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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Feb 11. 2020

말잘하는 사람은 논리가 있다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전하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05 :논리02

말잘하는 사람은 논리가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의 또 다른 무기는 말을 논리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질문을 빼놓지 않을 수 없겠다. 논리라는게 뭘까? 논리적으로 말한다는 건 어떻게 말하는 것일까?


논리 :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지난 시간에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인 결론이 잘 드러나게끔 방향성을 살려서 말을 해야지 된다고 강조한바 있다. 논리역시 같은 맥락이다. 결국 말하고자하는 결론이 두드러지게끔하는 기능을 한다. 다만 논리는 결론의 ‘납득’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초점이 다를 뿐이다.


논리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사고나 추리'에 해당하는 것이 필자가 강조하는 ‘결론’ 및 ‘메시지’이다. 이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간다는 것은 누가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공통적인 이치에 따라 말을 풀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내 말이 맞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논증’ 역시 이러한 이치에 따라 말을 풀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납득을 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슨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여기서 예시를 한가지 들어보고자 한다.

동생이 뜬금없이 ‘나 오늘 회사 안갈래’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보자. 갑작스러운 뚱딴지 같은 소리에 어리둥절하다. 이를 납득하고자 하는 본능에 이끌려 반자동적으로 되물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떤 질문을 하겠는가?

 

왜?


그렇다 바로 왜이다. 왜 말을 그따구로 하는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논리인지 들어나보자는 취지로 근거가 무에냐 질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무언가를 납득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왜?를 질문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바로 납득을 위해선 근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논리적인 말 : 납득을 위한 말 : 근거가 있는 말


“오늘 창립기념일이라 안가도 돼”

왜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 위와 같다면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아도 될 터이다. 납득을 시킬만큼 충분히 근거가 타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창립기념일에도 회사를 가는 것이 정설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너희 회사는 그날 안가도 되냐?”라는 질문이 한번더 나올 수 있기는 하겠다) 하지만 답변이 아래와 같이 나온다면 모든 사람이 쿨하게 대화를 마무리 짓지는 못할 것이다.


“어젯밤 잠을 못자서”


잠을 못잤기에 회사를 안간다는 말을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말도안되는 소리로 회사를 가기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일 뿐이니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다. 혹은 자비로운 사람이라면 잠을 못잔 것이 회사를 못갈만한 어떤 정당성을 갖는지 묻기 위해 “그거랑 회사 안가는게 뭔상관인데?”라는 질문을 한번더 물어볼 것이다.


“갈 수 없는 상황이야”


라고 대답이 돌아와도 납득을 완벽하게 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갈 수 없는 상황이라 회사를 안간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왜 갈 수 없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엔 너무나도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즉 근거를 사용한 것이 결론을 뒷받침하는 자체에 큰 무리가 없다 할 지라도 근거 자체를 납득할 수 없으면 그것또한 납득을 완벽하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이 된다. 이처럼 논리적인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를 대는 것 뿐 아니라 신경써야할 부분이 꽤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나 짧게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다.

논리적인 말은 납득을 시키기 위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 그 근거 자체도 납득할만 할 것.



전제의 등장

회사를 왜 안간다는 것인지에 대한 답으로 잠을 못잤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에서도 이야기할 거리가 있다. 먼저 잠을 왜 못잤는지 , 근거 자체를 납득하지 못한 상황은 아님을 명확히 하겠다. 잠을 못잤기에 회사를 안가겠다는 말을 납득시킬 수 있는 상황은 어떤게 있을까.


화자는 CEO이다. 화자는 디지털 노마드이다.


이러한 문장이 추가 된다면 많은 비율로 납득을 이제 한다고 답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납득을 못하는 이들은 있을 수 있다. ‘CEO여도 회사는 가야죠’ , ‘디지털 노마드여도 일을 한다는 확답이 있어야죠’. 섬세한 반론이다. 그리고 동의한다. 그럼 좀더 구체적으로 문장을 바꾸어 ‘회사를 의무적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로 바꾼다면, 대부분의 논란은 종식될 것이다.


한문장을 추가함으로써 기존에 전혀 납득되지 않던 것을 납득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추가한 한문장이 어떤 기능을 한 것일까? 바로 근거가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그 연결고리를 제시했다. 이를 앞으로는 전제라고 부르고자 한다. 다시 정리하면, 근거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 조건 등을 제시함으로써 납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전제가 가진 기능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분들을 위해 여러 예시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오늘 비가와서 쌀쌀하니까 국물있는 짬뽕을 먹을래.


