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부터 멍우까지
커튼을 치려는데 모기 한 마리가 날아올라 순식간에 손뼉을 쳐 잡았다. 성공! 봄은 모기와 함께 온다.
4월이 되니 봄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봄을 상징하는 나물 중 으뜸은 두릅이라고 생각한다. 산에서 걷다가 발견하곤 톡톡 뜯어다 먹는 상상을 하게된다. 책에서 봤을 뿐 그래본 적은 없다.
두릅은 크게 세가지 종류가 있는가보다. 땅에서 나는 땅두릅, 엄나무에서 나는 개두릅, 그리고 두릅나무에서 나는 참두릅.
개두릅은 흔히 아는 일반 참두릅보다 줄기가 가늘고 퍼드러졌다. 찾아보니 잎 모양도 다르다. 개두릅은 단풍잎처럼 여러 갈래로 나 있고, 참두릅은 잎이 하나씩만 나있다고 한다.
향도 개두릅이 더 진하다. 씁쓸한 느낌도 있는 것 같고.
참두릅은 억세지기 전에 먹는다. 튀김이 맛있을 것 같은데, 데쳐서 초장 찍어 먹었다.
두릅 다음에 먹은 봄 음식은 '쑥개떡'이다. 진짜 쑥을 넣어 만든 걸 사다 먹었다. 감사하다.
명절에 송편을 빚을 때 양 손가락으로 꾹 눌러 손 자국을 냈었다. 쑥개떡에도 손가락 모양의 자국이 나 있다.
여린 쑥이 다 자라서 억세지면, 이렇게 떡이나 해 먹는거라고 한다. 이제 쑥도 철이 지났다.
5월이 다 되어가니 멍우가 났다. 다른 말로 '머위 나물'이다. 아무래도 '멍우'가 이쪽 사투리인 것 같은데, 처음엔 둘이 다른 건 줄 알았다.
머위 잎이 여릴 때 데쳐서 쌈 싸먹고, 나물도 해먹는다. 더 자라면 줄기가 굵어지는데, 이걸 데쳐서 껍질을 벗겨서 판다.
이렇게 만드는 과정도 힘들다. 햇볕에서 채취하는 것부터 고생이다. 데치고 껍질 벗길 때 손톱 밑이 까맣게 물들기도 한다.
지금은 한 단에 4천원이다. 한창 많이 날 때는 3천원이고, 두 단에 5천원에도 살 수 있다. 지금부터 여름까지 먹는다.
이쑤시개로 갈라서 쭉쭉 찢었다. 들깨가루를 넣어 볶아도 맛있다.
몰랐는데 고사리도 이맘 때 일 년 먹을 걸 다 채취한다고 한다. 명절, 제사 때 꼭 쓰는 나물이라 수요가 많을텐데, 봄 한 철에 그렇게 많은 고사리가 난다니 신기하다.
새삼스럽게 좋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