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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Jul 19. 2024

초코 오란다 도넛 200개 성공

첫째 유치원 생일상 메뉴 겸 생일 답례품

금요일에 첫째 유치원에서 이번달 생일파티가 있다. 우리 첫째를 포함해 총 7명이 생일 주인공들이다. 주인공 엄마들은 음식(피자, 과일컵, 쿠키 등)을 하나씩 맡아서 원아 70명 + 선생님 18명분을 보내면 된다. 사전에 담임 선생님과 통화하니 대부분 다들 미리 찜했고 (남아있는) 가성비 좋은 치킨으로 하셔도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첫째가 아직 5살이라 그런지 치킨을 잘 못 먹는다. 그리고 안 좋아한다. 내 아들이 굳이 즐기지 못할 치킨을 보내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걸로 하겠다고 했다. “오란다 할게요”


기본 오란다는 배웠어서 그 레시피대로 만들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첫째가 ‘초코 도넛’을 먹고 싶다고 했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오란다 초코 도넛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레시피가 없고 완성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 인터넷에 관련 단어 검색해서 열심히 참고 자료들을 모았다. 일단 기존 레시피에 초코 재료들을 추가 주문했다.


[월요일 연습]

쌀알알이 700g이 도넛 몇 개를 만들 수 있나 감이 안 와서 냅다 600g으로 만들기 시작. 수와 양에 약한 나는... 이게 얼마나 많은 양인지 뒤늦게 깨달았다. 기본 오란다는 예상대로 정직하게 만들어졌다. 널리 알려져 있는 둥근 납작한 오란다보다는 도넛 모양이 훨씬 앙증맞다. 그런데 문제는... 초코 오란다.


기본 오란다에 다크 초코를 녹여 위에 발라주고 쿠키 크런치와 설탕 눈알로 데코를 해줬다. 그랬더니 아주 기괴한 비주얼이 되어버렸다. 더불어 (녹였던) 초코가 지저분하게 여기저기 묻길래 실패작으로 결론 냈다. 600g으로 80개를 만들었는데 예쁘게 포장하니 그래도 그럴싸했다. 아이들이 먹으면 난리~난리~되겠지만 어른들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남편 내조를 위해 남편 회사로 가져다 드렸다. 다들 파는 것보다 맛있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화요일&수요일 실전]

어제의 실패 덕분에 개선을 할 수 있었고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훨씬 더 귀엽고 맛있게 만들어졌다. 다만 부재료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필요한지 몰라서 실시간으로 배송 주문을 하느라 애먹었다.


[목요일 마무리&완성]

오란다도 오란다지만 포장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고 손이 너무 많이 간다. 유치원 친구들 및 선생님들에게 인당 2개씩(기본 오란다+초코 오란다) 선물할 생각인데 묶어서 포장하기가 애매했다. 다행히 남편의 아이디어로 오란다 표정도 잘 보이고 생일 감사 스티커도 잘 보이게 붙일 수 있었다. 약 200개 완성. 날이 너무 덥고 습해서인지 실온보관했을 땐 도넛 모양이 금방 무너졌다. 그래서 냉동실 한쪽을 아예 비우고 오란다로 정리보관 정리보관.


처음엔 유치원 친구들이 집까지 가져갈 수 있게 낱개 포장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날씨를 보니 받고 바로 먹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원에는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려야겠다.


유치원 갈 오란다 빼고 남은 것들은 둘째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께 드릴 예정. 매일같이 예뻐해 주시고 신경 써주셔서 항상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 이번 기회에 그 마음을 전해야지.


4일 동안 고생 많이 한 나 자신에게, 그리고 요리 초보 며느리를 기꺼이 도와주신 사랑하는 시어머니께 사랑과 감사 그리고 물개 박수를 보냅니다.


햅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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