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만나다.
토요일.
일주일 중 관광지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날이지만, 지난주엔 눈이 오더니 오늘은 바람이 분다. 나가서 걷기 무서울 정도로 거센 바람이다. 날씨 예보엔 하루종일 비도 온댔는데, 4시쯤 되니 슬며시 햇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늦은 외출을 하기로 한다.
어제는 미세먼지에 공기가 탁해서 설악산고 흐릿하게 보였는데, 바람이 먼지를 몰고갔는지 그야말로 쾌청하다. 비온 뒤 맑은 하늘에 구름이 걸린 모습이 아름답다.
서울칼국수에서 후포식당으로 이어지는 포구 길은, 정박한 배도 구경할 수 있고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 좋아한다. 그 길 중간쯤에 <스페이스 동원냉동>이라는 문화공간이 생겼다. <앙리 마티스 레플리카 전시회>를 한다기에 한 번 가보았다.
강릉의 <미술관 가는 길> 소유의 그림들이라고 한다.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픽경기장 옆에 있는 곳이다.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에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어제 영화 <에펠>을 봤는데, 1880년대가 배경이었다. 전시회 설명을 보니, 에펠탑을 건축한 '구스타프 에펠'과 '앙리 마티스', '피카소' 그리고 '반 고흐'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신기하다.
날씨가 좋아서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가고싶었다. 가까운 칠성조선소가 생각 나 걸어서 도착했다.
2층에 좌석이 있다. 창가자리는 늘 인기가 많다. 배를 만들던 조선소 자리라서 호수 바로 옆에 있다. 2층에서 보면 방해받는 건물 없이 바로 호수만 보여서 좋다.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면, 두 가지 원두 중에 선택 할 수 있다. 하나는 고소한 맛, 하나는 가볍고 산미있는 맛이다. 원두 이름이 '스타 보드'와 '포트'인데, 각각 배의 우현과 좌현을 뜻한다. 우현은 '창공의 별을 바라보는 방향'이라 이름에 star가 들어가나보다. 신호는 초록색. 좌현의 신호는 빨간색이라고 한다. 등대의 초록 불빛, 빨간 불빛과도 관련이 있는거겠지?
2층 왼쪽 창가자리에 설악대교를 바라보며 앉았다. 건물 아래는 작은 포구다. 컨테이너 박스 곁에 고양이 한 두마리가 놀고있다.
처음엔 동그란 돌 위에서 식빵 굽는 노란 고양이만 있었다. 컨테이너 아래 틈에서 흰장화 신은 검은 고양이가 나타났다.
고양이의 유연한 몸에 대해선 이미 알고있던 바다. 주택에 살면 다양한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전에 살던 집에 같이 지내던 고양이 가족이 있었다. 지붕 틈바구니에 거처를 마련하고, 어느날은 우다다다 뛰어다니고, 어느 날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마당에 나가 앉아있으면, 태연하게 담벼락 위를 걸어 지붕으로 건너갔다. 보일러실의 작은 문 틈으로, 지붕이 벌어진 좁은 틈새로 자유롭게 오갔다.
이제 집도 동네도 허물어졌는데, 그 고양이들은 어디로 이사갔을까? 건강히 잘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