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발리를 여행했다.
중심가에서 꽤 떨어진 안동 Andong (경상북도 안동이 생각났다)이라는 지역의 한 숙소에 묵었다.
외곽이라 그런지 식당이나 마사지 샵이 많지 않았고, 있다고 해도 썩 내키는 곳은 없었다.
마침 숙소에 마사지 서비스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약을 하면 외부 마사지사가 출장을 오는 그런 시스템인 것 같았다.
마사지를 받았다. 개인적인 느낌은, 아주 잘한다기보다 나쁘지는 않다 싶은 정도였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방에서 나와 바로 받을 수 있으며, 예약과 변경이 쉬운 점은 좋았다.
이틀 후로 두 번째 예약을 했다.
시간에 맞춰 수영장 맞은편에 쳐진 커튼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로 올라가서 엎드린 후, 동그란 구멍에 얼굴을 맞추고 눈을 감았다.
다리는 곧게 뻗고 두 팔을 침대 아래쪽으로 내려뜨리자, 온몸의 힘이 빠지면서 편안해졌다.
눈을 떴더니 원이 보였다. 물이 담긴 항아리였다.
물 위로 색이 다른 꽃이 세 겹으로 정렬하듯 띄워져 있었다. 지난번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정원에 많이 피어있는 꽃이구나 ‘라고 다 생각하기도 전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왜 이러지?‘ 몸이 마음과 다르게 움직이는 이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그때 밖에서 마사지사의 목소리가 들렀다.
“아 유 레디?”
“예스, 레디”라고 대답했다.
내 눈물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엎드려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이 곤란함에서 얼른 벗어나고만 싶었다.
마사지받으러 와서 눈물이라니.
‘그래, 눈물은 제 무게를 못 이기고 곧 떨어질 거야 ‘ 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내 바람과는 다르게 눈물은 떨어지지 않았다. 퐁당하는 소리를 내며 항아리 물과 합쳐지지도 않았다.
대신 고였던 눈물은 속눈썹 하나하나에 맺혀 버렸고, 영 떨어지지 않았다.
‘빨리 떨어져, 떨어지라고!‘ 눈을 몇 번이고 세게 끔벅여 봤지만 소용없었다. 눈가가 축축하고 꿉꿉했다. 닦지를 못하니 마를 때까지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나는 모른다.
그때 왜 눈물이 났는지.
갑자기 엎드린 신체의 변화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원과 물과 꽃의 연결이 불러온 발리의 어떤 종교적 체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막상 나는 이들 종교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다.
가끔 친구나 지인들에게 그 눈물에 대해 얘기하고 묻고는 한다.
그들은 경청할 뿐,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눈물이 속눈썹에 붙어 떨어지지 않은 일을 대놓고 재미있어하지 못한 것이거나, 아니면 내가 던진 질문이 너무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