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두번의 죽음에서 느껴지는 그 무엇에 대하여...
지금 가장 핫한 영화배우 중 한명을 고르라면 단연 구교환일 것이다.
독립영화쪽에서는 예전부터 유명했고 백상에서도 상을 받았던 이력이 있었지만, 최근 청룡에서 상을 받고 유퀴즈 같은 인기 예능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관심도는 계속 올라가는것 같다.
먹고살기의 고단함 속에 겨우 손을 뻗어 OTT 서비스를 켤 수 있었고, 정말 운이 좋게도 선택한 관람작들이 모두 그의 출연작이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그는 정말 개성적이다.
단순히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의미를 넘어, 극중 캐릭터에게 서사와 개성을 부여하고 그것을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무언가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것 같다.
(그의 출연비중과 상관없이 그의 존재감을 크게 느끼는 반응들을 보면 그는 분명 사람들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게 재능이라면, 신은 참 야속하다. 이걸 뭐라 설명하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걸 지닌 사람도 있다니)
분명 그의 이런 재능을 능력있는 감독들이 놓칠리가 없다. 가장 핫한 감독들인 연상호, 류승완 모두 그를 캐스팅했는데 영화를 본 뒤, 구교환의 극중 죽음을 지켜보며 팬으로서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왜 그를 자꾸 죽음에 이르게 하는가? 왜 그가 살아서 이 지옥을 탈출하게 하는것을 실패하게 하는가?
모가디슈는 어떻게 보면 태준기 참사관의 실패의 기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는 영화 내내 처절하게 실패하고 추락하고 끝내 살아서 탈출하지 못한다. 이것은 구교환이 연기했던 반도의 서대위 역할과도 결과적으로는 동일하다.
어떻게든 살아서 나가려했지만 반도의 서대위는 그 교활함에 비해 너무 순진했고 (마지막 유언이 '나이스 투 미츄' 가 될줄이야..) 모가디슈의 태준기는 거센 풍랑을 온 몸으로 다 맞이하다가 산화해버린다.
왜 감독들은 그를 자꾸 죽음에 이르게 할까?
속상함에 몸부림치던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이것은 단순히 등장인물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어떤 집단 혹은 세대의 실패를 대표하는것이 아닐까! 바로 우리 청년들 말이다.
역시나, 안타깝게도 모가디슈 리뷰들을 살펴보면 구교환과 조인성의 충돌을 언급하며 저 멀리 아프리카땅에서 펼쳐지는 군사적인 대리전, 그것을 통한 긴장 및 아직 청산되지 못한 냉전의 잔해를 다시 상기시키는 대립구도 등등 을 매우 유사하게 언급하는 글들만 보았다.
마치 보도자료 보고 업로드된 인터넷 기사를 본 것 같은 느낌 이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다루지 않았을까, 모가디슈의 그에 대해서 나라도 써야겠다.
구교환은 모가디슈에서 끊임없이 실패한다.
심지어 노력하고 뭔가 대단히 어떤 것을 이룰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의미없거나 실패한다. 마치 지금의 우리처럼...
정보원을 시켜서 남한 대사 일행을 골탕먹인 일은 성공이 아니냐고?
근데 알고보니 그건 북한 대사의 공식적인 명령도 아니었고 그저 남한에 대한 적개심과 그들을 골탕먹이고 싶다는 개인적인 감정이 뒤섞인 헤프닝 같은 장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더구나 이어지는 상황에서 태준기의 작전과 상관없이 남한 대사의 대통령 면담은 성과없이 끝났으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어지는 그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고 꼭 성공해야만 하는 일들은 계속 처절하게 실패한다.
호기롭게 무장강도에게 주먹을 휘두를 때,
그는 이미 믿었던 정보원에게 배신당했으며 총알이 스쳐 부상도 입었다.
하지만 동료가 위험에 처하는 그 위태로운 상황을 참지 못하는 정의감이 있었고 본인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게 그의 극중 역할 (보위부 출신 참사관) 이기도 하지만 거침없이 몸을 날리는 태준기의 그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확신에 찬 그 무엇이 저 사람을 불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지게 만드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총을 든 상대를 제압할 정도의) 반전시킬 능력은 없었다.
