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오일장
양양 오일장에 갔다. 날짜에 4와 9가 들어가는 날마다 장이 선다. 주말이라도 장날이 아닌 날은 시장이 썰렁하다.
속초에서 9번 버스를 타고 40여분 달린다. 요금은 카드 기준 3060원이다. 몇 년 전 새로 생긴 양양 종합터미널을 지나 보건소가 나오면, 버스 안 가득한 사람들이 내릴 준비를 한다. 다음 정거장인 양양시장에 도착했다.
양양 고등학교부터 보건소 앞까지 나 있는 큰길은, 차가 드문드문 다녀서 슬그머니 길을 건너는 사람이 많다. 시장 입구 오래된 빵집인 고려당을 지났다. 안 와보던 사이에 김밥천국 건물이 사라져 있었다. 저번 장날 양양 시장에 화재가 났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 일 때문이었나 보다.
양양 오일장에 갈 때 현금은 우선 삼만 원 정도 챙긴다. 미처 못 챙겼을 땐 시장 안 농협 기계에서 찾는다. 먼저 과일가게에 갔다. 매년 이맘때 여기서 파는 깐 은행을 사다 집에서 볶아 먹기 때문이다.
기름을 살짝 둘러 노릇하게 볶은 은행은, 찰옥수수 쫀득함과 약간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맛이다.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은행 고유의 간이 느껴진다.
은행 좀 굵은 거 없어요?
그게 굵은 거예요
과일가게 앞에 진열된 깐 은행 한팩을 집어 들었다. 만원을 냈다. 그러고는 화장실도 갈 겸 양양 작은 영화관 건물 1층에 있는 로컬푸드 매장에 갔다.
몇 달 못 가본 사이에 무언가 바뀐 느낌이 든다. 항상 밝게 웃고 친절했던 베트남 직원이 없다. 그 사이에 계약이 끝나면서 운영자도 직원도 바뀌었다고 했다. 아쉽다.
그래도 진열된 상품은 그대로다. 난각번호 1번 유정란을 9500원에 샀다. 15알 가격이다. 지난달에 온라인으로 산 유정란보다 싸다. 멀리서 찾을게 아니라 가까이에도 이렇게 좋은 계란이 있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양양몰>이라는 사이트에 이곳 ‘매일 아홉 시’에 파는 물건들에 올라와있었다. 수수료 때문인지 가격은 조금 다르다.
속초와 양양은 근거리에 있지만, 갈 때마다 뭔가가 다르다고 느낀다. 속초 경제가 수산업, 관광업 위주로 돌아간다면, 양양은 좀 더 농업 친화적인 느낌이다. 양양몰에 올라온 상품들을 보니, 농산 가공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을 많이 지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호떡과 어묵을 파는 상가 안쪽에서 손만두를 샀다. 반찬가게인데 이맘때부터 구정까지는 직접 손만두를 빚어 파신다. 포근하고 맛있었다. 만두 판매를 맡으신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양양서 이 엄마만큼
옥수수 잘 삶는 사람이 없어
만두 옆 찰옥수수 삶는 솥을 보며 하시는 말씀이었다. 안 되겠다. 올여름엔 여기 옥수수부터 사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