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편지는 왜 조용할까요

편지

by 이태민

안녕하세요. 저를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26번 자리에서 조용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와는 다르게 하루도 빠짐없이 5번 자리에서 하늘색 겉옷을 입고 공부를 하시더군요. 조금도 해이해지지 않고 성실하게 하시는 모습에 항상 멀리서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슬비가 내리던 그날, 텅 비어 있는 5번 자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가 아프신 건 아닌지 걱정되어 연락을 드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답답했습니다. 괜히 딴 생각들로 가득 차 어쩔 수 없이 건물에서 나와 집 가던 길이었습니다. 하늘색 옷을 입은 한 사람이 비가 조금씩 새어 나오는 오래된 정자에 앉아 있더군요. 저는 단번에 5번 자리에 계시던 분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반가움에 말을 걸어볼까 싶어 가까이 다가가려다가 흐느끼는 소리에 더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옆에 앉아 위로의 말을 전해야 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때 조금씩 뒷걸음치며 발길을 돌렸던 저 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 현관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 다시 찾아간 정자에는 아무도 없더군요. 사실, 얼마 전 화장실을 가려고 지나가다가 본 5번 책상에 4자리 숫자가 찍혀있는 은행 앱이 켜진 핸드폰을 보았습니다.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조금의 고통도 참지 못하여 자주 뛰쳐나간 저와는 다르게 멋진 삶을 꿈꾸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꿈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편은 아니지만, 5번 자리를 지키던 당신에게는 앞으로 행복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이 벌써 10월 1일이군요. 아마도 다음 기간권 구매가 어려우실 것 같아 조심스럽게 5번 자리를 구매했습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더군요.. 그러니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마주칠 때마다 눈웃음을 지어주시던 당신은 부디 불행하지 말아 주세요.. 꼭 생생하게 빛나는 삶을 살아주세요. 이기적으로 부탁할게요.


- 초록 후드티를 즐겨 입던, 26번 자리를 가끔 지키는 사람 -

토요일 연재