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와 이야기>1.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 촬영지

속초시 조양동 새마을 ‘늘푸른 슈퍼’

by Julie

2023년 초 겨울이던가?


설악대교로 막 들어서는데, 평소엔 조용하던 청호동 주민센터 옆 골목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게다가 할리스의 커피차까지 와 있어서, 무슨 이벤트를 하고 있나 보네 생각했다. 그즈음 이래저래 알게 된 정보의 조합으로, 책 < 속초에서의 겨울>을 영화로 찍고 있는 중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속초에서의 겨울>은 속초 시립도서관 지역문학 서가에 꽂혀있다. 제목에 ‘속초’가 들어가지만, 작가는 속초 출신도 아니고, 한국에 살고 있지도 않다. 지금부터 약 십 년 전에 출간된 소설로, 엄마가 한국인, 아빠가 프랑스인인 작가가 속초에 여행 왔던 경험을 되살려 만든 가상의 이야기다.


지난 십 년간, 이 책은 유럽에서 출간되어 인기를 얻고, 연극이 되어 올라가고, 한국에 번역 출간되고, 이렇게 속초에서 촬영된 영화까지 왔다.


지난 11월 26일 개봉한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은 일본계 프랑스인 감독이 찍은 프랑스 영화다. 영화 속에 나오는 한국말이, 이 영화가 상영될 곳의 관객들 입장에선 낯선 외국어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부에서 바깥을 향해 뻗어나간 것이 아니라, 속초를 외부에서 발견해 주었다는 점에서 더 환영받는 이야기가 된 것 같다. 특히 속초 사람들에게는.

작년 10월, ‘속초 국제 음식 영화제’가 열렸고, 국내 개봉 전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을 상영해주어 보게 됐다. 영화 속 배경이 모두 아는 곳이라, 한 번씩 다녀와보리라 생각했다.


10월 26일. 속초해수욕장 뒤쪽 새마을부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새마을’ 정거장에 내렸다. 길을 건너 예전 ‘라또래요’ 젤라또가게가 있던 자리 옆 골목으로 가도 되지만, 서희 아파트 옆 골목이 더 가깝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새마을 ‘늘푸른 슈퍼’는 지금 실제로는 운영을 하고 있지 않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수하가 엄마 집 근처에서 간단한 채소를 사러 들르는 곳으로 나온다. 어려서부터 자라온 동네라는 설정인지, 슈퍼 앞을 지나는 수하에게 슈퍼 사장님이 ‘키다리’ 같은 느낌의 친근한 애칭을 부르는 장면이 있다.

슈퍼 앞 도착. 사진 찍을 준비 하는데 아이폰 카메라가 부옇게 초점이 안 잡히는 현상이 발생. 가끔 이런다. 시간이 지나도 카메라 상태가 돌아오지 않아서 다시 오기로 하고 일단 돌아갔다.


그다음 날.


여길 오려던 건 아니었는데 버스 타고 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이쪽에 내렸다. 수고한 나 자신을 위해 보사노바 커피 한잔도 살 겸.


서희아파트 앞 건널목을 건너, 바로 보이는 골목에 들어섰다.

오늘은 카메라 이상 무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여러 갈래 골목이 나온다. 새마을의 특징이다. 오래전 해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단체로 이주해 온 곳이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좁은 골목이 사이사이에 이어져있다.


늘푸른 슈퍼의 낡은 간판이 보인다.

바로 여기.


영화 속에서는 서울 어느 주택가 골목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왼쪽은 평지이고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얕은 오르막이 있다. 슈퍼를 등지고 걸어가면 속초해변 소나무숲이 보인다.

영화에 나왔다고 해도, 알려진 명소는 아니어서 왠 알 수 없는 장소를 열심히 찍고 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 적당히 찍고 돌아섰다.

보사노바 카페로 간다.

카페 주차장에서 연결되는 이 길에 늘푸른 슈퍼가 있다. 설악산 쪽으로 해가 지는 중이다.


속초에서의 겨울 영화를 볼 때, 국제 음식 영화제에서 받은 팔찌 입장권. 이 즈음 속초 해변과 시내 센텀마크가 축제로 들썩여서 설레는 한 주를 보냈다. 책부터 영화까지 쭉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도 보고 촬영지도 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다.

슈퍼 왼쪽 길로 갔다. 새마을은 원래 주택가였지만, 유명한 식당과 카페가 생겨 ‘ㅇㅇ단길’ 느낌으로 바뀌고 있다. 전에는 펜션정도만 있었다.

길 끝에 보이는 ‘이정숙 왕만두’.

야채호빵느낌 왕만두를 판다.

‘이정숙 왕만두’ 앞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예전에 ‘라또래요’가 있던 자리는 지금 저가커피 가게가 됐다. ‘라또래요’젤라또는 이제 등대해변 근처에서 먹어볼 수 있다.

시내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왔다. 정거장 이름은 ‘새마을’. 첫 번째 촬영지 탐방 끝.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