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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Apr 07. 2024

AI시대, 첫째의 우주 소방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엄마의 독서: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반 책 읽기

두 번째 책을 골랐다.

공부 감각에 관한 내용이다.


제목만 보면, 공부 감각이란 게 10세 이전에 완성된 된다고 하니 지금 5살과 3살을 키우는 나에게 꼭 필요한 지식으로 보였다.


24년 03월 29일 독서 시작.


일주일도 안 돼서 책의 50프로 정도를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 줄, 다음 단락, 다음 챕터의 내용들이 궁금해져서 속도가 빨라졌던 것 같다.


빨간펜으로 밑줄 쫙쫙 그었을 만큼 잊지 못할 문장이 네 군데 있었다.


1. "학습 감각은 학원에서 기를 수 없다. 아이의 삶 속에서, 집에서 엄마 아빠와의 끊임없는 소통에서, 세상을 향한 탐구심 속에서 키워나가야 한다. “ -29쪽

: 학습 감각은 학원에서 기를 수 없다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엄마는 육아 때문에 힘들다는 핑계로, 혹은 엄마보다는 선생님이 더 나은 학습을 해줄 거라는 기대로 학원 하나를 계속 이어갈까 그만둘까 고민을 많이 하던 차였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고 믿었지만 이는 되려 엄마의 편안함을 위한 선택이었으며 아이의 학습 감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고민 중이었던 그 학원은 그만두면 된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부모와 끊임없는 소통.  세상을 향한 탐구심. 몇 글자 안되지만 어려운 숙제다. 이 문장만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 소통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의 탐구심을 더 키워줄 수 있는지 고민의 고민을 하다가 문뜩 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 부모 중에 아이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분명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머리만 더 복잡해지고 할 일만 더 늘어난 것 같다. 차라리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텐데. 만약 모른 채 지나간다면 나 또한 학원만 열심히 보내는 부모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엄마가 될지 모른다. 그런 엄마가 되기 싫어서 책을 읽고 있긴 하다.


2. "앞으로는 AI가 올바른 답을 도출하도록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이 큰 기회를 잡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멈춰서 무언가를 관찰할 때 관찰한 것에 대해 상상하고 질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34쪽

: 첫째가 언젠가부터 "나는 ______가 될 거야"라고 표현해 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들었는데 여러 번 듣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되려나' 궁금해졌다. 동시에 20년 후엔 어떤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지, 아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되는지 부모로서 방향을 잡아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이 문장에서 답을 얻었다. 똑똑한 AI에게 올바른 답을 도출하도록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는 인재. 의사도, 변호사도, 선생님도 아니다. 어쩌면 첫째가 말했던 '우주 소방관'이 더 그럴싸하다. 첫째의 꿈을 위해 엄마는 아이가 멈춰서 무언가를 관찰할 때 관찰한 것에 대해 상상하고 질문할 때까지 인내심으로 기다려야겠다. 시간 없다고 그만 가자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기다려야 한다. 쪼그려 앉아서 꽃을 보거나, 지나가는 개미를 보거나 할 때도 엄마는 차분히 시계보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어렵겠지만 해보자. 하다 보면 부처님 같은 엄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3.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을 때는 함께 책 구석구석을 찬찬히 살펴보자. 무슨 그림이 있는지, 누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페이지 구석에 뭐가 숨어 있는지 말이다. “ -58쪽

: 저자가 나를 어디선가 보고 있는 줄 알았다. 어제 첫째, 둘째랑 같이 책을 읽었는데 둘째가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첫째에게 책을 읽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째한테 그만 조용히 하라고 하면서 대충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줬다. 이 문장을 읽고는 전날의 내 행동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둘째에게는 너무 미안했다. 부족한 엄마라서 빛나는 보석을 멋진 돌이라고만 생각했다.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책을 찬찬히 살펴보며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4. "미래에는 AI가 문법을 쉽게 교정해 줄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만은 아이의 것이 될 수 있다. 한국어든 영어든 부모는 아이가 언어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기회를 충분히 마련해주어야 한다. “ -96쪽

: 96쪽까지 읽으면서 채찍만 받다가 당근을 받은 순간! 이 문장이 나에게 자녀를 옳은 방향으로 잘 키우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첫째가 한국어든 영어든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문법, 구조, 단어 모두 맞지 않지만 자유롭게 말하는 그 언어마저 아이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서 가끔은 반응을 하고,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해 준다. 그리고 미술을 전공했던 엄마라 그런지  아이의 상상력을 언어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들어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점점 작품들이 커지고 정교해지는 것을 보면 상상력도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이 문장들을 실천하려고 계속 되새기면서 지내는 중이다. 엄마는 그냥 그런 어른이 되었지만 우리 아가들은 생각이 깊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능숙한 언어구사력을 가진 어른이 되길 엄마 혼자 내심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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