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리뷰
<우아한 세계>,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드라마인 <더 에이트 쇼>는 감독만큼이나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오프닝부터 여러 부분에서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키지만, <더 에이트 쇼>의 원작인 <머니 게임>이 무려 10여 년 전 작품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재밌는 것은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인 <오징어 게임>보다 죽지 말아야 하는 게임인 <더 에이트 쇼>가 훨씬 더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8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각기 다르게 편집한 오프닝부터 남다름을 선사하는 <더 에이트 쇼>. 이 작품은 <오징어 게임>처럼 각각의 사연을 갖은 인물들이 알 수 없는 게임에 참가하면서 시작되는데, 이 기시감 강한 초반부는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전혀 다른 몰입도를 선사한다. 이러한 초반부의 몰입도는 인물들의 서사가 아니라 게임의 독특한 룰에서 기반되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알 수 없는 게임의 룰을 알아가는 재미가 이 작품의 초반부를 이끄는 핵심이 된다. 그리고 그 게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의 축소판이 만들어지는 중반부부터 이 작품의 본격적인 쇼가 시작된다. 죽지 않고 오래 버텨야지 많은 돈을 번다는 전제가 <오징어 게임>과는 다른 차이점을 만들지만, 서바이벌이 아닌 것 같은 이 쇼도 결국은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으로 변질되고 마는 과정이 그려진다.
8명의 캐릭터들은 결국 온갖 인간 군상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되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계급 사회는 현대 사회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재연해 놓는다. 그리고 8명의 각기 다른 인물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관계의 민낯을 낱낱이 들춰내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후반부에 가서는 인간의 밑바닥 본성과 욕망까지 들춰내는 파격적인 전개까지 그려내면서, 말 그대로 '끝까지 간다'라는 게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이야기까지 다다를 수 있는 이유가 결국 돈과 자극적인 쇼를 관람하는 시청자라는 것이 더욱 흥미로운 부분이다.
기존 드라마의 문법을 파괴하는 듯한 한재림 감독의 연출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남다름을 만들어낸다. 오프닝부터 편집, 탁월한 미장센과 음악까지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완성도와 디테일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계급사회에 대한 메시지부터 자극적인 온갖 콘텐츠들에 대한 비판까지 다양한 메시지들을 오락적으로 포장한 이 작품의 기조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논란의 류준열이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 선구안은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3층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연기는 둘째치고, 류준열 특유의 매력적인 내레이션 보이스가 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 너무나 이상적인 캐스팅이었던 8명의 배우들이 모두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며, 특히 문정희와 배성우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천우희의 8층 연기는 또 한 번 그녀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임을 증명해 보이는데, 다소 작위적인 캐릭터 해석이지만 8층 캐릭터가 결국 어떤 인물을 모티브 했는지 알게 되면 충분히 설득되는 연기이다.
물론 작위적인 대사들('신파 같긴 한데 나쁘지는 않네.' '그래야 시즌2도 가고 그러지?')과 판에 박힌 캐릭터에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후반부 개연성은 이 작품의 아쉬운 모습들이다. 빈틈이 보이는 게임의 오류들도 문제인데, 특히나 물품의 구입으로 시간을 소비하여 빨리 게임에서 탈출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후반부 상황들은 큰 오류로 보인다.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수위와 불쾌감을 주는 자극적인 상황들은 시청자들에 따라 호불호로 갈릴 수 있다.
<더 에이트 쇼>는 온갖 다양한 사회 메시지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하나의 쇼안에 자연스럽게 담아낸 이야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오락적인 재미는 기본이고, 배우들의 열연과 개성 있는 연출까지 드라마라는 장르 안에서 쉽게 보지 못할 남다른 매력을 갖춘 작품이었다. OTT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의 강점을 잘 살리면서, 그동안 실망스러웠던 OTT 드라마들의 아쉬움을 한꺼번에 해소시켜 준다. <LTNS>, <삼식이 삼촌>과 함께 올해 상반기 최고의 작품으로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며, 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보다 인상적이었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