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해변에 가면 유난히 개들이 많다.
패를 가르고 무리 지어 몰려다닌다. 낮은 소리로 으르렁 거리고 무는 시늉을 하고, 도망치고 따라가며 장난친다.
때로는 무섭게 싸우기도 한다. 승패는 쉽게 가려지는 편인지 구역을 나누고, 서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평온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원래 짙은 카멜색이었던 것이 강한 태양빛과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에 바래기라도 했는지 황토색에 가까운 털을 가진 개가 많다. 몸 전체가 검은색이거나, 밤색등이 섞인 개체도 있다.
주인이 있어서 굶주리지는 않는지 특별히 먹을 것을 탐하거나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건강상태는 양호해 보이지만, 얼굴이나 몸에 오래된 상처가 있기도 하고, 꼬리가 잘린 개도 있다. 사고를 당했는지 앞발이 심하게 구부러져 세 다리로만 겅중겅중 뛰듯 걸어 다니는 개도 있다. 온몸 털이 검은색이었고, 늘 혼자였다.
패의 리더인 회색 개는 목 부분에만 흰 털이 나서 마치 목도리를 한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듯 바닷물 속에 한참 서 있고는 했다.
개들은 순했고 친화력도 남달랐다.
주로 축축한 모래를 파낸 자리에 무심한 듯 앉아 있다. 체온을 낮춰 더위를 이겨내는 전략이다. 해변에 나타난 누군가에게 관심이 가거나(그 관심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라도 걸어주면 꼬리를 흔들며 가까이 간다. 마치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듯 다정하고 자연스러운 태도이다.
가끔 따라가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유를 부리면서 위엄 있게 걷는다. 자부심이 충만해 보이기도 하고, 리듬을 타는 것도 같다. 따라간다기보다 동행한다는 표현이 적절한데, 마치 여행자의 길잡이가 되어 주거나, 모르는 위험을 미리 알려주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끝까지 같이 가지는 않는다. 어느 지점까지 가서는 자기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미련 없이 뒤돌아 가버린다. 다른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 바쁘다는 듯이.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매일 나타나는 개가 있었다.
부르면 왔다가, 바로 돌아가서는 늘 같은 위치 선베드 밑 모래를 능숙한 솜씨로 몇 번 파냈다. 특유의 유연함으로 웨이브를 이용해 몸을 숙여 들어가 엎드린다. 그 자리를 제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이 개는 우리네 누렁이와 많이 닮았는데, 꼬리는 짧게 잘려 있었으며, 유두가 늘어진 것을 보니 출산을 한 적이 있는 어미개였다. 어느 날 저녁, 밥을 먹으러 해변에서 걸어 나와 도로변을 걸어가고 있었다. 1차선이었고, 인도가 따로 없는 길이었다. 대형버스는 속도를 내며 수시로 지나다녔고, 툭툭과 오토바이들은 무질서하게 오고 갔다.
이런 상황이니 나도 한창 긴장해서 걷고 있었다.
도로 맞은편 길가에 익숙한 모습의 개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개였다. 꼬리가 사선으로 잘린 어미개.
놀랍게도 길을 건너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도 좌우를 살피고 매우 조심하면서.
해변으로 오려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도로였다. 차가 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옆쪽에서 툭툭이가 갑자기 다가오자 깜짝 놀라며 뒷걸음쳐 물러났다. 잠시 후, 다시 건너기를 시도했다.
내가 본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길을 잘 건너는지 걱정되어 끝까지 있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다음 날 오전, 해변에서 그 개를 보았다. 여전히 똑같은 자리 센베드 아래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복잡하고 위험한 그 도로를 무사히 건넜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태양빛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해변을 산책하자고 나선 길이었다.
버려진 흰 알껍질 주변에 개들이 모여 있었다. 알껍질을 핥고 있기도 했다. 순진하게도 나는 누군가 삶은 달걀을 준 줄 알았다.
며칠째 새로운 알껍질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개들이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알의 정체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가까이 가 보았다.
거북이알. 그것은 거북이알이 맞았다!
모래를 파헤쳐 알을 꺼내서 알맹이만 먹고 내팽개친 거북이알의 껍데기였다.
아무 데나 볼 일을 보는 개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의 알을 훔쳐서 먹어치우는 만행이라니. 개들이 불한당처럼 보였다.
죽기 살기로 모래 위로 기어 올라와 알을 낳고 모래로 꽁꽁 묻어 숨겨두고 바다로 갔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미 거북이가 가여워서 더 그랬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들은 여전히 살갑다.
아무리 거북이알을 먹어치우는 것이 못마땅해도 나는 곧 떠날 것이고, 이들은 여기서 남는다. 이 해변의 주인인 셈이다.
부디 행복하게 잘 살면서, 여행자에게 작은 기쁨도 주고, 짧지만 다정한 추억을 나누기도 하면서 살아가기를.
단, 해변의 주인으로서, 남의 알을 먹어버리는 그런 짓은 제발 그만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