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과 혼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괴물들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리뷰

by 투스타우

영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의 첫 OTT 도전작. 거기에 <하얼빈>에서 함께했던 현빈과의 재회. 그리고 화려한 출연진들. <메이드 인 코리아>는 마치 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제작진들로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6부작이라는 짧은 분량이 혹시 영화 극본을 억지로 늘린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시즌2가 제작 중이라는 소식은 이 작품이 제대로 된 시리즈 작품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6부작임에도 무려 4주에 걸쳐 공개한 <메이드 인 코리아>. 과연 작품은 기대만큼 잘 나왔을까?



메이드 인 코리아(2025)

방송&스트리밍 : 디즈니 플러스

연출 : 우민호 / 극본 : 박은교, 박준석

출연 : 현빈, 정우성, 우도환, 서은수, 조여정 원지안, 정성일, 노재원, 박용우 등

러닝타임 : 6부작




야만과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야망을 그린 시대극

<메이드 인 코리아>는 야만과 혼돈의 70년대를 그리는 픽션 시대극이지만, 배경과 소재에서 많은 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요도호 사건'을 다룬 1화가 하필 <굿뉴스>와 동일한 소재인 건 당황스럽지만, 이 부분만 지나고 나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집착에 가까운 야망에 대한 드라마임을 알 수 있게 된다.

20260109091758.png?type=w773 70년대를 그리는 픽션 시대극이지만, 배경과 소재에서 많은 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야기는 간단명료하다. 주인공 중앙정보부(중정) 과장 백기태는 일본에 마약을 팔아 그 돈으로 중정의 권력을 사려한다. 반대로 어렸을 적 마약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난 장건영 검사는 어떻게든 그런 백기태를 잡으려 한다. 이 둘의 대립이 극을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70년대 야만과 혼돈의 시대를 그려나간다. 과장도 포장도 아닌 오직 그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그려내면서,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남성들의 삐뚤어진 야욕을 다룬 선 굵은 시대극 드라마이다.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을 그려내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대가 만든 괴물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린 작품이다.

20260109100428.png?type=w773 야만과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삐뚤어진 야망을 그려내지만~
20260109093414.png?type=w773 결과적으로 그 시대가 만든 괴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민호 스타일

콘트라스트의 대비로 그려내는 인물들의 강렬한 미장센과 특유의 클로즈업, 비장미 넘치는 분위기와 남성들만의 전유물 같은 힘과 권력을 다루는 분위기까지. 속된 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훗가시로 일관하면서, 남성들의 야망을 다룬 이야기를 우민호 감독스럽게 연출해 나간다. 어쩌면 너무나 우민호 감독스러운 이야기를 그답게 연출하면서, 시대극 드라마지만 마치 6편의 누아르 영화를 보는듯한 묵직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영화감독이 드라마로 넘어올 때 보여주는 잦은 실수들. 작품의 연속성이나 한 회의 완결성의 문제들도 어색하지 않게 그려내면서, 우려와는 다르게 만족스러운 만듦새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드라마에서 극본보다 감독의 역량이 더 돋보였다는 건, OTT 드라마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20260109093842.png?type=w773 콘트라스트의 대비로 그려내는 인물들의 강렬한 미장센과 특유의 클로즈업~
20260109093205.png?type=w773 비장미 넘치는 분위기와 남성들만의 전유물 같은 힘과 권력을 다루는 분위기까지.
20260109094248.png?type=w773 처음부터 끝까지 훗가시로 일관하면서, 남성들의 야망을 다룬 이야기를 우민호 감독답게 연출한다.




현빈의 어깨, 정우성의 웃음

일본에 마약을 파는 것이 애국이라며 자신의 야욕을 거짓 정의로 포장하는 백기태. 오직 돈과 권력만을 쫓는 올곧으면서도 불안한 백기태를 현빈의 강인한 어깨와 흔들리는 눈동자로 명확히 연기해 낸다.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그 무엇도 견뎌낼 수 있고 부셔낼 수 있음을 현빈의 놀라운 피지컬과 깔끔한 슈트핏, 그리고 강렬한 표정 연기로 완성시킨다. 무엇보다 중정 과장의 포스와 간지를 현빈이 너무나 멋스럽게 연기하면서, 그저 현빈의 아우라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강렬한 흡입력을 선사한다.

20260109093225.png?type=w773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그 무엇도 견뎌낼 수 있고 부셔낼 수 있음을~
20260109093912.png?type=w773 현빈의 놀라운 피지컬과 깔끔한 슈트핏, 그리고 강렬한 표정 연기로 완성시킨다.

