 안되고 최우선적으로 복지와 생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번 사태를 바라볼 때 최고의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미국은 비효율적 의료보험 시스템이 사태를 악화시켰으며, 보수적 관점의 정권과 극우파의 등장에 다라 복지축소, 재정긴축으로 인해 의료서비스 체계가 부실화된 유럽의 모습을 바라볼 때 과연 국가 경제의 초점을 어느 곳에 두어야 하는 가에 대한 대답을 보여주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가는 시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명의 전환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

 인간의 DNA는 코로나 사태를 통해 언택트 문명의 시대를 본격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은 가속화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언택트 문명은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분과 같이 사용하는 사람)’ 문명을 본격화하게 될 것이다. 언택트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연결의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거의 전환된다는 의미이고 이는 기존의 연결범위를 넘어선 무경계의 초연결로 진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수단은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초연결을 위한 인프라는 더욱더 발전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초연결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생존 방식이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포노 사피엔스가 경제, 사회, 문화, 정치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본격적으로 몰려오는 시대가 도래될 것이다.  

새로운 체제 (홍기빈 칼플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지금까지 세계는 세 가지의 체제 의해 유지되어 왔다. 산업의 글로벌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는 이러한 세 개의 체제 기둥을 무너뜨리고 있다. 글로벌화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된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퍼뜨리기에 적합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켰다. 도시로의 인구집중은 집단 발병과 급속 확산의 현상을 나타내었으며, 모든 것을 돈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경제시스템은 국민의 기본적 의료와 보건영역 조차 돈으로 이를 평가함으로 시스템을 약화시켜 바이러스로 인한 국가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러한 체제가 다시 뿌리를 내리고 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떠한 변화를 수용해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시장근본주의를 극복, 포용적이고 효율적인 민주주의의 구축,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생존권(의료, 보건) 확보, 성장 중심의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대한 윤리적 질서 확립, 인간의 거주지에 대한 제한 확대(자연의 보호), 도시에 대한 인구 밀집화 최소화 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체제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머지않아 바이러스로 인해 붕괴될 가능성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세계관의 전복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코로나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의 틀을 바꾸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는 최고의 선진국으로 자부하고 있던 미국의 민 낯이 드러남으로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되었다. 그리고 국내 관점에서는 막연하게 가지고 추구해 왔던 미국화에 대한 종언을 의미한다. 이는 코로나에 대한 한국의 대응 모델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 모델은 중국의 권위주의적 대응 모델, 일본의 관료주의적 대응 모델,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자유방임형 대응 모델과는 전혀 다른 한국형 민주주의식 대응 모델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민들을 지배해 왔던 생각들이 뒤바뀌게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첫째, 경쟁을 중시하는 사회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둘째, 한국이 코로나 대응에서 보여준 한국만의 강점을 한반도 평화문제에도 주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재난 자본주의 즉, 재난을 활용하여 이권을 챙기려는 세력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절대 외면해서는 안된다. 


행복의 척도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사람들은 사실을 모를 때 불안해하고 진실을 모를 때 분노한다. 한국이 코로나 사태에서 다른 나라에게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다.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는 국민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스스로 자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불안을 완전히 해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국민들이 스스로의 행동 속에서 일정 부분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확진자들 중에서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 사람들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것이 불안과 분노의 차이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무엇보다도 보다 투명하고 정보가 국민에게 제공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며, 진실을 숨김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피해가 발생되는 부분에서 이전에 비해 국민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또한 언텍트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그동안 조직 속에서 경쟁환경으로 인해 발현된 want(원하는 것)에서 스스로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like(좋아하는 것)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즉 행복이 척도가 성취감에서 만족감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진실로 자신이 좋아는 것에 에너지를 쏟고 비교하지 않으며 함께 공존하는 시대로 열릴 가능성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대해 본다. 

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어 오면서 발생되고 있는 문제나 현상들을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힘을 ‘사회적 자본’이라고 한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비해 사회적 자본이 열악하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주장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보았을 때 한국의 사회적 자본의 수준은 모든 영역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정 영역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해도 될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맞이해야 할 현실이다. 여섯 분의 석학이 주장했 듯이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는 우리의 태도의 핵심은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일하게 이러한 주장을 하는 핵심 근거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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