너무도 처참하게 저렇게 까지 맞아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필요이상으로 맞는다.
그것을 카메라는 매우 덤덤히 차분하게 응시한다.
도망치던 중 총을 든 아이들과 마주쳤을 때 구교환은 마치 사냥을 하는 맹수마냥 칼을 들고 자세를 낮추고 상대를 노려본다.
뭔가 하나 저지를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내 발사된 총알에 화들짝 놀라며 겨우 도망친다.
결국 선택지가 없어진 그들은 남한 대사관으로 몸을 피하려 한다.
이때 그는 강렬히 반대한다. 북한 대사로부터 타박받을 정도의 고지식하고 순수하게 본인이 믿는 체제에 대한 신념을 보여준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조인성과 구교환의 대결장면, 이 장면이 가장 이상하고 괴기스러웠다.
단순히 피지컬의 차이 때문에 벌어진 결과라기엔 태준기는 의도적으로 누군가 설계해논것처럼 쉼없이 두들겨 맞는다. 꽤 긴 시간을 그렇게 맞는다.
마치 영화 돈의맛에서 주영작(김강우)이 윤철(온주완)에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얻어맞은채 ‘당신들은 우리 못 이겨.. 그냥.. 원래 그래’’ 라는 대사를 들을때의 불쾌감과 비슷하달까
구교환은 그 상황에서도 꿋꿋이 일어나 집단을 위해 사실을 전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만 보기좋게 무시당하거나 허무하게 좌절된다.
어쩌면 그는 이집트 대사관을 통해 탈출하면서 남한이 한번쯤은 자신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법한 그런 상황을 기대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일은 일어날 수 없으며, 그가 제안한 탈출경로는 바로 바보 같은 소리로 치부되어 사라진다.
구교환이 연기한 태준기는 집단을 위해 언제든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고 자신감도 갖고 있으며 주어진 체제하에서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능력을 믿는 마음도 있는 듯하다. 이것은 구교환의 훌륭한 연기와 만나 마치 어떤 한 세대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이렇게 구교환에게 가혹했던 것일까, 왜 끊임없이 그에게 영화내내 시련과 실패만 선사하고 끝내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죽음을 주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카메라는 또 어찌 저렇게 한 없이 담담했던 것일까? 마치 자 잘 지켜봐 이 날 것 그대로의 고통을..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결국 그는 헬조선을 형상화한 반도에서 탈출하지 못했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없었다. 장소만 바뀐 똑같은 지옥이었던 모가디슈에서도 그는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다.
이것은 마치 지금 우리의 삶에 대해서 던지는 감독들의 메시지는 아닐까?
능력있는 영화감독들이 그의 얼굴에서 어떤 특정 세대의 분위기 등 감독 자신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어떤것을 보고 느꼈다면,
그리고 그것이 도저히 그를 탈출시키지 못하고 죽음을 선사할 수 밖에 없었다면,
그렇게 감독들의 무의식을 이끌어 냈다면 이것은 어쩌면 감독으로 하여금 지금 세대들에게 '사실 너네들의 삶은 피지컬 좋고 허당처럼 보이지만 엘리트 백그라운드가 있는 조인성 같은 경우가 되거나 제인에게서 구출될거라는 동화적인 믿음을 가진 매우 운 좋은 집단이 될 수 없다.' 라는 음울한 메시지를 던지는것 아닐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중간자들의 애매한 삶 그 자체이고 그것의 결말은 그닥 아름답지 못할거야." 라는 씁슬한 자신의 무의식을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내뱉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단순히 캐릭터를 만들고 그것을 전달하는 배우 구교환 능력의 전부가 아니라, 감독으로 하여금 구교환을 그렇게 영화속에 보여지게 만들고 싶어지게 만들어 버린 것이며 즉, 감독조차도 하나의 관객으로 위치시켜 내밀한 속마음 실토하게 만드는 무서운 배우로서의 에너지를 지닌 배우라는 증명이 아닐까.
그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금 한국의 어떤 한 세대의 얼굴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구교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그리고 그에게 새로운 선택을 줄 수 있는 감독의 작품도 궁금하다.
그는 왜 D.P. 에서도 마지막에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유령처럼 사라지는가! 속상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