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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Feb 11. 2020

말잘하는 사람은 간략하게 혹은 자세하게 말한다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말하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06

Ep 6. 말잘하는 사람은 간략하게 혹은 자세하게 말한다 :논리02


지난 챕터에서 논리에 대해 배운바가 있다. 논리적인 말은 결론을 납득시키기 위한 말이었고 이를 위해선 근거가 필요했다. 근거만 달랑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근거 자체도 납득 시킬 수 있어야할 뿐만 아니라 이 근거가 결론을 잘 뒷받침하는지,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면 전제가 잘 언급이 됐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였다.


전제라는 개념이 낯설 수 있다. 그동안 논리적인 말을 신경써오지 않았다면 더욱 그럴것이고 설령 신경써왔다 해도 전제를 신경쓰진 않았을 터다. 하여 이번 챕터에서는 이 전제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어떻게 하면 자유자재로 써먹을 수 있을지 보다 실천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보고자 한다.


리마인드 예시

우선 예시를 통해 전제의 개념을 상기해보고자 한다.


까르보나라와 김치볶음밥 중, 나는 김치볶음밥을 선택할래.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이야


이는 논리적인 말이다. 결론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즉 논증하기 위해 근거가 잘 드러나있다. 하지만 이를 전세계에 분포한 모든 인구가 다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이 어딨는지도 잘 모르는 외국인 꼬마에게 이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은 김치볶음밥이 무엔지 부터 물어볼 수 있다. 즉 전제로서 기능하는 한국인과 김치볶음밥의 관계, 더 좁혀서 한국과 김치의 관계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면 이 논증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꼭 덧붙여 설명해줘야하는 것이 바로 ‘한국인은 김치를 좋아한다(김치볶음밥은 한국음식이다)’와 같은 전제이다.      


전제가 활용되는 세가지 방법

전제가 무언지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기를 바라며, 전제를 활용하는 방법을 몇가지 말하고자 한다. 이는 비단 전제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모든 말을 구성하는 유용한 툴이 될 수 있음을 금새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1)기본형


주장 : A

근거 : B

전제 : A-B


우선 가장 간단한 형태로 전제 그자체를 단편적으로 말하는 방식이 있다. 주장이 A이고 근거가 B일 때 그것을 물리적으로 그저 이어만 주는 기능을 하는 전제, A-B이다. 가장 기본적이기에 전제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이것만이라도 잘 숙달할 것을 추천한다.


회사 안갈거다.(A) 졸리기 때문이다.(B) 졸리면 회사 안간다.(B-A)

소고기를 사먹을거다.(A) 건강을 위해서다.(B) 소고기를 먹으면 건강해진다.(A-B)

소크라테스는 죽는다.(A-B) 소크라테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A-C) 사람은 죽는다.(C-B)

     

2)패러프라이징

본격적으로 전제를 변형하는 방법은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다뤘던 패러프라이징이다. 패러프라이징이란 의미의 왜곡을 만들지 않는 선에서 말을 달리 표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전제 역시도 의미에 아무런 변화(추가나 제거)를 만들지 않고도 다른 문장으로 바꿔낼 수 있다. 패러프라이징의 가장 큰 장점은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어진 것만을 가지고 다른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유용한 재능인지는 곧 알게 되리라. 필자 역시, 알고 있는게 아니지만 아는 것처럼 말해야하는 경우 이 패러프라이징 기술을 정말 많이 활용한다.


A –B = ~A-~B = B-A = ~B-~A


인공지능은 인간소외현상을 가져올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제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인간소외현상이 생긴다.

인간의 영역이 지켜지는한 인간은 소외되지 않는다.

인간소외현상은 인간의 영역이 대체될 때 생긴다.

인간이 소외되지 않으려면 인간의 영역이 지켜져야 한다.     


이를 반영해 스피치를 만들어내면 다음과 같다. 전제를 쓴 듯 안 쓴듯, 매우 자연스럽지만 소름돋는 말하기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소외현상을 갖고 올것이다. 인간은 고유영역이 있어야지 존재가치를 갖는 존재이다.( 인간의 영역이 지켜지는한 인간은 소외되지 않는다.’변형) 그런데 인공지능이 이 고유영역을 다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로인해 인간은 존재가치를 잃고 소외될 것이다.      


3)빈칸 채우기

세번째 방식은 내용의 추가가 있다는 점에서 2번과 차이가 있다. A에서 B로 이어질 때 그 빈틈을 채워주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쉽다. 왜 A이면 B인지 이유를 설명해줘도 좋고, 그 사이의 메커니즘을 하나씩 다 밝혀주어도 좋다. 이는 2번 방식과 달리 조금더 자세하고 알맹이있는 전제를 언급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A-(c-d-e-f)-B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인간소외현상이 일어난다.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인간은 노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노동에서 삶의 가치를 찾던 인간은 이로인해) 소외 된다.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인간은 더 이상 남과 소통할 수 없게 된다. 남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남들로부터) 소외 된다.     


3)비유적 상황

마지막은 A-B가 담겨있는 상황이나 조건을 비유적,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2번과 3번은 A와 B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면 3번은 그렇지 않다. 이는 한단계 더 나아가 상징과 비유에 대해 고민하는 영역이기에 처음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이역시 대단한 말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어떤 때는 더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말하기를 가능케 하기도 한다. 개그맨/개그우먼이 문장을 재밌는 상황에 빗대서 말하는 방식이나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사카즘(sarcasm)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제

졸리면 회사 안가도 된다 -> 나는 디지털 유목민이다.

