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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컬러스 Nov 30. 2022

내 땅이 나타났다.

'그래. 너로 정했어'

땅이나 집을 보러 다니다 보면 임자는 따로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내 땅이다.' 싶은 느낌이 온다는 것이다.


수십 곳의 빈 땅과 촌집들을 봤지만  '내 땅이다' 느낌이 오는 곳은 없었다.


어떤 곳은 마당에서 바다 뷰가 보였지만 아이들과 해변까지 걸어가기엔 멀었고,

다른 곳은 2차선 해안도로를 건너야 바다가 있었다.

물놀이할 수 있는 해변이 아니라 어선이 있는 항구나 방파제가 있는 바다도 나의 조건에는 맞지 않았다.


그러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주인이 매물로 내놨다가 맘이 바꿔 다시 거둬들이기를 여러 번 한 땅이었다.

더군다나 우리가 매년 가던 바로 그 바닷가 마을이라니.


마음이 급해졌다.

땅은 그리 급하게 거래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마트에서 타임세일을 하듯 지금 사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집에서 바다가 보이는 바다 1열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걸어가면 1분 안에 모래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은 사람이 살 지 않은지 오래되어 마당에 수풀이 우거졌다.

이건 그나마 풀을 정리하고 난 뒤의 모습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동안 찾아봤던 수많은 디자인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욕실의 저 작은 찬장을 보고도 나는 설레었다.

ㄱ자 형태의 집은 천장에 드러나 서까래가 멋있었다.

사포로 문지르면 뽀얀 속살을 들어낼 서까래가 벌써 눈앞에 그려졌다.

마당에 있는 창고는 천정을 투명하게 만들고 커튼을 드리우면 멋진 바비큐 공간이 될 것 같았다.

벽을 하얗게 칠하고 벽에 빔프로젝트를 쏘면 밤에 영화도 볼 수 있겠지.

마을의 흉물스러운 폐가를 보며 나는 설레었다.

문짝이 다 떨어져 나가고 집안은 쓰레기 천지였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아차~ 신랑에게는 아직 말을 하지 못했다.'


처음엔 내가 하고 싶다고 하니 마지못해 따라오는 듯한 신랑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땅을 보러 간다고 하면

'안 산다. 안 산다고 했다."라며 들은 체를 하지 않았다.


아 어쩌지.

이렇게 물놀이가 가능한 가까운 바닷가가 있는 곳에는 매물이 잘 안 나오는데.

금액도 봤던 다른 집보다 훨씬 저렴한데.


맘이 급해진 나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제가 계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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