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긴 하는건지
16년 6개월을 함께 산 고양이를 보내기 전, 한달반의 투병 생활 동안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화장실을 가리지 못해 하루에 몇 번이나 바닥을 닦고, 러그를 빨고, 수액을 놔주고, 약을 먹이면서도
하루라도 더 함께할 수 있다면 그 생활이 1년이 되든, 2년이 되든 상관없었다.
떠나기 직전, 꼬박 12시간을 마주보고 누워서 이름을 불러주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계속계속 얘기해주며 밤을 보낸 후 품 속에 안고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었다.
그리고 며칠 후부터 불안증 같은 신체 반응이 찾아왔고, 괜찮은 듯 싶었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며 급여가 밀리고, 퇴사를 하게 되면서 우울과 신체 반응이 동시에 밀려오면서
결국 병원과 상담센터를 찾게 되었다.
속상한 일은 속상한 것으로, 슬픈 일은 슬픈 것으로 끝내야하는데 그것이 자기혐오와 자책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왜곡이라 하던데, 그러던가 말던가 나는 지금 아픈 상태인 것이다.
나만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한 것도 아니고, 세상 사람 모두가 이보다 더 슬픈 이별을 수도 없이 겪을텐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가.
이제 꼬박 7개월이 되었다. 7개월이 지났는데도 나는 왜 이렇게 울고있나.
이 눈물이 그 친구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데
왜 자꾸 눈물이 터지고 왜 쉽사리 멈추지 않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극복하는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거겠지.
오늘은 눈물의 총량이 있어서 그걸 다 쏟아야만 괜찮아지는걸까, 생각했지만...
펫로스와 우울증, 과연 괜찮아질 수 있는걸까, 그게 가능한걸까
계속 의심되는 요즘이다.
아 물론, 물놀이도 다녀오고 술도 마시고 친구도 만나 웃고 떠들기도 잘 한다.
하지만 혼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마치 가면이 벗겨지듯 눈과 입꼬리가 내려가고
입가가 떨리고, 눈물이 터진다.
나약한 새끼.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아프니까.
다른 사람들은 다들 펫로스며 우울증이며 어떻게 지나보냈는지 궁금하다.
궁금해요. 다들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