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완 Apr 11. 2021

위대한 리셋

“위대한 리셋” / 클라우드 슈밥/ 메가스터디북스

최근 들어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리셋(Reset)’이다. 리셋이 필요한 경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새롭게 체계를 잡을 필요가 있을 경우이다. 요즘 ‘리셋’이란 단어가 많이 언급된다는 것은 새롭게 체계를 잡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21세기는 팬데믹으로 인해 엄청난 변화와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굳건하게 자리 잡아온 고정관념과 상식들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 성장과 효율 중심에서 환경과 생명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리셋’이란 단어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고 이를 저변화 함으로 세계 경제에 크나큰 영향력을 미친 ‘클라우드 슈밥’ 교수가 주도가 되어 서술한 ‘위대한 리셋’은 경제, 사회, 지정학, 환경, 기술 관점의 거시적 리셋과 산업과 기업 관점의 미시적 리셋, 그리고 개인적 리셋의 세 가지로 구분하여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가 서술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거시적 차원의 리셋

 거시적 차원의 ‘리셋’은 상호 의존성(Interdependence), 속도(Velocity), 복잡성(Complexity)의 세 가지 힘의 맥락 속에서 일어나게 됨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21세기 변화의 본질의 핵심은 ‘상호 의존성’이다. 과거의 세계는 150여 척의 각각의 배에서 살아갔다면 지금의 세계는 큰 배에 150여 개의 객실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 배가 침몰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배 한 척의 문제는 한 척의 문제로 끝나지만 한 선실의 문제는 전체의 선박의 문제로 연결된다. 팬데믹이 바로 가장 적절한 사례이다. 상호 의존성은 속도와 직결된다.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같이 배 한 척의 문제가 다른 배로 전파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한 선실의 문제가 배 전체로 확산되는 것은 의사결정의 속도보다 빠르다. 끝으로 복잡성은 인과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발생되는 현상에 대해 명확한 해결방안을 찾기에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세 가지의 맥락 속에서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고 ‘리셋’의 방향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 

경제적 리셋 성장에 기반을 경제 정책은 자연과 사회자원 고갈이라는 문제를 야기시켰다. 앞으로의 경제는 생명경제와 환경경제에 기반을 두게 될 것이며, 선진국가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인 재화들에 대한 자족(self-sufficiency)을 지향하는 ‘자급 경제’ 형태에 비중을 높이게 될 것이다. 또한 팬데믹은 상당 수의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는 논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는 급속도로 노동 시장에 확산될 것이다. 또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탈성장 경제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하며, 공평한 경제 축소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리셋 팬데믹은 이후에는 부자에게서 빈자로, 그리고 자본에서 노동으로 거대한 부의 재분배가 어떠한 형태로든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쟁과 성장을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종말을 고할 것이다. 이는 큰 정부로서 정부 역할의 확대와 사회계약에 대한 재정립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상대적으로 공헌이 무시된 직업 계층(간호사, 청소부, 심리상담사 등)에 대한 가치가 재고될 것이다. 또한 사회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불평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 국가 차원의 정책기반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질 것이다. 

지정학적 리셋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국가들의 봉쇄와 같은 조치는 새로운 탈 세계화 관점의 민족주