반대로 장건영 검사역의 정우성은 캐릭터 설정부터 연기의 톤까지 뭔가 잘못되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어릴 적 마약에 대한 트라우마로 마약 소탕에 집착에 가까운 무리수를 두는 장건영 검사. 이 캐릭터를 정우성이 연기하면서 그저 정의와 신념을 위해 백기태를 잡으려고 하는 착한 검사처럼 연기한다.(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자주 선보이는 장건영 검사의 기괴한 웃음들은 이 캐릭터 역시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야욕의 인물임을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된 장치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웃음마저 정우성이 작위적으로 연기하면서 이 캐릭터가 그저 호탕하고 털털한, 한없이 호기로운 인물로만 보이게 만든다. 결국 그렇게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님에도 작가의 의도와 정우성의 연기가 맞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인상을 찌푸르게 만든다.

20260109092910.png?type=w773 정우성은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인물인 장건영을 작위적으로 연기하면서...
20260109093048.png?type=w773 이 캐릭터가 그저 호탕하고 털털한, 한없이 호기로운 인물로만 보이게 만든다.

정우성을 제외한다면 초호화 캐스팅에 걸맞게 배우들의 연기도 다들 만족스럽다. 짧은 출연이지만 극중 가장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조여정과 <은수 좋은 날>에 이어 또 한 번 인상적인 빌런 연기를 보여준 박용우, 그리고 정성일과 우도환, 노재원까지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와 착 달라붙는다. 묵직하고 어두운 드라마에 유일한 환기가 되어준 서은수의 구수한 시골 여형사의 연기도 인상적이며, 또 한 번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 대세 원지안의 야쿠자 모습도 신선했다.

20260109092421.png?type=w773 짧은 출연이지만 극중 가장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조여정과~
20260109092644.png?type=w773 <은수 좋은 날>에 이어 또 한 번 인상적인 빌런 연기를 보여준 박용우.
1.JPG?type=w773 뱀 같은 천실장을 연기한 정성일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이유

영화와 드라마는 다른 장르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영화적인 접근으로 평하지 않는다면, 누가 봐도 이 작품은 만족스런 웰메이드 드라마이다. 그럼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는 작품 외적으로 여러 문제들을 보이면서 아쉬움을 드러낸다. 기대와 다르게 이 작품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20260109092122.png?type=w773 드라마라는 카테고리 안에선 분명 웰메이드 드라마인 <메이드 인 코리아>.

1화의 비행기 하이재킹 소재를 다룬 이야기는 앞서 말했듯이 영화 <굿뉴스>와 같은 소재, 같은 전개의 방식이라 보는 내내 상당히 안타까웠다. 같은 소재를 불과 몇 개월 차이로 공개하면서 사실상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의도치 않게 피해를 본 상황이다. 심지어 주목도를 높여야 하는 1회에서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서 초반부 몰입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공개 방식도 이해하기 어렵다. 6부작밖에 안 되는 이야기를 4주에 걸쳐 나눠서 공개하면서, 가뜩이나 느린 전개의 이야기를 더 답답하게 만든다. 이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20260109093827.png?type=w773 <굿뉴스>와 동일한 1화의 에피소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가 의도치 않게 피해를 보게 된다.
20260109094027.png?type=w773 6부작밖에 안 되는 이야기를 4주에 걸쳐 공개하면서, 느린 전개의 이야기를 더 답답하게 만든다.

다행히 <카지노>처럼 파트1으로 나누지 않은, 시즌1으로서 최소한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결말은 나름 훌륭했다. 하지만 동생 백기현의 이야기 등 전혀 풀리지 않은 떡밥들도 있어 이야기의 완결성에서 보면 분명 아쉽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시즌2에서 다뤄지기 위한 떡밥일 거라 믿는다. 앞서 말한 정우성의 잘못된 캐릭터 해석과 연기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좀먹는다. 어쨌든 근래 드라마들 중에서 외적으로 여러 영향을 받은 작품처럼 보였다.

20260109094101.png?type=w773 백기태의 이야기 등 전혀 풀리지 않은 떡밥들은 어쨌든 시즌2를 기다려야 한다.




20260109091922.png?type=w773 메이드 인 코리아 (2025-2026. 디즈니플러스)

최근 넷플릭스가 여성 연대의 작품들을 주로 다룬 반면에 디즈니 플러스는 남성 연대의 강렬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그런 작품들 중에 가장 남성향이 강한 작품으로, 우민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잘 묻어난 묵직하고 힘 있는 시대극 작품이다.


한국에서 제조한 뽕을 일본에 파는 것이 애국이라며 자신의 야욕을 정의롭게 포장하는 백기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자신만의 애국을 외쳐보지만, 결국 자신들의 야욕을 향해 돌진하는 야만과 폭력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그 시절의 대한민국이고, 야욕에 사로잡힌 수많은 인간들이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에서 만든 시대상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이 유독 태극기가 많이 보였던 이유,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제목이 그렇게나 잘 어울린 이유이다.




총평

★★★☆

야만과 혼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괴물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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