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의 쓸모

by 지우



2026년 병오년 첫 아침, 친구 H 가 보낸 새해 인사가 제일 먼저 도착해 있다.

늘 먼저 연락하고, 달려와 주는 고마운 친구.

“올해는 더 건강하고~ 가슴 뛰는 일 많이 만들었음 해.”

“그러자, 친구야!”

심장 문제없을 정도로만 친구가 가슴 뛰는 일이 많기를 오래 기원했다.


후배 M.

카드를 보내자 바로 답이 왔다.

“언니, 남편이 발령 나서 며칠 전에 남미에 왔어요.”

“정말? 이렇게 급하게? 아무튼 축하해! “

“발령은 언제나 갑자기 나죠.”

“남들은 진작 퇴직한 나이에 해외발령이라니. 복을 많이 지으셨나 보다! “

치안이 안 좋아서 흔히들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하고, 날씨는 봄가을 같아서 좋지만 일교차가 크고 건조하며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했다. 있는 동안 주변 나라들을 여행할 거라고도 했다.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하지만 누구나 몇 년쯤은 그 감옥에 갇히고 싶을 걸. “

후배도 복을 많이 지었음이 틀림없다.

한동안 만나기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좋았다.


작년 이맘때 신년연하장을 보낸 후, 일 년 만에 연락하는 C 선배.

“꼭 연락해, 올해는 꼭 보자!”

짧은 문장에 ‘꼭’이 두 번 들어가 있다.


“자네가 늘 마음 한구석에 있다네.”

연세 많으신 K 선배님의 묵직한 회신.


딸끼리 고등학교 친구여서 학부형으로 처음 만났던 J.

나중에는 딸들 제쳐놓고 둘이서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만나서 한창 사춘기 청소년인 딸들 뒷담을 나누면서 마음을 풀기도 했다. 지금 되돌아봐도 그 시간들은 신기하게 익숙하다.

‘보고 싶다’길래, ‘나도’했더니 바로 영상통화를 해왔다.

평소 조용하고 나서지 않지만, 맘만 먹었다 하면 즉각적인 실행력을 발휘하는 두 얼굴을 가진 여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때로는 매우 엉뚱한데, 나는 그런 모습이 좋다.

평안해 보였다. 느긋하고 누구에게나 너그러운 성품답게 잘 지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딸 얘기를 하면서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상하다.

내가 아끼는 동생을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없다. 대화방을 뒤지다시피 해서 겨우 찾아냈다.

그런데 이름이 생소하다.

이 사람이 맞나, 이름을 바꿨나, 새로 일을 시작했다더니 바쁜가,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보내기’를 꾹 눌렀고, 답이 왔다.

이름의 기운이 약하다고 해서 예명을 지었다고 한다. 그 이름을 아침저녁으로 자신에게 불러준다고 한다.

더 강하고 순조로우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했다. 부디 그 이름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를.

농담 한마디를 건네자, “ㅋㅋㅋ 웃겨요. 언제나 따스해요 언니는 “ 한다.

그녀에게 나의 썰렁한 개그를 날릴 준비는 항상 되어있다.

자주 불러줄게. **아!


새해 인사를 주고받고 났더니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련하게 차오르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인연들과의 짧은 대화가, 우리 사이의 연결회선을 복구시켜 주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한 때, 삶이라는 풍경 앞에서 추억이라는 사진을 같이 찍었던 사람들.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지는 말자.

내년 이맘때 모바일 신년연하장을 보내면서 또 “어머, 작년 새해 인사하고 일 년이 지났네 “ 하는 나를 발견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