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독서
매일 읽고 쓰기 시작한 지 5개월째. 어쩌다 책을 읽기 시작했고 좋아졌다.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고 기억에 남기는 아웃풋 독서를 하고자 서평인지 모를 서평을 쓰고 있다.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그게 블로그나 브런치의 구독자 수나 조회 수가 양적으로 늘어나거나 글의 퀄리티가 향상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읽고 쓰는 행위가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운 일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일상에 새로운 재미가 생기니 보고 싶은 책들도 늘어나고 온라인 서점이나 동네 도서관에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읽고 쓰는 동료들, 격려해 주는 리더님 덕분에 재미가 두 배가 된다. 하지만 늘 나의 생각을 담은 나만의 서평을 쓰고 싶다는 바람은 늘 마음 한편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책을 읽으며 처음에는 깨끗하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눈으로 읽는 독서를 했다. 그러다 독서모임을 통해 포스트잇 플래그로 표시하게 되었고 연필로 밑줄을 쳤다. 어떤 책은 너무 많이 붙여서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보려면 책을 다시 처음부터 뒤적여야 할 때도 있었다. 서평을 쓰려고 보면 책 내용에만 빠져서 요약정리하기에 급급할 때도 있었다. 어떨 때는 책을 읽는 도중에 이미 앞서 읽은 것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노트에 적어가며 읽기도 해 보았다. 시간이 걸리지만 조금 더 기억에 남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가끔은 어떤 부분에서 나의 생각을 한두 줄 적어보기도 했다. 서평을 염두에 둔 독서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 말이다. 연관된 경험이나 이전에 읽은 책이 떠오르면 찾아서 메모를 한 적도 있다. 그럴 땐 서평 쓰기가 훨씬 수월했던 것 같다. 노트에 적는 문장들이 어떨 때는 책 한 페이지 절반 이상일 때도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 맞는 건지 의아해하면서도 효과적인 독서를 위해서는 손이 좀 고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서평을 쓰려면 핵심 내용은 파악이 되었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내 안에 변해야 한다는 뭔가 꿈틀대는데 그 여운이 오래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한 달 8기 서평 팀의 라이브에서 동료분의 소개로 기억에 남는 효과적인 독서를 하기 위한 <메모 독서법>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리프레시 기간에 도서관에서 빌려보다 소장해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들어 바로 주문했다. 저자는 나와 동일한 책 읽기에 대한 고민을 했고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독서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했다.
역사 속 책 읽는 사람의 비밀
14세기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인문주의자였던 페트라르카는 책에 대한 기억이 눈 녹듯 사라지는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책에 소개된 페트라르카가 아우구스티누스와의 가상의 대화를 통해 본인이 사용한 독서법을 묘사한 부분을 소개하겠다. 결국 페트라르카는 기억나지 않는 독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모 독서법을 고안하여 실천하였다.
프란체스코: 책을 읽을 때는 매우 유익하지만 책이 손을 떠나자마자 그 책에 대해 느꼈던 모든 감정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마는 걸요
아우구스티누스: 그런 식의 독서는 지금 매우 보편적이라네. 학식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으니까. 하지만 자네가 적절한 여백에 약간의 메모를 간결하게 적어 놓으면 아마 독서의 열매를 쉽게 즐길 수 있을 걸세
프란체스코: 어떤 종류의 메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우구스티누스: 책을 읽다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들거나 유쾌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자네의 지적 능력만을 믿지 말고 억지로라도 그것을 외우도록 노력해보게나. 그리고 그것에 대해 깊이 명상하며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보라고, 그러면 어쩌다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더라도 자네는 고통을 치유할 문장이 마음속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걸세. 자네에게 유익한 것 같은 어떤 문장이든 접하게 되면 분명히 표시해 두게. 그렇게 하면 그 표시는 자네의 기억력에서 석회의 역할을 맡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멀리 달아나고 말 걸게
메모 독서란 무엇인가?
1. 메모'는 잊지 않기 위해 간략하게 적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로 책과 관련하여 무언가를 ‘쓰는’ 행위 전체를 말한다.
2. 어디에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쓰면서 책의 내용을 음미하고 생각하며 읽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메모 독서는 책이 하는 말에 경청하고 나 자신의 생각을 경청하는 겸손한 독서법이다.
3. 메모 독서를 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 책을 더 적게 읽을 거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메모 독서를 통해 깊이 읽기의 맛을 보게 되면 독서가 더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
메모 독서를 통해 효과 없는 독서에서 생산적인 독서로
1. 오래 기억하기: 눈으로만 읽는 독서는 기억이 오래가지 않는다. 메모 독서를 하면서 책에 밑줄 치고 독서노트에 옮겨 적고 독서 마인드 맵으로 정리하면서 자연스러운 반복학습이 된다. 메모 독서는 '기억에 오래 남는 독서'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2. 생각하는 독서: 책을 읽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책에서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저자의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생각하고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질문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메모 독서는 책에 있는 문장만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 질문을 독서노트에 적으면서 생각하는 독서를 할 수 있게 만든다.
3. 글을 쓰게 된다: 독서노트에 모은 생각의 재료를 연결해 글을 쓰면서 생각의 빈틈이 채워지고 하나의 주제가 내 안에 자리 잡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4. 행동을 이끈다: 메모 독서는 책에서 찾은 실천 아이템의 목표와 계획을 손으로 적어보면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5. 창조적인 일을 한다.: 메모 독서를 꾸준히 하면 독서노트에 책 속 정보와 내 생각이 쌓인다. 축적된 생각의 재료가 충돌하고 반응하며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이는 무언가를 창조적인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오늘은 책에서 소개된 역사 속의 메모 독서법, 저자가 말하는 메모 독서의 정의, 메모 독서를 통해 효과 없는 독서에서 생산적인 독서로 해결할 수 있는 요인들을 정리해 보았다. 메모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하나씩 따라가 보려 한다. 조금이나마 나의 읽고 쓰기에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메모 독서를 경험한 독자의 후기가 울림이 있다. “새로운 나만의 요리로 글을 쓰는 재미있는 놀이” 메모독서법으로 나도 즐기고 싶다.
책이 나무라면 메모는 꽃이다. 책의 영양분을 모드 흡수해서 나만의 꽃을 피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메모다. 책이 재료라면 메모는 소스다. 여러 가지 재료에 나만의 소스를 얹으면 나만의 새로운 요리가 된다. 새로운 요리가 바로 나의 생각이다..... 메모 독서를 통해 생각이란 것을 하게 해 주었고 그 생각을 글로 써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생각이 바뀌니 행동이 달라졌다. 더 적극적으로 메모 독서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놀이가 되었다. 재미있는 놀이! 재미있으니 계속하게 된다. 재미있으니 시간을 내게 된다. 재미있으니 즐기게 된다. <메모 독서법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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