김치볶음밥은 한국음식이기 때문이다 -> 신토불이를 지향한다               




전제의 출신 : 근거도 전제였다?

3번방식과 관련해 한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전제와 근거의 출신이 같다는 것! 하나의 논중에는 꼭 하나의 결론이 있지만, 반드시 하나의 근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더 명확히 말하면 하나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개의 전제가 있다. 그 전제 중 가장 크리티컬하다고 생각되는 전제하나를 골라서 왜? 라는 질문에 답할 뿐인 것이다.

여기서 그럼 전제라는 의미를 다시 정의해보도록 하겠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전제란 추리를 할 때, 결론의 기초가 되는 판단이다. 즉 무언가의 바탕이 되어주고, 뒷받침 해주며 부연설명해주는 것들은 전부 전제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사용한 전제라는 용어는 사실 ‘논증의 전제’이다. 결론과 근거로 이루어진 논증에서 결론, 근거 그 두 사이를 매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근거자체를 부연설명해주는 전제도 있을 터다. 그 전제와 논증의 전제는 앞으로 구분해서 사용토록 하겠다.


결론 <-전제1 <-전제2 <-전제3 <- 전제4 <- 전제5(근거) <- 전제6 <-전제7 <- 전제8 <-전제9 <-전제10 …


이처럼 결론을 가리키는 전제가 수없이 많이 있다. 전제 10까지 밖에 적지 못했지만 왜?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무한대로 뻗게 될 것이다. 그만큼 말의 기초가 되는 전제는 많다. 이중에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왜?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전제 하나를 골라 왜?라는 질문의 답변에 위치시킨 것, 즉 근거 자리에 위치시킨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근거가 된다. 사실상 근거 역시도 전제였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나머지 전제들의 성격이 조금 달라지게 된다. 전제1부터 전제4까지는 근거가 결론을 설명할 때 그 사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반면, 전제6부터 전제 10은 근거를 향하는 전제가 된다. 즉 전자는 논증의 전제가 되는 것이고 후자는 근거의 전제가 되는 셈이다.


오늘 회사 안갈거야 <-일의 효율이 떨어져 <-피곤하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잠을 못자서 피곤해(근거) <- 곧 중간고사야 <-대학원에 다니기로 했어 <-학문적 욕구가 남아있어 ….


오늘 회사를 안가겠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전제들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너무 세부적이지 않은 전제로 골라진 것이 바로 중간에 있는 ‘잠을 못자서 피곤해’이다. 그렇게 되면 결론과 근거 사이에 있는 것은 ‘왜 잠을 못잤는데 회사를 안가겠다고 하는지’를 설명하는 논증의 전제가 되겠고, 근거 뒤에 있는 것은 ‘왜 잠을 못잤는지’를 설명하는 근거의 전제가 되겠다. 물론 그 외 다른 전제가 근거로 발탁될 수도 있다. 다만 어디에 위치한 전제를 근거로 꼽는가에 따라 논증의 전제, 근거의 전제를 설명해줘야하는 몫이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여기서 결론에 얼마나 가까운 전제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논증의 전제를 언급해야할 필요성이 결정된다. 결론과 가까울수록 전제가 당연한 상식일 확률이 높으니 필요성이 적어지는 것이다. 하여 논증의 전제가 굳이 언급되지 않아도 될만큼 사소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면, 본인이 근거를 주장과 가까운 것으로 삼았다고 이해하면 된다. 결코 여러분의 전제찾는 역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 없다.      



전제찾기 훈련

지금 부터는 전제를 찾고 이를 활용하는 연습을 몇가지 예시를 가지고 해보고자 한다.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면 그에 해당하는 전제를 기본형으로 만들고, 이를 2,3,4번의 방식을 가지고 활용해보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근거의 전제가 아닌 논증의 전제를 찾아야한다는 점이다. 훈련을 한다고 생각하고 답안을 가리고 직접 전제를 만들어보자.


나는 7월에 일본여행을 못가

9월에 호주여행을 가기 때문이야



[예시답안]

1)9월에 호주가면 7월에 일본을 못간다

2)7월에 일본가면 9월에 호주를 못간다

3)9월에 호주가면 돈을 아껴야하니 7월에 일본을 못간다

4)나는 해외여행을 1년에 한번만 가야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요즘 일본 불매운동때문에 못가: 이는 제시한 논증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아예 다른 논증을 펼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역시 좋은 컨텐츠가 될 수 있으니 이를 가지고 논증을 만들어보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자.




나는 7월에 일본여행을 못가.

요즘 일본 불매운동때문이야.



[예시답안]

1)일본불매하면 일본을 가선 안된다

2)일본을 가는 건 일본 불매운동에 반하는 일이다

  일본을 안가야 불매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3)불매운동은 일본제품구매를 포함해 일본에 돈을 쓰는 행위 모든것을 지양하기에 일본 가는건 말도 안된다

4)나는 애국자다





이 문서를 오늘까지 처리해야한다

내일 사장님이 오시기때문이다



[예시답안]

1)사장님이 오시면 문서가 처리되어있어야한다

2)사장님이 안오시면 굳이 문서가 처리안되있어도 된다

  문서가 내일까지 처리안되있다는 건 사장님이 안오신다는 의미다

3)사장님이 오시면 모든 업무를 꼼꼼하게 체크하기 때문에 문서를 처리해야한다

   사장님이 오시고 문서가 처리되어있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신다

  사장님이 오시지만 내일 몇시에 오는지는 모르기에 오늘 전부 처리해야한다

4)사장님에게 찍히고 싶지 않다

  성실한 사원의 인상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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