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1월 20일은 대한이었다. 날씨가 꼭 절기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전날 일기예보에서는 시베리아 기단이 차가운 공기를 몰고 온다고 전했다.
아침 기온은 영하권. 그런데 막상 나가보니 생각보다 안 춥다. 따듯하던 끝에 추워진 거라, 계속 추운 날이 이어질 때보다는 덜 춥게 느껴진다.
새해 무렵 추웠을 때는 봄보다도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 어젯밤은 바람이 그렇게 세지 않았다. 그래도 바다를 보니 파도는 세게 치고 있다.
등대해변을 지나 장사항 가는 길.
8년 전인가?
겨울에 이 바닷가에 왔었다. 모래사장에 앉아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근처를 어슬렁거리더니 내 무릎에 올라와 누웠다. 그렇게 40분 가까이 같이 있었다.
고양이는 곁을 잘 내주지 않는 동물이다.그 당시엔 신기한 마음이 들었지만, 얼마나 추웠으면 모르는 인간 품에 안길 생각을 했을까 이제와 생각이 든다. 그 고양이 아마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면, 몇 년 후 인물들이 각자 인생을 살면서 서로를 무심결에 스쳐가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다. 그렇게 서로 모른 채로 스쳐 지나가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다면 좋겠다.
장사항 입구를 지나, 영랑호 파스쿠찌 카페에 왔다
파스쿠찌가 있는 아파트 바로 옆 펜션. 이제 생긴 지 2년 좀 넘은 것 같다. 얼마 전에 1층과 2층을 사용하던 카페가 문을 닫았다. 위층 숙소에 소설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묵고 갔다고 해서 신기했다. <파이 이야기>는 원작 제목인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이름의 연극으로 현재 서울에서 공연 중이다.
날이 추운데, 영랑호에는 카누 타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은 참 다양하구나! 체험해 보는 사람인가 했더니, 카누 체험장 옆에 양평중학교 카누부 봉고차가 대어져 있다. 어쩐지 아마추어 같지가 않더라니.
카페에 들어와서도 카누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줄지어 움직이다가 창틀 너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자주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