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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Jul 04. 2024

코딩 인터뷰 보는 남편에게 반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미국 이직 준비

현재 남편은 미국으로 이직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주변 지인들, 지인의 지인분들, 링크드인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가릴 것 없이 지원서를 넣고 있다. 이상하리만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감감무소식이고 대기업에서만 간간히 좋은 소식이 온다.


남편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서 서류랑 폰 인터뷰가 통과되면 코딩 인터뷰를 본다. 실제로 채용하고자 하는 팀 내 동료(?)와 코딩으로 문제해결 및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1시간가량 진행된다.


첫 번째 코딩 인터뷰는 OOO 빅테크 기업. 인터뷰 자체가 처음이었던 남편은 코딩 문제가 어렵지 않았음에도 많이 당황해서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과는 당연히 "the team decided to move forward with another candidate whose experience more closely matched the requirement of the position". 그럼에도 첫 번째 경험을 통해 많은 부분들을 배우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걸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감을 잡은 듯싶다.


가장 부족했던 것은 영어회화 실력. 동시에 보안해야 될 점은 이력서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 없는 이력(들)은 빼기 그리고 코딩 연습 하기였다. 그래서 하루 15분이라도 주 3회 이상 전화영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코딩 연습은 사이트를 통해 틈틈이 한두 문제씩 풀어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두 번째 코딩 인터뷰 기회가 왔다. 이번엔 OOO 빅테크 기업. 남편 친구의 manager급 지인분이 추천서를 써주셔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인터뷰 날짜가 너무 코 앞으로 잡혀서 충분히 준비할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남편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6월 27일 오전 7시. 남편의 코딩 인터뷰가 시작됐다. 아가들은 시부모님께 맡겼고 나는 혹시 위급상황 때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남편 근처에 앉아 있었다. 면접관이 문제를 냈고 남편은 이야기하면서 풀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부턴 전문용어들 때문에 남편이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고민하는 모습, 웃는 모습, 키보트 탁탁 치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멋져 보였다. 더군다나 자신 없어했던 영어로 막힘없이 대화하고 있으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문제에 대한 결론을 마무리하며 인터뷰는 종료되었다. 남편은 이런저런 포인트들로 아쉬움을 표했지만 첫 번째 코딩 인터뷰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보였기에 박수를 쳐줬다.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결과는 예상했지만 아쉽게도 "it was a difficult decision, but we have decided to move forward with other candidates in the search process in order to target the candidate whose skills and experience best meet the current needs of the business". 예의상 적어준 문장일 수 있지만 나는 it was a difficult decision에 큰 의미를 담았다. 적어도 남편을 뽑을까 말까 고민해 준 것 같아 기뻤다.


2주 뒤엔 다른 빅테크 기업의 세 번째 코딩 인터뷰가 잡혀있다. 그전까지 열심히 영어회화 준비와 코딩 연습을 하겠지. 그 뒤로는 약속되어 있는 인터뷰가 없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이다'생각하고 해야 될 것 같다.


나만 느끼는 거지만, 3-4년 전 처음 이민 이야기가 나왔을 때의 남편과 지금의 남편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많이 바뀌었다. 나이는 그만큼 더 먹었지만 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고생길 훤한 고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나는 내 남편이 지구에서 가장 빛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항상 응원할 것이고 나는 더 든든한 와이프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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