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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Feb 12. 2020

말잘하는 사람은 큰그림을 가지고 말한다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말하는 말잘하는 법07

Ep7.말잘하는 사람은 큰그림을 가지고 말한다 (논리03)

논리적 말하기 최종 템플릿


말만으로도 말의 구조와 얼개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짜임새있게 말하는 경우이다. 이 이야기가 어디서 비롯된 건지, 현재 어디에 위치한 이야기를 하는건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단연 구조다. 말의 구조를 갖춰말하는 것은 매우 친절한 행위이다. 말뿐만 아니라 글이나 업무여도 마찬가지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산발적으로 전하는게 아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구조가 있는 말은 확실히 잘 들린다.

이번 챕터에서는 말의 구조를 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말의 구조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각 종류별로 어떤 점을 신경써야하는지를 살펴본다.


말의 구조 종류 : 병렬과 종속. 그 중 종속에 해당하는 논리적 말하기

말에는 두종류가 있다. 종속적인 말하기와 병렬적인 말하기. 조금 더 풀어 설명하자면 하나의 결론을 향해 유기적으로 구성되는 말하기와 여러 개의 결론으로 분절되는 말하기다. 


1) 병렬적 말하기

보다 이해가 쉬운 유형부터 이야기하겠다. 병렬적 말하기는 아주 쉽다. 이해하기에도 쉽고, 적용하기에도, 파악하기에도 쉽다. '첫째, 둘째'와 같은 넘버링이나 '뿐만 아니라, 또는'과 같은 눈에 띄는 접속사 장치를 이용하기 떄문이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하는 이유를 두가지로 명시할 수 있다. 먼저 보다 풍성한 민의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면 할수록 그것이 하나의 척도가 되는 것 마냥 정당성은 강해진다. 이 정당성은 정치적 효능감에 영향을 미치므로 국민을 통합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다수의 의견에 소수의 의견이 가려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 곳에 확성기를 가져다 주는 기능을 할 뿐 아니라, 다수의 무리에 속해있지만 자신의 주장이 통념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것은 아닌지 일꺠워주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를 통해 잠재적 소수자의 핍박을 방지할 수 있다. 


이 말의 구조를 살려 딱 세문장으로 요약을 해보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1)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야하는 이유

2)    첫째, 풍성한 민의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기에

3)    둘째, 다수의 의견에 소수의 의견이 가려지지 않게하기 위해


이처럼 큰 맥락에서 볼 때, 내용 자체가 분절되고 나열된다면 , 조금 더 쉽게 말해 넘버링이 들어간다면 이는 병렬적인 말하기가 된다.

여기서 말을 할 때와 들을 때 각각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말을 할 당시, 어떤 기준으로 쪼개서 말할지가 관건이다. 쪼개는 행위 자체를 갈무리라고 앞으로 표현할 건데, 이 갈무리의 기준을 직관적으로 삼는 것이 말의 전달력을 높이는데 중요하다. 이는 다음 챕터에서 제대로 다뤄보고자 한다. 또한 말을 들을 때, 넘버링이나 접속사가 언급되지 않은 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분명 구분이 될만한 이야기들인데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이리저리 섞여  쏟아진다면 바로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청자의 입장에서  “방금 당신이 이야기한게 크게 두가지 맞습니까”와 같이 나름대로 갈무리를 시도해 확인을 받아보는 식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다. 


2)종속적 말하기 

병렬적 말하기와 대비되는 종속적 말하기는 쉽게 말해 큰그림이 있는 말하기다. 여러 개의 분절되는 이야기로 구성되었다기 보다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다른 잔가지들이 힘을 모아 기능하는 형태이다. 고로 병렬적 말하기와 달리 딱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말하기이다.


우리는 뭔가를 해석할 때 서로 같은 것을 봤다고 해서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통에 물이 절반 정도 차있는 것을 보고 ‘절반이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설명을 할 때 모두가 같은 의미로 해석하게 하려면 ‘통에 물이 절반 있다’가 아니라 ‘통에 물이 50% 담겨있다’라고 객관적으로 정의해야한다. 


이는 대표적인 종속적인 말하기 이다. 각각의 문장들이 제기능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결론은 ‘ 설명을 할 때 객관적으로 정의해야한다’ 이다. 글에 등장한 요소들을 세문장으로 크게 요약을 해보면 더 깔끔하게 보인다.


1)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받아들임

2)    같은 것을 보고도 같게 받아들이게 하려면

3)    설명할 때 객관적으로 정의해야함


이 세요소는 병렬적 말하기와는 다르게 확실하게 마지막 문장을 도출하기위해 쓰였다. 마치 기저에서부터 쌓아올린 큰그림이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결론에 종속된 말하기, 즉 종속적 말하기이다. 종속적 말하기의 장점은 소름돋는 스피치를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계속 언급했듯 큰그림이 있는듯한 인상을 내비침과 동시에, 말 하나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 것 처럼 느끼게 해준다. 하여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중스피치를 할 때 말하기의 큰 골자는 종속적 말하기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예시 한가지만 더 보도록 하겠다. 



결혼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나서 여러 상황에 처하게 된다. 취미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 더 이상 나로 살아가지 못하는 문제 등이 그 예이다. 이것은 결코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이 행복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다면 결혼을 할 필요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역시 세문장으로 요약가능하다.