논리적인 말이다. 말하고자 하는 명확한 결론(짬뽕 먹겠다)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비가와서 쌀쌀하니까)가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조작한 정의에 따르면 전제는 무엇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에는 질문을 달리하도록 하겠다. 대체 비가와서 쌀쌀한 것과 짬뽕을 먹는 것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째서 비가온 것이 짬뽕을 먹는 것의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쌀쌀한 날씨에는 장기가 움츠러드는데, 이때 따뜻한 국물이 좋다더라.

비오는 날은 중국음식 먹기 딱 좋은 날이다.

쌀쌀할 땐 매워서 땀을 뻘뻘내는게 최고다.


전부 비가와서 쌀쌀한 것과 짬뽕의 속성을 이어주는 문장들이다. 즉 근거와 주장의 요소를 뽑아내 이를 최대한 이어주는 역할을 전제가 한다. 이렇게 쉬운 예시를 들 때는 구태여 이걸 설명해야한다고? 싶은 것들이 등장할 수 있다. 아니, 쌀쌀할 때 국물있는거 먹는 것은 지구인 공통의 정서아니야? 이걸 설명하는게 오히려 불필요한 말을 늘려서 요지를 강조하지 못하는 거 아니야?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전제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꼭 이야기해주어야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연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오늘 물을 10잔 이상 마실거야.

오늘은 내 생일이거든.


이 논리를 납득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생일인거랑 물 많이 마시는게무슨 상관이야? 바로 전제를 묻는 질문이다. 우리 집은 생일에 물을 많이 마시는 관습이 있어. 라는 추가적인 문장이 언급된다면 그제서야 납득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집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리 집을 나가는 순간 매우 낯선 말이 되어버린다. 대부분의 사람을 납득시키는데 실패하는 논리가 되어버리는 셈이다.


전제를 사용하는데 있어 한가지 중요한 지점을 말하고자 한다. 언제나 전제를 사용해야만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청자의 배경지식을 고려해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지 범위를 조절하는 것 역시 말을 하는 사람이 신경써야할 몫이 된다. 가령 이 정도 전제는 다 알법하면 과감히 생략해 말을 깔끔하게 구성하는 것이 훨씬 좋다. 그렇지 않고 너무 세세하게 구구절절 설명하면 다 아는 이야기를 늘어뜨려 지루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상황일 때는 역시 반대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청자의 납득을 위해 훨씬 효과적이다. 딱한번 말할 기회가 있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질문과 답변을 통해 상호 피드백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상대방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기지 않도록 애초부터 자세히 설명해주는 편이 낫다. 그러니 기억하자. 어디까지 설명해줘야할지는 청자의 배경지식을 유추해낼 수 있는 화자의 센스가 필요한 부분이다.


불투명은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불투명은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모든 걸 아는 것은 신뢰를 가져올 수 없다. 모르기 때문에 신뢰할 뿐인 것이다.


이 문단에서 주장은 첫 번째 문장, 근거는 두 번째 문장임은 명확하다. 그럼 전제는 무엇일까? 다시한번 물어보면, 불투명이 신뢰를 가능케 하는 것과 그래서 그게 우리사회 필요한 게 무슨 상관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모든걸 아는 것은 신뢰를 가져올 수 없다’ 혹은 ‘모르니까 신뢰할 뿐인 것이다’라고 대답하면 전제의 덫에 걸려든 셈이다. 이 두문장은 결론과 근거를 잇는 전제가 아니라, 근거에 대한 부연설명이기 때문이다.즉  왜 불투명이 신뢰를 가능케 하는지를 설명하는 기능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는 전제는 무엇일까?


전제찾는 법

여기서 잠깐 전제를 찾는 팁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첫번째 팁은 머리를 굴리는 방법이다.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논리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어쩌면 가장 정확하고 빠르다. 결론과 근거를 머릿속으로 되뇌이면서 결핍된 부분을 느낀다. 신뢰를 가능케하는 불투명이 우리사회 필요하다라 .. 어떤 말이 있어야 논리적으로 완벽할까? 수양을 하듯 느껴보는 것이다.

이 말이 와닿지 않는다면 조금 더 실질적인 방법으로서,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 있다. 불투명이 신뢰를 가능케하는 것과 우리사회 필요한 것이 무슨 관계가 있지? 신뢰를 가능케하는 불투명이 우리사회에 왜 필요하지? 우리사회에 신뢰가 없나..? 자꾸 하다보면 나름의 내공이 생겨서 빠르고 정확해진다.


두 번째 방법은 기호를 활용하는 것이다. 학창시절 수학시간에서 배운 방정식을 풀 듯, 각각의 의미구절을 알파벳으로 치환하여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는 식이다. 결론과 근거를 치환해보면 다음과 같다.


