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와 이야기>2.영화 속초에서의 겨울 촬영지,두번째

속초 해수피아 찜질방

by Julie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에서 주인공 수하는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프랑스 작가가 쓴 원작 소설에서, 또 프랑스 감독이 찍은 이 영화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외모를 관리하는 이미지로 그려진다.


수하는 남자친구가 함께 성형받으러 가자고 할 때나, 엄마와 목욕탕에 가서 ‘살이 쪘네 마네’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무표정하다. 그렇기에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프랑스인 만화가 ‘얀 케랑’)에게서 그동안 듣지 못했던 새로운 말들을 들으면서,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수하가 받는 <몸, 외면>에 대한 압박감을 드러낼 때 사용한 배경이 ‘한국의 목욕탕 문화’다.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맨 몸으로 함께 씻는 장면이, 이 영화를 해외 로케 영화로 받아들일 유럽 사람들에게 꽤나 생소하게 보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도 목욕탕 장면이 나온 적 있지만, 목욕하는 여성의 어깨라인정도만 보이게 찍곤 했다.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에서는 평범한 여자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그대로 찍었다.


깡 마르고 키만 울뚝 자란, 엄마에게 끊임없이 ’팍팍 먹어라 ‘와 ’ 살찌면 안 된다 ‘는 말을 듣고 사는 주인공 수하. 그런 수하의 얼굴과, 거울에 비친 건너편 여자의 통통한 몸을 한 몸처럼 찍어낸 장면이 있다. 대사로 ‘내 몸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말하지 마!’라고 직접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으로 수하가 받는 심리적 압박을 대신 그려낸다.


더불어, 아빠는 프랑스인, 엄마는 한국인인 수하의 겉모습과 문화 배경은 엄마 쪽에 가깝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에 나온 목욕탕 역시 속초에 있다.

속초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이마트 방향으로 내려오면, 큰 다이소 건물이 보인다.

그 오른쪽 상가 4,5층이 영화에 등장한 <속초 해수피아 찜질방>이다. 예전엔 속초에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이 4곳 정도 있었는데, 없어지거나 사우나만 운영하게 되면서 이제 2곳만 남았다.

목욕탕 씬에 이어지는 찜질방씬을 보면, 청초호 방향으로 난 커다란 통창으로, 빨간 다리가 보인다.

앵글에 계속 걸리는 빨간 다리(설악대교)는, 얀 케랑과 수하가 펜션으로 돌아가는 낡은 언덕길 장면에서도 보인다.



빨간 다리는 속초 시내 쪽과 연결된다. 여기에 속초에서 현재 운영 중인 24시 찜질방 중 또 다른 한 곳이 있다.

영화에 나온 <속초 해수피아 찜질방>과는 청초호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위치에 있다. 여기 찜질방 통창으로도 빨간 다리가 보인다.


오늘은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 촬영지 중, 목욕탕 씬에 나왔던 ‘속초 해수피아 찜질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차 방문)

25/12/10 19시
해수피아 사우나


평소 목욕을 다른 곳으로 다니기 때문에, 해수피아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영화를 본 후라, 영화 속에 나온 장소를 방문한다는 설렘이 있었다.

속초 이마트에서 길 건너편을 바라본다.

큰 대로에 접해있는 상가 건물이 보인다. 그 건너편은 ’ 마리비스타‘ 호텔이다.

이마트 앞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

상가 중간쯤 있는 입구로 들어간다. 출입구는 반대편 큰길 쪽에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간다. 해수피아는 4층, 5층을 통으로 쓴다. 매표소는 5층에 있고, 결제 후 찜질방 이용 고객은 내부 계단을 이용해 4층 찜질방으로 갈 수 있다.

이용 요금은 사진과 같다. 지역주민은 신분증 확인 후에 사우나 9천 원, 찜질방 13,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요즘 목욕탕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라서 9천 원~만원 선이다.

매표소 뒤쪽 창으로, 영화 속 찜질방 씬처럼 청초호와 빨간 다리(설악 대교)가 보인다. 한 층 아래 찜질방 창문으로 같은 풍경이 보일 것이다.


여느 찜질방들처럼 이곳도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수하에게 엄마는 락앤락 용기에 싸 온 삶은 계란을 먹으라고 권한다. 아마도 영화 스텝들이 한국의 찜질방 문화를 잘 모르거나, 그게 아니라면 엄마의 절약하는 면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결제하고 왼편 여탕 출입문으로 들어갔다. 생각했던 대로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찜질방 문화가 유행했던 게 20년 정도 전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유행하는 것이 지방까지 전해지는 데는 시차가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 속초에 새로 찜질방이라는 것이 생겼다며 설레했던 것이 2004~2005년 정도인데, 동네 목욕탕 수준을 넘어서는 그 크기와 신식 시설에 압도되었다. 게다가 찜질방이라는 곳은 숙박이 가능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나? 찜질방에서 수건으로 양머리 모양을 만들어 쓰는 장면이 나와, 한창 유행하던 때이기도 하다. 그땐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하룻밤 놀고 오고 싶어서 떼쓰기도 했다.

해수피아 건너편 ‘마리비스타’호텔

목욕탕 안에 들어가, 한번 둘러보니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 엄마와 온탕에 들어가 머리까지 담그던 씬에 사용된 탕은, 실제로는 엄청 뜨거운 열탕이었다. 그렇게 얼굴까지 담그려면, 따로 덜 뜨거운 물을 채워야 했을 것 같다.


