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초등학교 시절엔 교실마다 4개의 천장형 선풍기가 달려있었다. 항상 옷을 입고 있다가, 봄의 꽃들이 시들어질 때면 선풍기가 옷을 벗고 꽃필 수 있었다. 지각한 친구들이 닦아준 선풍기는 뜨거운 여름철과 맞서 싸우는 교실의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의 소중한 존재가 된다.
특히 한여름의 야외 체육수업이 끝난 후, 선풍기의 인기는 유명 아이돌의 티켓팅과 유사한 열기를 띤다. 선풍기 하나를 위해 수업 종이 울리자마자 여름의 열기에 패배해 버린 아이들은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여 뛴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열을 식히기 위해 회전하는 선풍기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는 조그마한 해바라기 같은 모습을 보인다. 슬프게도, 선풍기 티켓팅에 실패한 아이들은 뒤로 물러나 조금이라도 바람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곤 한다. 그렇게 선풍기의 얼굴을 계속 마주하기 위해 모두가 공전을 하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달리기가 느린 나는 항상 뒤로 물러나 있었는데, 선풍기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건 조금이었지만, 그 시원함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다음 수업이 되면 모두가 자리에 앉아야 하는 슬픈 시간이 된다. 가정집 선풍기와는 다르게, 360도 회전하는 선풍기인지라 자신의 자리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기에는 무척이나 오래 걸린다. 체감상 1년 같은 시간이 지난 후 돌아오는 선풍기의 얼굴을 마주할 때, 그 순간은 그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행복이란 걸 조금 배웠던 것 같다. 미래를 위해 버티다 보면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다. 행복이 지나간 후, 다시금 행복이 오기까지는 체감상 아주아주 오래 걸리지만, 언젠가는 행복이 다시 올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그 더운 순간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힘든 나날들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어떻게 보면 선풍기가 오길 기다리는 아이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이 행복할 순 없기에, 행복할 순간을 위해 뜨거운 열기를 버티며 열렬히 살아가는 우리는 언젠가 시원한 바람을 맞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욕심이지만, 모든 사람이 선풍기를 고정으로 해두고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삶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