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할 때 속이 뻥 뚫리는 클래식

라 캄파넬라

by 꽁스땅스

회사 생활에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운동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았다. 토요일에 아이들 학원을 보내고 오래간만에 피아노와 마주했다. 둘째가 즐겨 치는 악보를 넘기다가 어떤 곡인지 궁금해서 양손으로 두둥 거렸다. 아주 천천히 쳤지만 많이 들어본 영화 삽입곡이었다. 악보에 집중하며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피아노 학원을 등록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나 치고 싶은 곡이 있냐고 물으셨다. 마음속에 늘 애정 하던 쇼팽곡을 치고 싶다고 진도가 빠르지 않아도 되니 조금씩 천천히 하자고 말씀드렸다. 쇼팽의 녹턴이 나의 첫 번째 곡이었다. 토요일마다 한 시간씩 레슨을 받았다. 주 중에는 출근 전, 토요일에는 레슨 전에 조금씩 연습을 했다. 치다가 감이 안 오는 부분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들어보기도 했다. 따라 하기에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급의 연주. 그래도 좋았다. 우연히 쇼팽 녹턴 연주 동영상 아래 익숙한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의 영상이 눈에 띄었다. 낯익은 곡인데 어떤 곡인지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 영상을 재생했다. 아! 이 곡!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8sQA53Op2U8

그녀의 피아노 리사이틀 말미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영상이었다. 속도감에 경쾌함이 어우러진 곡을 들으니 속이 뚫리는 듯했다. 빠른 곡을 절제된 힘으로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여자로서의 리스트를 연상하게 했다.


피아노 역사에서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리스트는 스케일이 크고 강렬한 테크닉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리스트는 베토벤의 제자였던 칼 체르니(우리가 아는 체르니 100,30,40,50번의 작곡가)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우연히 파리에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보게 되었고 그 연주에 감명을 받아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단다.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 기교 연습 곡>은 모두 6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라 캄파넬라이다.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이 자신의 초인적인 기교를 자랑하기 위해 연주회 레퍼토리로 자주 연주하는 곡이기도 하다. 라 캄파넬라는 종을 뜻하는 말이다.


피아노의 고음부가 종소리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고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들려오는 종소리와 그 울림, 분위기를 피아노의 화려한 기교를 통해 탁월하게 묘사하는 곡이라고 한다. 클라이맥스의 웅장한 피아노 음향과 과감한 공격성. 고음부의 섬세하면서도 가냘픈 종소리 묘사가 잘 어우러지는 곡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잔잔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서 리스트가 양손으로 종을 들고 미친 듯이 흔드는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단다.


그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연주를 본 이후 퇴근하는 전철에서 복잡한 머리를 식히거나 답답할 때 주저 없이 이어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게 마음속의 심란함을 날려준다.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종소리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글을 쓰다 보니 바이올린 버전의 라 캄파넬라도 궁금해서 들어보았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데이비드 가렛의 연주는 피아노와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 뭔가 답답함을 날려버리고 싶을 땐 리스트가 혹은 파가니니가 미친 듯이 흔드는 종소리 라 캄파넬라를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1dXS4wSrbrQ&lc=UggckoLwrXPVGXgCoA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