1)    결혼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2)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3)    결혼을 할필요는 없다 


이렇게 요약을 해놓으면 각각 따로 노는 것같지만 잘 살펴보면 맨 마지막 문장, 즉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위 두문장이 전제로서 기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배운 근거, 전제 개념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 바로 종속적 말하기 이다. 하여 논리적인 말하기, 논증이 글 전반의 구조로 쓰인 말하기는 전부 종속적 말하기에 속하게 된다. 



납득시키기 위해 신경써야하는 것

종속적인 말하기, 논리적인 말하기를 마무리 하기에 앞서 논리적 말하기의 본질목표를 다시 상기해보고자 한다. 논리로써 상대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 자신의 논리구조를 통해 밝힌 논증의 타당성을 납득시키는 것이 그 답이었다. 이때 신경써야하는 부분이 크게 두가지가 있었다. 


1)    논증의 요소가 알맞게 들어갔는지

논증의 필수 요소에는 결론, 근거 그리고 이를 이어주는 전제가 있다고 했다. 각각의 요소가 알맞게 들어갔는지를 살피는 것은 납득을 잘 시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근거를 말할 위치에 현상을 말하고 있거나 주장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전제를 말해야할 타이밍에 근거의 전제를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살피는 것은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는 이전에 여러 에피소드를 할애하여 설명한 부분이기도 하다.


2)    각각의 성분을 납득시킬 수 있는지

논증의 요소, 성분이 제 위치에 잘 들어갔다면 또 하나 살펴야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각각의 성분 자체가 납득가능한지이다. 이 역시 앞서 설명한 바가 있다. 제 아무리 논증 구조가 탄탄할 지라도 논증에 쓰인 재료가 와닿지 않으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되버릴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사람은 죽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지 않는다. (?)



논증의 구조로만 볼 때 결함은 전무하다. 다만 ‘사람이 죽지않는다는’전제가 뜬금없게 느껴질 뿐이다. 이를 납득할 수 없기에 논증의 결론 역시도 납득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이를 정말 납득시키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다면, 왜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건지 그 근거를 제시해야한다. 즉 납득시키는 말을 할 때 신경써야할 또 한가지는 각각의 성분에 대한 근거를 충분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근거의 근거, 전제의 근거 모두 달아도 무방하다. 이를 활용해 사실상 하나의 논증이 담긴 논리적 말하기의 템플릿을 제시할 수있다. 



논리적 말하기 템플릿

두가지 요소가 들어가야하는 것을 기억하면 쉽다. 1)결론,근거, 전제 그리고 2)결론을 제외한 각성분에 대한 근거(부연설명). 이를 구조로 펴현하면 다음과 같다.


결론 – 근거 –(근거의 근거) – 전제 – (전제의 근거) 


이 템플릿을  활용해 ‘청소년의 화장은 제재되어야한다’는 결론의 논증을 스피치로 만들어 보겠다. 


결론 : 청소년의 화장은 제재되어야 한다

근거 : 청소년은 화장의 기초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근거를 제시했다면, 근거와 결론 사이의 거리가 꽤 있기에 전제를 알맞게 언급해줄 필요성이 제기된다.  청소년이 화장의 기초지식이 없다는게 왜 제재될 명분을 얻는지, 왜 문제인지를 이해못하는 사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 : 청소년의 화장은 제재되어야 한다

근거 : 청소년은 화장의 기초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전제 : 화장의 기초지식이 없는 것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렇게 논증을 구성했으나 여전히 각각의 성분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요즘 청소년이 얼마나 화장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떈 각성분의 근거를 덧붙여주면 된다. 왜 청소년은 화장의 기초지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 근거를 밝혀주는 것이다.


결론 : 청소년의 화장은 제재되어야 한다

근거 : 청소년은 화장의 기초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근거의 근거 : 청소년은 학업에 열중해야하기 때문에 화장 기초지식을 습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전제 : 화장의 기초지식이 없는 것은 문제를 야기한다. 

-전제의 근거 : 적절한 세안법과 같은 기초지식이 없기 때문에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각각의 항목을 채워넣었더니 5문장으로 구성된 하나의 스피치가 완성되었다. 이를 더 정제해 자연스럽게 말로 풀어내면 종속적인 말하기가 된다. 물론 모든 항목을 매번 말에 담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식의 틀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논리적인 말하기에  필요한 성분을 누락시키는 일은 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논리적 사고 습관까지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참고로 근거의 근거와 전제의 근거에 들어갈 수 있는 양상에는 크게 현상적 측면과 인과적 측면이 있다. 이 역시 앞선 에피소드에서 왜?라는 답변의 유형화를 통해 설명했던 부분이다. 

왜 그러한지 부연설명을 달 때 , 실제로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적 설명 뿐 아니라 어떤 연유로 그렇게 되었는지,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인과적 설명을 구분하는 것은 유용하다. 간혹 전제나 근거의 근거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예시들 들거나, 조사결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현상을 보여줄 수 있다. 또한 원인을 반추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두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해 실제 스피치로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부디 여러분의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상 이번편은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청소년의 화장은 제재되어야 합니다.(결론)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화장의 기초지식이 없기 떄문입니다.(근거) 조사에 따르면 화장의 기초지식이 없거나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학생이 60프로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근거의 근거-현상) 학업에 열중해야할 시기에 화장 기초지식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이유가 큽니다.(근거의 근거-인과) 한편 이러한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화장을 하는 것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전제) 적절한 세안법을 아는 것 역시 기초지식에 들어가기에, 이를 간과하고 화장을 했다간 만성 피부질환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전제의 근거) 그렇기에 청소년의 화장은 제재되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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