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1
새해 첫날, 민음사 일력을 개시했다.
전날 일출을 보러 갈 생각을 하고 잤더니, 어두컴컴한 5시 반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영하 8도라고 해서 버스를 탈까 하고 실시간 버스 정보를 찾아봤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버스 운행시간이 많이 바뀌었다. 속초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 첫차는 6시 반이다. 6시 반에 대포에서 출발해 고성으로 가는 1-1번과 장사동에서 출발해 설악산으로 가는 7-1번, 양양으로 가는 9-1번이 운행을 시작한다. 이렇게 캄캄한데 버스기사님들도 출근하기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님은 첫차 출근할 때 탈 버스가 없으니까.
얼추 시간을 보니 목적지까지 버스를 타나 걸어가나 비슷하게 도착할 것 같았다. 일단 나가보자.
일 년 중 딱 하루. 1월 1일 새벽에만 거리에 사람도 차도 많다. 다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어서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수복탑 로터리 근처에 오래도록 운영을 못하고 있는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데, 어쩐 일인지 온사방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일출과 동시에 바다로 나가 광고를 하려고 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은 못했다.
영금정과 등대 전망대, 동명항 모두 일출 명소여서 차가 막혔다. 모범운전자 봉사단이 교통 안내를 맡아 새해 첫날부터 고생하고 계셨다.
어느 해 일출을 봤던 영금정 바위 앞.
파도가 세서 내려가는 문을 잠가두었다. 멀리 영금정 정자 실루엣이 보인다. 해가 뜨는 시간은 7시 43분인데, 거의 한 시간 전인데도 생각보다 하늘 기운이 밝았다.
등대 전망대 앞, 평소에 비워져 있는 공간에 작은 틈도 없이 차들이 가득하다.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횟집 주차장마저 일출을 보러 온 차들로 빼곡했다.
겨울 해는 남쪽에 가까이 뜬다. 사람들을 지나쳐 등대해변으로 간다.
오늘 하루만 아침 6시부터 문을 여는 등대 전망대.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등대해변까지 오니, 멀리 등대전망대 너머 하늘이 점점 밝아온다. 아직 7시가 안 됐다.
바다 위로 얕은 구름이 껴 있어서, 해는 10분 정도 늦게 올라올 것이다.
며칠 바짝 추웠는데, 생선 말리기 딱 좋은 코끝 찡한 온도였다. 일출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모자에 장갑, 담요까지 두르고 나왔다.
목적지인 < 할리스 영랑해변점> 도착.
오는 길에 개인 카페도 몇 군데 문을 열어 둔 걸 보았는데, 영랑 할리스에도 사람이 가득하다.
여기서 일출 봐도 좋겠다
그래도 저기 등대 전망대가 메인이네
한 가족이 카페에 짐을 부려놓고 나서는 길이었다.
숙소에 묵거나 카페 주문을 해 놓고도, 해를 더 가까이서 보려고 바닷가까지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커피를 시켜 받아온 사이에 혼자 앉을만한 창가자리가 하나 났다. 여기서 지켜보다가 카페 옥상에 올라가면 되겠다.
일기예보에서 알려준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그름 너머로 해가 얼굴을 내민다. 외투를 걸치고 한 층 위 옥상으로 갔다.
아침 햇살에 붉어진 설악산 자락도 한 번 보고,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면서 해돋이를 보았다. 추워서 금방 자리로 돌아왔다.
해가 떠오르고 떠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추위 속에 한 시간 정도 바깥에 있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일렁이는 바다 물결이 아직 멋진데...
찰나의 이벤트를 위해, 저마다 멀리서 몇 시간씩 여행을 오는 사람들. 살다 보면 쳇바퀴 돌듯 살게 된다고 하지만, 이런 때 보면 우리들은 모두 열정적인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