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딸 맞는 거야?

소설 <둘, 그리고 셋> 제2화

by 지우


"엄마, 전화 줘봐요."

당장 K 씨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다. 엄마가 윤희를 만류하며 말했다.

"그 사람 전화 안 받아. 한 달 전엔가 겨우 한 번 받아서 미안하다고, 곧 돌려준다고 제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리더라."

체념 같기도, 지친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다.

남의 돈 떼어먹는 악덕 채무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K 씨는 엄마한테만 빚을 진 것이 아니고, 사람 저 사람에게 돈을 빌렸다.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서 소문이 났고, 그 소문이 돌고 돌아 윤희한테까지 온 것이다.

"그 집 부부... 두 사람 다... 그럴 사람들이... 아닌데."

아까와는 다르게 엄마는 여전히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은 사람처럼 말하고 있다.


엄마는 늘 그런 식이었다.

사람을 좀처럼 믿지 않다가도, 한 번 믿으려 들면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믿어버렸다.

그리고 그 믿음을 쉽게 저버리지 못했다.

"엄마는 아직도 그 인간들을 두둔해요?"


엄마도 그동안 힘들었다고 했다. 왜 안 그랬겠는가. 밤잠을 설친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 집 부부가 동남아 어디로 여행을 다녀왔다더라, 시내 고급 고깃집에서 외식을 하더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눈치를 챘다고 했다.


"그래 엄마는... 적은 돈도 아니고, 자기도 노인이면서 같은 노인 등쳐먹는 그럽 얍삽한 사람을 믿고.

어떻게 엄마는 이런 일을 나한테 상의 한 번 안 하고, 남한테 듣게 해요? 나, 딸 맞는 거야?"

우선 사기 피해자가 자신의 엄마라는 것에 화가 났고,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딸한테 '나 이렇게 힘든 일이 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엄마한테도 화가 나서 윤희는 그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