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둘, 그리고 셋> 제1화
윤희는 가쁜 숨을 쉬며 아파트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도어록 비밀번호 마지막 숫자의 신호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잡이를 잡아 돌려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신발은 되는대로 벗어던지다시피 했다.
"엄마! 엄마?"
거실을 바삐 가로지르며 엄마를 찾았다. 거실 바닥에 발이 닿을 때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났다.
몸을 방 쪽으로 튼 윤희의 눈에 열려있는 방문 쪽을 등지고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의 작은 등이 보였다.
그제야 천천히 몸을 돌려 윤희를 쳐다보는 엄마의 얼굴에 의아함이 묻어있다.
"엄마, 그게 사실이에요?"
"......"
엄마는 대답 없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윤희를 뚫어지게 본다.
"K 씨한테 돈 빌려주고 못 받고 있다는 게."
엄마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엄마의 해설은 이랬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K 씨는 엄마에게 유난히 살가웠다. 늘 웃는 낯으로 인사하고 먼저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 사람이 엄마한테 급전을 빌려갔다.
그리고는 정확히 약속한 날짜에 돌려주었는데, 이자 명목으로 얼마간 더해서 보내왔더라고 했다.
"그렇게 몇 번을 빌려줬다 받았지. 그러다가 한 번은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빌려 달라는 거야."
"백만 원이 넘는 돈을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제때에, 이자까지 붙여 돌려준 건 다 미끼였네, 미끼."
자기도 모르게 거친 말을 내뱉고 나서 윤희는 순간 당혹해서 입을 다물었다.
"몇 번이나 빌려갔다가 제 때에, 그것도 이자를 제법 쳐서 주길래..."
윤희는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엄마의 말끝을 가로챘다.
"그래서요, 그 사람 달라는 대로 또 줬어요?"
엄마는 풀 죽은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서너 번 끄덕였다.
그 사람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마다 곧 갚겠다, 이자를 더 쳐주겠다며 엄마를 설득했다고 한다. 빌려달라는 대로 몇 번 돈을 더 보내고 나자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건너간 금액이 천만 원 가까이 되어버린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