의의 등장을 예고함으로 세계화는 퇴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경제적 세계화와 정치적 민주주의 그리고 민족주의는 공존할 수 없다는 논리와 같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공급망의 단축이나 로칼라이제이션 등의 현상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의 약화를 의미하며 이로 인해 국제적 과제로 인한 충돌의 위험이 높아지게 될 것이며, 최빈국들은 큰 위기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팬데믹의 위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들의 성공은 부각되고 중국과 미국 같은 초강대국의 실패는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적 리셋 펜데믹 이후 국가들이 경제 회복에 초점을 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정책을 후순위로 미뤄 놓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반면에 환경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연합세력은 환경보전에 대해 이전보다 더 강력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며,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결국 경제회복과 강한 요구와 환경보전에 대한 강한 요구 간의 충돌이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친환경 중심의 정책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저성장, 탈세계화 그리고 팬데믹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환경파괴라는 대중적 인식으로 인해 경제 회복 정책에 있어서 친환경 정책은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기술적 리셋 펜데믹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실용화와 확장의 시기를 최소 2년 이상을 앞당겼으며, 일반인들 또한 이에 대해 빠른 속도로 적응했다. 특히 선진국 중심의 국내 자족 중심의 생산체계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측면에서 로봇을 통한 자동화에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팬데믹 이후에는 국가와 기업을 중심으로 감시 기술이 여러 영역에 적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코로나19의 감염자 추적 등에서 입증되었으며, 따라서 감시 기술은 보편적 기술로써 정상적인 조치 측면에서 상당히 보편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 기술의 적용과 활용은 향후 윤리적 문제와 거버넌스 측면에서의 상당 부분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될 것이다. 


미시적 차원의 리셋

미시적 차원의 리셋은 4개 관점에서의 트렌드를 우선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는 디지털화의 가속이다. 온, 오프라인의 경계가 산업, 경제 영역뿐 아니라 교육 및 일상생활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모두가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는 비용과 함께 회복력(비상 상태에 대한 대비)과 효율성을 모두 중시하는 End-To-End 가치 최적화의 비중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는 회복력보다는 효율성에만 초점이 되어온 기존의 공급망에 대해 전면적인 재설계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팬데믹 이후에는 기업들이 과거보다 정부의 간섭을 훨씬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정부 개입의 형태는 조건부 구제금융, 공공 조달, 노동 시장의 규제 형태가 될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대두이다. 이는 성장과 주주중심의 기업활동이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이해관계 중심의 기업구조로의 재편이 기업 가치 측정의 기준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산업적 리셋 오늘날 경제, 산업, 기업은 고도로 상호의존적이고 상호연결적인 성격 때문에 각기 무수히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분야에 직, 간접적인 연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팬데믹은 상호의존성과 연결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로 인한 산업계의 구조적 파괴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소비경제뿐 아니라 고용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팬데믹 이후에는 일부 산업은 구조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여기서 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산업 영역별로 규모가 크고 생태계 측면에서 중요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부가 구제에 나서야 한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 기반의 빅데크 영역과 웰빙과 건강 분야의 산업이 번창할 것이며, 은행의 경우 팬데믹을 전후해서 증가되고 있는 소비자와 기업의 유동성 문제로 기인된 대규모의 부실채권에 대한 대응이 관건이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 또한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될 것이며, 이에 따른 공급망의 재편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 산업 역시 화석 연료의 사용에 대한 세계적 규제가 더욱 심화됨에 따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이전 대비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새로운 사업과 작업 및 영업 방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기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 차원의 리셋

기존이 자연재해가 발생되었을 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나 팬데믹은 사람들을 갈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죽음이란 원초적 공포에 뿌리를 둔 불신의 감정을 계속 끌어내며, 스스로 고립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불확실성의 생성이다. 팬데믹은 사람들이 사회와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경제적은 물론 심리적이며, 육체적인 안전감을 심각하게 손상시킴으로 인간의 취약점에 대한 결점을 깨닫게 되었다. 개인적 차원의 리셋은 정신 건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는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 정부의 정책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개인적 차원의 리셋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며,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의 내리는 일이다. 팬데믹은 그동안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리셋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허락했다. 이것을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팬데믹은 우리를 강제적인 변화 속으로 이끌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다시 변화의 이전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변화 속에서 새롭게 정착을 해 나갈 것인가? 모든 사람들은 현재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 그리고 그 길을 가고자 노력한다. 팬데믹은 우리를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인도하는 리셋 버튼을 누르게 끔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을 보존함에 성장과 번영보다 더 큰 가치를 두게 되는 지름길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컨버전스 203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