엄마가 등 밀어주는 씬에서 ‘아 엄마 도대체 왜 그래?’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며 벌떡 일어서는 씬도 생각났다. 수하가 일어나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던 건너편 여자의 몸이 거울에 비친다. 사람 없을 때 가서 영화 속 그 각도가 나오나 기웃거렸다.


영화 속에서 엄마와 목욕탕 가는 장면이 총 두 번 정도 나온 것 같다. 영화 제목처럼, 이 이야기의 배경은 속초의 겨울이다. 책에서 엄마가 사는 곳은 부두 하역장에 딸린 낡은 아파트로 나오고, 영화에서는 새마을 어디쯤의 오래된 주택처럼 보인다.


수하는 일하는 펜션의 방 한 칸에서 지내는데, 프랑스인 만화가 얀 케랑이 온 후엔, 본관보다 훨씬 오래된 별채에서 지낸다.


엄마와 수하가 지내는 곳은 모두 겨울 추위를 그리 효과적으로 막아주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니, 기름보일러를 쓴다. 난방유 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겨울에는 목욕탕 생각이 저절로 날 것이다. 또 목욕탕 나들이는, 따로 사는 모녀가 일상 중에 단 둘이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다정한 시간이기도 하다.


뒷목에 차가운 냉수관을 베고, 버튼이 눌리지 않는 안마탕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2차 방문)

2026년 1월 5일
해수피아 찜질방

해수피아 옆 이마트 속초점

새해가 되어 해수피아를 다시 찾았다. 이번엔 찜질방이다. 겨울에 추워지면 한 번 찜질방에서 자보고 싶었는데, 새해 들어 추워져서 실행해 봤다.


여태까지 찜질방에서 자본 기억은 타 지역에 갔을 때뿐이다. 가까이 집이 있으니, 아무래도 찜질방보다는 집에서 자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찜질방 이용 시간 기준이 12시간이라고 해서, 저녁 먹고 천천히 들어갔다.


5층 목욕탕에서 씻고, 매표소에서 받은 찜질복으로 갈아입었다. 밤 10시가 넘으니 탈의실도 컴컴하고 이용객도 거의 없다.


이 근처 또 다른 목욕탕은 장수탕이 있다.

해수피아가 있는 조양동은 아파트가 많아서, 속초 행정구역 중에 인구도 가장 많은 편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를 지나고 젊은 인구들이 목욕탕을 찾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어서인지, 인구에 비해 목욕탕에 사람이 없었다.


계단을 이용해 4층 찜질방으로 내려갔다. 매표소에서 현재 찜질용 가마는 2곳만 가동 중이라고 했다. 4층을 전부 쓰기 때문에 공간이 넓고, 한쪽 구석에 가마 4개와 아이스방이 있었다.


밤이라 불을 거의 꺼두어서 실내가 다 보이지는 않았다. 청초호가 보이는 창문 앞쪽에 사람이 하나도 없길래 누워있었는데, 직원분이 이 자리는 난방이 안되어 춥다고 저쪽 가마 옆으로 가서 자라고 알려주셨다.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니.


가마 쪽으로 갔다. 1인용 토굴이 비어있어서 들어가 누웠다. 날이 밝고 나서야 다음 사람을 위해 너무 오랜 시간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설핏 잠이 들었다 깨다를 반복한다. 자정 무렵 사람들이 들어오는 기척이 들렸다. 곧이어 한 아저씨 코골이 소리가 점점 커진다. 누군가 저쪽에서 유튜브를 보는지, AI의 인공적인 내레이션이 화음을 넣는다. 코골이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유튜브는 조절할 수 있잖아?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일어나 가서 꺼달라고 부탁했다. 핸드폰 주인도 자고 있었다.

건물 바깥에서 본 찜질방

날이 밝았다. 이제야 찜질방 내부가 잘 보인다.


상상했을 땐 저 창문으로 해 뜨는 모습이 보일 것 같았는데, 햇빛만 비쳤다. 해는 건물보다 훨씬 오른쪽 속초해변에서 떠올랐다.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 속 찜질방 씬을 이 창문 앞에서 찍었다. 안마의자에 앉아있던 수하가 남자친구 전화를 받으러 일어난다. 창문 너머에 청초호와 빨간 다리(설악 대교)가 보이고, 그 앞을 쭉 걸어 화면 왼쪽 끝에 도달한다. 카메라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며 수하를 따라간다.


비슷하게 찍어보니, 이 씬을 찍으려면 바닥에 레일을 설치해 두고 수평으로 움직였을 것 같다. 이래저래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해수피아를 통으로 빌려서 찍지 않았을까?

영화에 나왔던 안마의자다. 16분에 2천 원. 수하의 엄마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거 집에 하나 있으면 좋겠다.
까만색으로


해수피아가 처음 생겼을 때는 규모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운영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래 헬스장도 같이 했었고, 찜질방 내부에 식당도 두 곳이나 됐다. 한 바퀴 돌아보니 노래방과 아이들 놀이시설도 있다. 안내문의 디자인이나, 찜질방의 구성 요소에서 그때 그 느낌이 전해져 온다.


해수피아 주변 편의시설

24시 운영하고,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에 있는 찜질방이기 때문에 밤늦게 도착하는 여행객에게 메리트가 있다.

같은 상가 건물에 최근 들어 카페, 빵집이 많아졌다.

아침 7시에 오픈하는 메가커피.

써브웨이와 삼송빵집은 8시부터 연다.


콩카페는 아침 10시부터 한다. 해수피아 건물 1층에 있다.

다이소와 올리브영이 있는 건물은 해수피아 바로 옆.

이마트도 근처에 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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