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리빙 브랜드를 만들게 된 이유

방39개 팔아야하는 방장사쟁이

by 루루

나는 방을 빌려주는 일을 한다.

현재 운영 중인 방은 39개, 그리고 그 방에 머무는 사람들 대부분은 한국이 아닌 곳에서 온 이들이다.

여름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얼굴들이 있다.

작년에 머물렀던 방,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 익숙한 동네의 풍경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온다.

“너무 좋았다고 해서 왔다”는 말을 지인의 소개로 전해 듣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일이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 곳곳에서 여러 명이 함께 살아가는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사는 곳’보다 ‘만나는 곳’이 더 중요해졌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 집에 살고, 서로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친구가 된다.

자연스럽게 이곳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집”이라는 이야기를 얻게 되었다.

나는 종종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남산타워가 내려다보이는 루프탑에서는 바비큐를 굽고, 한강이 보이는 스튜디오에서는 음악을 함께 들었다.

고요한 한옥에서는 차를 마시며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기도 했다.

공간마다 어울리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초대했고, 그 시간들이 겹겹이 쌓였다.

그렇게 브랜드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전에, 이미 외국인 코리빙은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이 브랜드를 아주 크게 키우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물론 이름이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기를 바라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의 밀도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한 공간, 한 관계, 한 경험에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커뮤니티 사업은 늘 모순을 안고 간다.

확장하지 않겠다는 선택이 곧 운영의 원칙이 되기도 한다.

매물을 무한정 늘리지 않고, 모이는 사람의 수 역시 제한한다는 방침은 사업적인 관점에서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정말 맞는 선택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와 신념이 결국 브랜드를 더 또렷하게 만들고,

그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더 깊이 끌어당긴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런 진심이, 돌아 돌아 결국에는 수익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5년까지는 별다른 홍보도, 마케팅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찾아온 사람들과 우리끼리 재미있게 지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이 브랜드를 조금 더 명확한 언어로 세상에 소개해보려 한다.

이번 겨울, 비수기 동안 웹사이트를 만들고 SNS를 정비하고 있다.

운영 중인 모든 공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페이지, 직접 날짜를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 결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중이다.

요즘은 개발자와 매일 대화를 나눈다.

아직 페이지가 완성되기도 전에 문의는 계속 들어온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아직은 준비 중이라고 설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고맙게 느껴진다.

2026년에는 지금보다 더 사람 냄새 나는 집들을 만들고 싶다.

공간보다 사람이 먼저 떠오르는,

머물렀던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 그런 하우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