불투명(A) – 우리사회 필요(B)

불투명(A) – 신뢰 가능(C)


두문장이 이어지게 하려면 우리는 서로 다른 성분을 엮어 전제를 만들면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다. 둘다 불투명(A)을 사용하며 같은 주어구로 시작하는 문장이면 더 쉽다. 서로 다른 술어구문인 B와 C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B-C를 엮어 한글로 잘 패러프라이징해내면 그것이 곧 전제문장이 된다.


우리사회 필요한 것은(B) 신뢰이다(C)

신뢰는(C) 우리사회에 필요하다(B)


여기서 우리가 초반 에피소드에서 배운 패러프라이징이 빛을 발한다. 패러프라이징의 영역에서는 A-B , ~A-~B , B-A , ~B-~A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어기와 조사를 잘 풀어내기만 하면 의미 왜곡없이 같은 의미의 문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다. 만약 기호로 사용할 때 결론과 근거 문장에 똑같은 기호가 사용되지 않거나 위 예시처럼 잘 정리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럴 때는 잘 정리해서 순서를 보기좋게 재배치(패러프라이징)하거나 아니면 첫번째 방법으로 돌아가 머리를 쓰는 방법이 있겠다. 재배치 하는 방식은 의도적으로 결론과 근거의 주어 혹은 술어부분을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사실은 같은 주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한 문장에서는 이를 생략한 경우라던지 주어나 술어를 바꿔서 문장을 새롭게 만들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 많다.

가령 "나는 이따 소고기를 사먹을 거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라는 문장이 있다고 치자. 근거의 문장을 "내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라고 바꾸어도 근거에 있어 크리티컬한 의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형태는 결론 문장과 매우 유사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침에 사과를 먹어선 안된다.

사과는 위산분비를 촉진시키기 떄문이다.


이 역시 비슷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첫 번쨰 문장을 "사과는 아침에 먹으면 안 좋다" 라고 바꿀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위산분비 촉진과 아침에 안좋은 것이 엮이며 아침에 위산분비가 촉진되는 것이 안좋다는 전제를 쉬이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이러한 패러프라이징은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이역시 훈련을 통해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는 영역이다.


사과는(A) 아침에 먹으면 안좋다(B)

사과는(A) 위산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C)


->위산분비 촉진은(C) 아침에 안좋다(B)



논증의 전제와 근거의 근거를 구분할 것 : 선험과 후험의 구분

돌아와서, 이렇게 전제를 찾아봤더니 '불투명 논증'에서 결론과 근거 다음으로 등장했던 문장들이 사실상 근거와 다를바가 없는 문장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결론과 근거 다음으로 등장했던 문장들 : 모든 걸 아는 것은 신뢰를 가져올 수 없다. 모르기 때문에 신뢰할 뿐인 것이다.


모든 걸 아는 것은(~A) 신뢰할 수 없다(~B)

모르기 때문에(A) 신뢰할 뿐인 것이다(B).


즉 이것은 근거를 그저 돌려서 말한 근거짝퉁에 불과했다. 혹은 근거를 부연설명하는 근거에 대한 근거로 볼 수 도 있다. 이처럼 근거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근거의 선험적 측면(근거의 근거)인지, 근거의 후험적 측면(전제)인지 구분할 줄 아는 것은 논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또 다른 예시

이렇게 전제를 찾는 방법까지 알아보았다. 아직 많이 낯설것임이 분명하기에 마지막으로 하나의 예시를 끝으로 이번 편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인공지능(A)은 인간소외현상(B)을 가져온다

인공지능(A)은 인간의 영역을 대체(C)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전제들]

인간의 영역이 대체(C)되면 인간소외현상(B)이 생긴다.

인간소외현상(B)은 인간의 영역이 대체(C)될 때 생겨난다.

인간의 영역이 지켜지는 한(~C) 인간은 소외되지 않는다(~B)




[Ep05. 요약 정리]

-논리란 무엇인가? 납득시키는 말

나의 목표(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무진장 애쓰는 과정. 명확한 주장과(요약) 근거의 필요성


-논증의 개념


-근거에 대하여. 무엇이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왜?라는 질문에 나오는 답변. 근거와 원인. 둘의 차이

근거 – 주장을 뒷받침하는 총체의 말

원인 – 과정에 있어 결과를 초래하는 직간접적 요인. 메커니즘


-주장과 근거만으로는 납득을 시키지 못할 때. 필요한 전제의 개념

근거가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연결고리. 필요한 상황/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구분하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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