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에세이, 편지
‘콜 포비아’라는 용어를 아는가? 전화 통화를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주로 젊은 세대가 가지는 어려움이다. 이러한 원인은 비대면이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응답해야 하는 부담에 전화를 두려워할 것으로 추측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그렇다.
말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슬프게도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면, 머리에 들어있던 내용들이 모두 도망간다. 그렇기에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 오래 고민할 수 있는 온라인 소통, 즉 ‘글’이 무척 좋은 수단이다.
그중, 한 사람의 감정을 다른 이에게 가장 섬세하게 표현할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적합한 방안은 바로 편지이다. 현대에 존재하는 편지의 형식은 다소 과거와 다르다. 편지는 과거에 유일했던 통신수단이었다. 공적인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기도 했던 편지, 이제는 과학의 발전으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 시대의 편지는 특수성을 지닌다.
여러 가지의 특성 중 분명한 것은 앞에서 말했듯, 편지는 감정을 가장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수정할 수 있는 글의 특성과 송·수신자가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쓰고 누가 받는지가 명확하므로 가감 없이 내용을 작성할 수 있다. 그렇기에 편지는 현대의 통신수단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인 소통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편지는 비밀이 된다. 내가 쓴 편지는 내가 준 상대방만 확인할 수 있다. 오직 상대방만 생각하며 공개적이라면 쓸 수 없는 단어들을 여과 없이 문장으로 구성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어쩌면, 편지는 새벽을 형상화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상대방이 동네방네 편지를 공유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위험도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 비밀스럽게 받은 편지를 쉽게 공유하는 일은 드물지 않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특성들이 모여 사람들이 주고받는 편지에는 다양한 서사가 담겨있다. 특히,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누군지에 따라 편지의 내용은 크게 달라진다. 부모와 자녀, 연인, 스승과 제자, 친구, 동료, 우연한 인연 등 많은 인간관계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이러한 특징이 있기에, 편지는 매력적인 글이라고 느낀다. 편지가 가진 힘을 믿으며 이제부터 훔쳐볼 수 있는 편지를 써보고자 한다.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 편지를 보내지만, 당신들도 편지를 엿볼 수 있다. 편지의 비밀성이 해체되는 순간이다. 물론, 직접경험과 간접경험, 상상의 영역을 더해 쓰지만, 특정 주제의 구애 없이 쓸 예정이다. 나의 고요한 편지가 누군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